노동사회위원회 노사관계 2012-06-19   1987

[언론기획]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 (2) 투쟁하는 자와 투쟁하지 않는 자, 상처는 똑같다

 

 

참여연대와 경향신문은 6/18~6/22 까지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의 현황을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합니다. 정리해고 후 노동자들의 삶, 사측과 정부의 문제점, 대안검토(유럽사례) 등으로 구성된 이번 기사는 아래의 순서로 연재됩니다.
 
[언론기획]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 (1) 죽음의 유혹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언론기획]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 (2) 투쟁하는 자와 투쟁하지 않는 자, 상처는 똑같다
[언론기획]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 (3)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리해고
[언론기획]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 (4) 한국·유럽 정리해고제 어떻게 다르나
[언론기획]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 (5) 기고 – 라일락 이파리처럼 쓰리고 아렸던 ‘해고의 추억’

 

오늘(6/19)은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 – (2) 아파트 가압류… 아내 알바… 이혼”과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 – 경제적 어려움에 52.5%가 자살 등 극단적 충동 느껴”가 연재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온라인기사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오프라인에서는 6면에서 확인가능합니다.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 “아파트 가압류… 아내 알바… 이혼”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 “경제적 어려움에 52.5%가 자살 등 극단적 충동 느껴”

 

 

< 기사 전문 >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 (2) “아파트 가압류… 아내 알바… 이혼”

 

이서화 기자 tingco@kyunghyang.com

 

 

ㆍ투쟁하는 한씨 아파트 가압류에 이혼 절차
ㆍ투쟁 않는 정씨 무능아빠 낙인에 술로 세월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한상철씨(51·가명)와 정용운씨(43·가명)는 2009년 평택공장에서 함께 여름을 났다. 한씨는 노조 간부였고 정씨는 일반 조합원이었다. 이들은 서로를 ‘동지’라고 불렀다. 메케한 최루탄 가스 속에서 눈물 젖은 주먹밥을 나눠 먹었다. 8월6일 77일간의 공장점거 파업이 끝나자 한씨는 구속돼 구치소로 가고, 정씨는 정리해고돼 집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2년 6월 한씨는 3년 전 모습 그대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70여일째 노숙투쟁을 하고 있다. 현재 한씨처럼 복직을 목표로 투쟁하고 있는 해고자는 35명이다. 해직자 2646명 가운데 희망퇴직자 2026명을 제외하고도 585명이 무급휴직자, 정리해고자라는 이름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다. 정씨는 이 흩어진 585명 가운데 1명이다. 지난 8일 대한문 앞에서 ‘투쟁하는’ 한씨를, 12일 평택에서는 ‘투쟁하지 않는’ 정씨를 만났다.
 
파업 후 구속됐던 한씨는 이듬해 2월 석방된 후 줄곧 서울에서 혼자 지냈다. 아내와 자녀가 있는 집에는 많아야 한 달에 2번 정도 갔다. 전화통화도 자주 하지 않았다. 아내와는 수천만원의 카드빚 등 경제적인 문제로 티격태격할 게 뻔했고 자녀들과의 만남은 아쉬움만 남길 터였다. 뿌연 서울 밤하늘, 간혹 별 한두 개가 반짝일 때면 고등학생 딸아이와 중학생 아들의 얼굴부터 떠올랐다.

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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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노동자 정용운씨(가명)가 지난 12일 경기 평택 쌍용차 공장 정문 앞에서 희생자들의 추모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 투쟁하는 한씨
 “억울한 것 바로잡겠다” 집엔 한 달에 2번 들러
 
▲ 투쟁 않는 정씨
 “창피하고 쪽팔린다” 자격증 따도 취업 안돼
 
1995년 장만한 한씨의 15평짜리 아파트엔 현재 가압류 딱지가 붙어 있다. 투쟁기금에서 덜어 매달 99만원가량을 집으로 보내지만 생활비론 턱없이 부족하다. 한씨의 아내가 아르바이트를 해 간신히 생계를 꾸리고 있다.
 
한씨의 아내와 자녀들은 한씨에게 “돈을 조금 벌어도 좋으니 집에서 함께 살자”고 말하곤 했다. 한씨는 “억울한 상황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잘못된 걸 바로잡아야 한다”고 가족을 설득했지만 결국 올해 초 아내가 이혼 이야기를 꺼냈다. 한씨는 아내와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그는 “파업이 끝나고 난 뒤 6개월~1년 사이에 이혼한 동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들도 다 어린데 생활비를 갖다 주지 못하니 불화가 안 생길 수 없다. 결국 가지 말아야 할 상황까지 가게 된다”고 말했다.
 
복직이 된다 해도 한씨에겐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가정에 위기가 닥쳤을 뿐 아니라 그동안 쌓아왔던 대인관계도 무너졌다. 한씨는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삶에 대한 의지마저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법 정리해고로 나의 모든 것들이 파괴됐다”고 말했다.
 
한씨와 달리 정씨는 평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산다.

 

정씨는 파업 후 1년간 다른 일을 해봤지만 정기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아 그만뒀다. 그 후 2년은 집에서 놀았다. 여행 관련 일을 해보기 위해 학원도 다니고 자격증도 5개나 땄지만 다시 일을 시작하기 쉽지 않았다.

 

정씨는 “내 또래 해고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회사에 입사 자체가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주로 물류 쪽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다”고 했다. 그는 “연봉 2000만원이 안돼도 내 일을 하려고 했는데 나이가 많아서 어딘가에 새로 들어가 일을 배우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씨가 현재 가장 걱정하는 것은 초등학생 딸아이에게 무능력한 아빠로 비치는 일이다. 그는 “아무래도 딸이 ‘우리 아빠하고 다른 아빠는 다르다’ ‘우리 아빠는 일도 안 해, 놀아’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빠가 상처받을까 봐 딸이 말은 안 하지만 의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는 거의 매일같이 집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인다. 딸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만 몸은 다르게 행동한다. 정씨는 이런 면에서 투쟁하고 있는 해고자 35명의 상황은 “오히려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리해고된 ‘실패한 인생’이란 가슴속 응어리를 투쟁하는 사람들은 활동으로 푸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풀 데가 없다”고 말했다. “혼자 가슴에 응어리, 아픔을 갖고 살면서 자신을 자책하게 되고 술을 먹고 약해지고, 이런 것들이 반복되다 보니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투쟁하는 사람들은 자살 안 한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자신을 비롯해 투쟁하지 않는 해직자 대부분은 복직을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봤자 되겠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진중공업을 보더라도 자본이 어디 약속했던 걸 지키느냐”고 반문했다.
 
정씨는 자신의 지금 모습에 대해 “창피하고 쪽팔린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들을 위한 심리치유공간 ‘와락’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선뜻 방문하기가 망설여진다고 했다. “거기 가는 순간 실패한 걸로 치부되는 것 자체가 싫어요. 주변에서는 실패가 아니라고 하지만 거기 가는 것 자체가 내가 실패했다는 걸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정씨는 “가랑비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를 내세우지도, 드러내지도 못하고 정말 상처만 안고 혼자 가랑비에 젖어간다”며 “가랑비를 계속 맞으니까 사람이 망가져 버린다. 해고 후 잘됐다는 동료들을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참여연대 공동기획>

  

[쌍용차 해고자의 눈물]  “경제적 어려움에 52.5%가 자살 등 극단적 충동 느껴”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ㆍ해고자 설문조사 결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자살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는 457명의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와 해직자, 희망퇴직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6~7월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대상자 중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의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40명으로 52.5%였다. 그중 ‘매우 자주 있다’는 응답자도 41명으로 전체 9%에 달했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심리적 불안 상태가 위험 수위에 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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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가?(복수응답 가능)’라는 질문에는 ‘경제적인 부분’이라고 한 응답자가 89%(407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취업에 대한 희망이 없어 힘들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47.3%, ‘가족들 보기가 힘들다’는 46.4%, ‘주위의 시선이 편하지 않아서 힘들다’는 31.1%로 각각 조사됐다. 또 ‘나의 처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 힘들다’가 25.6%, ‘같은 동료직원들은 아직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점이 힘들다’는 응답자가 24.5%였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심리치유 프로젝트 ‘와락’도 지난 4월21일~5월2일 592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을 했다. 이들 중 스트레스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많다’와 ‘조금 있다’는 응답자가 각각 43.6%와 43.2%로 조사됐다.

이어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은 무엇이냐?’(복수응답 가능)는 질문에 74.8%가 ‘재정 문제’라고 답했다. 그 뒤로 ‘일자리’가 54.6%를 차지했다. 해고자 중에는 입사한 지 10년 이상 되는 40대 남성 가장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앞서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실시한 조사를 보면 ‘쌍용차에 복직을 희망하는가?’라는 질문에 ‘복직을 희망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81.1%로 높게 나왔다. ‘희망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7.9%에 그쳤다.

그러나 ‘복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있다’는 응답이 32.4%인 반면 ‘없다’고 답한 사람이 42%로 더 높게 나왔다. 현재 쌍용차가 무급휴직자와 해직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복직을 희망하는 비율이 높게 나왔다.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설문조사를 해 보면 쌍용차 대량 해고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면서 “정부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막고 실직당한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참여연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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