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글리츠-크루그먼 논쟁과 한국 경제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새해 벽두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두 명이 논쟁을 했다. 현재로선 본격적 논쟁이라 할 수는 없고 조셉 스티글리츠가 쓴 글에 대해서 폴 크루그먼이 짧은 논평을 한 것이 전부인데, 스티글리츠 쪽에서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정작 논쟁은 그 이후 크루그먼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 벌어졌는데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불평등이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1월 19일 뉴욕 타임즈에 “불평등이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글을 썼다. 핵심은 불평등이 현재의 경제 위기를 초래했을 뿐 아니라 회복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불평등의 심화와 회복의 지체는 분리된 현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오바마 당선자에게 보낸 것이다. 

크루그먼은 즉각 자신의 뉴욕타임즈 블로그 <자유주의자의 양심>에 “불평등이 위기의 원인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불평등의 시정이 회복을 가져올 것 같지는 않다”는 글을 남겼다. 

 

스티글리츠는 경제회복 과정에서 불평등이 하는 역할을 4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중간계급이 너무 약해서 그 동안 미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소비를 감당할 수 없다. 둘째, 중간계급이 자신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없다. 셋째, 중간계급의 곤란으로 세수 증대에 한계가 있다. 넷째, 불평등은 경기순환의 진폭이 더 커지고 더 자주 일어나도록 한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도 경제적 불안정성과 경제적 불평등 간의 체계적 관계를 인정했다. 결국 미국의 능력주의적 이상, 즉 미국은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땅이라는 이상이 깨지게 됐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역시 불평등이 위기의 원인이 됐다는 점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는 첫째와 둘째 주장이 함축하는 소득재분배를 통한 경기회복에 의문을 표한다. 우선 그는 스티글리츠의 주장을 “과소소비론1)”이라고 정의하고 엉뚱하게도 프리드만의 항상소득가설2)로 비판한다. 항상소득가설이 비판이 되지도 않지만 이런 주장은 단지 “과잉생산론으로서의 과소소비론”에 대한 오해라는 점만 지적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자산 가격 하락, 한국에서도 이미 시작되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끈 건 그가 제시한 통계이다. 즉 위기 전 2000년대에 미국의 저축률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만일 부자에게 더 많은 소득이 돌아가고 그들의 한계소비성향이 낮다면(한 달에 10억 쯤 벌면 반도 못 쓰고 저축하게 될 것이다), 즉 한계저축성향이 높다면 저축률은 증가해야 한다는 크루그먼의 주장은 옳을 수 있다.  

소득이 어느 수준 이상이 되어야 부자인가, 라는 자질구레한 문제도 피하고 조금 더 이론적인 논의로 이끌기 위해 실질생산성과 실질임금의 변화를 들여다보기로 하자.

 

한미 생산성과 임금 상승 추이 비교

 

이 그림은 전체 생산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몫을 보여 준다. 미국은 1975년경부터 한국은 1995년경부터 생산성과 임금 지수 증가율 간에 격차가 벌어진다. 

즉 생산은 계속 증가하는데 국내 노동자의 임금 몫은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둘 중 하나다. 수출을 하든가, 부채에 의한 소비다(이윤 몫에서 기계나 투입물을 사는 걸 빼면). 미국은 수출 주도 국가가 아니므로 부채에 의한 소비가 이 격차를 메꾼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은 경제의 금융화와 궤를 같이 했다. 즉 부동산 가격과 주가의 상승은 가계부채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자산가격의 상승은 소비를 부추겼다. 이것이 크루그먼이 제시한 저축률 감소의 핵심이다. 한편 수출주도 경제인 한국에서는 부채에 의한 소비 증가와 더불어 수출 증가가 이 괴리를 메웠다. 

 

물론 부채에 의한 소비 증가는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미국의 2008년 위기가 바로 그것이고, 한국에서도 이미 이 상황은 시작되었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그리고 그 해법은 무엇일까? 크루그먼의 주장과 스티글리츠의 주장은 이 면에서도 달라지는 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다음 호에 계속하기로 하자. 

 

 

1) 생산과 저축에 비하여 소비를 너무 적게 하는 일을 말한다.

2) 미국의 경제학자 M.프리드먼이 제창한 소비함수이론. 소득을 정기적이고 확실한 항상소득과 임시적 수입인 변동소득으로 구분할 때, 항상소득의 일정비율은 소비되며, 변동소득은 저축으로 돌려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 때문에 소득에서 차지하는 항상소득의 비율이 클수록 소비성향이 높고 저축성향은 낮아진다. 이에 의하여 불황기에 변동소득의 비율이 작아지고 소비성향이 커지는 현상, 또 고소득자일수록 변동소득이 크고 소비성향이 작아지는 경향이 설명되는 등 단기적 소비함수와 장기적 소비함수를 통일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정태인 한미FTA 등 통상정책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경제학자. 요즘은 행동경제학과 진화심리학 등 인간이 협동할 조건과 협동을 촉진하는 정책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