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4년 04월 2014-04-07   1266

[정치] 집권 세력의 수준을 보여준 ‘이간질 정치’

집권 세력의 수준을 보여준
‘이간질 정치’

 

이용마 MBC 해직기자

 

 

반간계反間計와 이간질

 

동탁이 천하의 권세를 장악한 이후 후한後漢 조정은 큰 불안에 놓였다. 동탁이 여포와 양부·양자 관계를 맺고 하나가 된 상황에서 감히 어느 누구도 이에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동탁은 양자인 여포에게 살해되고, 여포 또한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왕윤이 초선이란 미인을 내세워 동탁과 여포가 서로를 불신해 죽이도록 만든 반간계의 결과이다.

 

동양의 고전이자 지혜의 보고로 불리는 삼국지는 유감스럽게도 상대를 속이기 위한 온갖 속임수와 책략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상대가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상대를 분열시키기 위한 반간계는 가장 탁월한 전법 중의 하나로 꼽힌다. 간신으로 불리는 조조는 물론이고 전법에 관한한 거의 신의 경지에 도달한 제갈공명조차도 반간계를 거리낌 없이 구사했을 정도이다.

 

삼국지는 전쟁을 다루는 만큼 반간계를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살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대인관계에서 상대의 사이를 떼어놓기 위해 ‘이간질’을 하면 야비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심한 비난과 질책을 모면하기 어렵다. 이간질을 통해 당장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라도 그 후과를 감당하기가 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부ㆍ여당의 이간질 정치

 

참여사회 2014-04월호

 

최근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과 김한길 대표의 민주당이 통합 신당 창당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갑작스런 야당의 통합 소식에 정부·여당은 몹시 당황한 모습이다. 지방선거 구도가 3파전에서 여야 일대일 구도로 바뀌면서 여당이 편하게 선거를 치를 상황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여당은 두 야당의 통합 선언 이전부터 야당의 분열을 노리며 끊임없이 이간질을 해왔다.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하겠다고 나서자 새정치의 내용이 없다고 힐난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부추기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 또 안철수 의원을 향해 지방선거에서 다시 야권 연대를 할 것이냐고 따지며 야권 연대는 새정치가 아니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안철수 신당은 반드시 후보를 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야권의 선거 정책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행태를 보였다.

 

그런 순간에 야권이 아예 통합을 선언해 버리자, 정부·여당 또한 새로운 이간질을 벌이고 있다. 바로 ‘친노 세력 배제론’이다. 친노 세력은 종북좌파로 이념적 지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아예 빼고 가라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사이를 멀어지게 하려고 공들였다면, 이제는 친노 세력과 비친노 세력을 분열시키기 위해 온갖 공을 들이고 있다.

 

거짓을 진실로 만들려는 언론

 

반간계의 핵심은 상대가 그 의중을 몰라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여당의 이간질은 삼척동자도 훤히 알 정도로 너무 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이간질을 멈추지 않는 것은 아마 언론의 힘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야당의 통합 선언 이후 언론은 친노와 비친노 간의 이간질에 적극 나섰다. 안철수 의원이 주최한 식사 모임에 일부 참여정부 인사들이 불참한 점을 시시콜콜 부각시키고, 안철수 의원 측에서 통합신당에 친노 세력을 제외하기로 했다고 거짓 보도를 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야당의 통합 결정을 지지하지만 친노 세력을 숙청해야 새정치가 된다고 야당을 위하는 척 가식을 보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통합진보당을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없는 집단으로 매도하던 정부·여당과 언론이 하루아침에 그 표적을 친노 세력으로 바꾼 것이다.

 

삼인호성三人虎成이란 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자꾸 떠들면 아무리 거짓이라도 결국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 정부·여당과 보수 언론이 노리는 것이 이런 것 아니겠는가. 저들의 뜻대로 친노 세력이 몽땅 정계를 떠나버린다면, 보수 세력들은 야권을 분열시키기 위해 또 어떤 이간질을 할까. 상대를 제거하기 위한 야비하고 속보이는 이간질이 아니라 정책을 경쟁하는 수준 높은 정치를 보고 싶다.

 

이용마 정치학 박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 관악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부지런함의 공존 불가를 절실히 깨닫고 있는 게으름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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