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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15년 08월
  • 2015.08.03
  • 1018

 

울란바토르 프로세스
한반도 평화와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민간 6자회담

 


글.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년, 원폭투하 70년, 한반도 분단 70년을 맞는 해이다. 전후 해방과 더불어 시작된 냉전의 여파로 한반도가 분단되었고 곧 한국 전쟁으로 치달았다. 불안정한 정전체제 아래서 분단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군비가 결집한 곳이자 핵 전쟁의 공포가 지속되는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되어왔다.


냉전 기간 동안 남한에는 미국의 전술핵무기 1,000여기 이상이 배치되어 있었다. 냉전이 끝난 이후에는 북한의 핵무기 및 장거리 로켓 개발, 미국의 핵선제공격 전략과 미사일 방어구상 간의 갈등이 지속되어 왔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반도 핵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합의가 있었다. 1992년의 남북간 한반도 비핵화 선언, 1994년의 북미 제네바 합의, 2005년의 6자회담 9.19선언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합의들은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북한은 3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 6자회담은 2009년 마지막으로 열린 이래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다.

 

2009년 이후 중단된 6자회담
미국과 남한 당국은 북한이 합의를 깨고 대화국면을 이용해 핵무기 개발을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같은 핵보유국이 먼저 북한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 합의를 깼거나 경직된 적대정책으로 상대를 자극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주로 동원해온 압박과 봉쇄, 핵우산과 재래식 군비의 강화 같은 일방적 대북정책 수단들은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해결에 전혀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북한 핵을 둘러싼 갈등의 역사를 살펴보면, 협상과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은 적어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중단되었던 반면, 대북 압박과 봉쇄에 치중하는 동안에는 북한의 핵보유고가 늘어났고 장거리 로켓의 성능도 개선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체제 붕괴 혹은 전환 같은 주관적인 기대를 품은 채 대화를 배제하는 정책은 사태를 크게 악화시켰다.


결국 문제는 대화와 신뢰다. 올해는 6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핵 문제 해결과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9.19합의가 도출된 지 10년이 되는 해다. 9.19성명의 정신으로 돌아가 그 합의들을 현실에 맞게 보다 적극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전쟁 종식과 한반도 핵 위기 해소를 위한 지구시민선언’
지난 5월, 2015핵확산방지협약NPT 평가회의를 계기로 참여연대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이 제안하여 전세계 19개국 373여명의 개인과 91개 시민단체가 서명한 ‘한국 전쟁 종식과 한반도의 핵위기 해소를 위한 지구시민선언❶’ 은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에서 적용되어야 할 세 가지 접근 원칙을 제안하고 있다.   


우선, 한반도 핵 갈등은 불안정한 한반도 정전체제의 일부로 이해하고 접근하자는 것이다.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북미·북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과 북한 핵의 폐기를 포괄적으로 연계하는 해법을 찾자는 제안이다. 6자 공동성명 합의에 따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관련국 간의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 한반도 핵 위기를 해결하는 첫 걸음이 된다.


둘째는, 한반도 핵 갈등을 동북아시아와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 중인 핵 갈등의 일부로 이해하고 접근하자는 것이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에서 핵 위협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포괄적인 해법을 추구하자는 제안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한반도로부터 시작하여 동북아 비핵지대를 건설하는 것이다.


셋째,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2차 대전 전후前後에 형성된 동아시아의 역사적 갈등구조의 일부로 이해하고 접근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무시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구를 허용하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역내에 극심한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평화헌법 수호는 한반도 평화협정과 함께 동아시아 평화협력체제 형성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

 

참여사회201508(통권 225호)

2015년 6월 23~24일 몽고 울란바토르에서 남한, 북한,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과 몽골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한계 전문가가 모여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시작했다.

 

민간 6자회담, 울란바토르 프로세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주목할만한 시도가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시작되었다. 몽골 정부와 민간단체인 ‘블루배너’가 주선하는 민간 6자회담 <울란바토르 프로세스>가 그것이다. 이 프로세스에는 남한과 북한을 포함해 6자회담 국가들인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그리고 몽골의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여한다. 남한 시민사회단체로는 참여연대와 평화를만드는여성회가, 북한의 민간주체로는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KNPC, Korean National Peace Committee가 참여하고 있다.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는 향후 4~5년간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시아 비핵지대화를 촉진하고, 이 목표에 여성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참여와 역할을 높이기 위한 정례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다. 


<울란바토르 프로세스>의 의미는 민간 주도의 분쟁해결 대화라는 점이다. 안보전문가나  정부기관간의 ‘안보’대화가 아니라 분쟁해결 전문가, 평화전문가들의 분쟁해결 대화다. 프로세스 참가자들은 각국 정부와도 긴밀한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을 통해 정부간 대화 활성화에 가교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 프로세스는 지난 2009년 6자회담 당사국들이 합의한 9.19성명 속에 거론되고 있지만 해결이 지체되고 있는 의제들을 다룰 예정이다. 보다 자유로운 민간대화를 바탕으로 정부간 협상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불신의 배경, 원인, 근본적 대안에 대해 민간 차원의 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군사적 긴장과 적대의 악순환을 유발해온 군사적 억지deterrence 위주의 대응을 성찰하고 ‘평화를 위한 평화적 수단’을 마련하는데 주목할 것이다.

 

북한 민간단체가 국제회의에 참여하는 드문 사례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제안하고 이 프로세스에 남다른 특징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몽골정부다. 몽골은 비교적 작은 나라지만 비핵국가를 선언하고 유엔으로부터 ‘비핵지대’임을 공인받았다. 국가전략의 하나로 평화군축을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다. 몽골은 주변 6개국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고 유라시아 교류와 협력의 교차로에 입지한 나라이자 자원부국으로서 주변국들이 협력을 원하고 있다. 몽골정부의 공식적인 지원은 민간 6자회담의 효과를 높이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울란바토르 프로세스>의 기초는 무장갈등예방지구파트너십 동북아위원회GPPAC North East Asia에 의해 만들어졌다. 2005년 설립된 이 네트워크는 GPPAC 국제사무국과 더불어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민간대화에 북한 민간단체를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2011년부터 북한의 조선민족평화옹호위원회가 옵저버 자격으로 참가하기 시작했고, 여기에 미국의 평화단체가 합류하여 올해 울란바토르 민간 6자회담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은 역시 남북 민간주체의 참여다. 울란바토르 프로세스와 GPPAC 동북아위원회는 5.24조치로 단절된 이래 남북 민간대화가 성사된 몇 안되는 드문 사례다. 특히 북한 민간주체가 이런 종류의 다자대화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여기서 남북간 민간교류 경험을 가진 참여연대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등 남한 NGO들은 북한 단체가 다른 나라 민간단체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돕는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프로세스 참여단체간 이질성, 정부비협조 극복이 숙제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는 출범했지만 아직 헤쳐 나가야 할 많은 장애물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간 관계의 교착과 군사적 긴장의 확대 추세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한미일은 ‘전략적 인내’ 정책을 추구하면서 대화를 사실상 유예하고 있고, 미중, 미러 관계는 악화되고 있다. 북한은 북한대로 북미 양자접촉에 의한 포괄적 담판을 선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민간 6자회담’은 물론 6자회담 자체에 대한 기대 저하 요인으로 작용한다. 


프로세스 참가단체들의 이질적 구성도 장애요소다. 북한, 중국의 민간단체들은 사실상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는 반관반민 조직인 반면, 미국, 일본, 남한 등지에서의 참가단체는 순수 민간단체여서 의제를 다루는 태도나 의사결정 절차에서 참여주체의 이질성이 크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프로세스 참가단체들은 각 나라 정부, 전문가그룹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매 회의마다 정책입안에 연관된 정부관계자나 전문가를 초청하는 별도의 대화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동북아시아 비핵지대화를 연구하는 연구자 그룹, 여성 6자회담을 추진해온 동북아여성평화회의 등 유사한 목적을 가진 민간 혹은 반관반민 프로그램과 네트워크도 강화할 예정이다. 


민간 6자회담이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동북아시아 군사적 긴장의 도화선이 되고 있는 한반도 정전체제와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두고 시민사회가 문제해결의 당사자로서 참여하는 다자간 틀이 마련되었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단절된 정부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촉진자로서 작으나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미래와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것은 국가간 갈등이 갈수록 커져가지만 이를 해결할 다자간 협력틀의 형성은 지체되고 적대적이고 배타적인 군사동맹만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울란바토르 프로세스>는 이 지역에 아직 익숙지 않은 다자간 갈등 해결 메카니즘을 발전시키고 안보 문제에 대해 여성과 시민사회 평화전문가의 발언권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무장갈등예방지구파트너십 Global Partnership for Prevention of Armed Conflicts이란?

2001년 유엔 사무총장 코피아난이 유엔 보고서 ‘Prevention of Armed Conflict’를 통해 제안, 2003~4년 각 지역별 준비과정을 거쳐 2005년 뉴욕에서 공식 발족하고 전세계의 무장갈등 예방과 해결을 위한 지구행동의제Global Action Agenda in 2005를 공표했다. 이후 헤이그에 국제사무국을 둔 상설 국제민간기구로 안착되었다. 현재 GPPAC 동북아시아 위원회 포함 총 14개 지역위원회를 두고 있다. 동북아시아 위원회에는 동경, 교토, 서울, 베이징, 상하이, 홍콩, 타이페이, 블라디보스톡, 울란바토르 등의 도시를 대표하는 민간단체들이 참여하고 있고 평양 소재 민간단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는 참관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동북아 사무국은 동경 소재 피스보트peace boat가 담당한다, 서울에서는 참여연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노틸러스 아리Nautilus Ari, 동북아지역평화구축훈련센터 NARPI가 참여하고 있다.

 

❶    2015년 5월 4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진행되던 뉴욕에서 발표되었다.

 


 

[특집] 공존의 길, 분쟁의 길 - 참여사회 2015.08(통권225호)

1_이혜정 전후 70년, 동아시아 평화와 한반도

2_이기호 전후시대의 극복? 일본 아베 정권과 아시아 시민의 서로 다른 해석

3_정현곤 분단체제 70년, 변화는 가능한가?

4_이태호 울란바토르 프로세스 - 한반도 평화와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민간 6자회담

5_홍기룡 제주평화의 섬 선포 10년과 해군기지 반대운동 30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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