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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11월
  • 2015.11.02
  • 636

특집 쫓겨나는 사람들

우리 안의 식민지, 
이주노동자

 

 

글. 박진우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사무차장


늘어나는 이주민과 정체되어 있는 권리

 

얼마 전 한국경제신문에서 “2030년 외국인 500만 명…준비 안 된 한국(2015.10.15. 임근호 기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한국 전체 인구를 대략 5,000만 명으로 잡았을 때 외국인이 10%에 해당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수치다. 2015년 8월 출입국 통계월보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이주민의 숫자는 182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5%에 달한다. 이 중 취업 자격을 가진 이주노동자의 숫자는 총 63만 7,803명으로 중국, 구소련 지역 등에 분포되어있는 동포를 대상으로 발부되는 방문취업제(H-2) 비자 소지자가 29만 6,581명으로 가장 많으며, 한국정부와 MOU를 맺은 15개 아시아 국가에서 들어오는 비전문취업(E-9) 비자 소지자가 27만 6,861명이다. 

참여사회 2015년 11월호 (통권 228호)


시작부터 이렇게 통계를 늘어놓는 이유는 그만큼 한국 사회에 유입된 이주노동자들의 숫자가 많아졌고, 그 증가속도 역시 더욱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장님 나빠요’라는 흘러간 유행어로 대표되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후퇴되고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 들어온 지 30여 년이 흐른 지금, 그들은 우리 사회의 어디쯤에 서 있는 것일까?

 

3개월짜리 초단기 계절 이주노동자는 일회용품?


한국에 들어와서 일을 시작한 지 15일 만에 저는 사업장에서 손을 다쳤습니다. 사장의 장인어른이 일을 빨리하라고 책상에 자신의 손을 내리쳤는데 저는 깜짝 놀라서 종이를 자르는 칼에 손목을 베였습니다. 치료를 위해서 병원에 갔습니다. 제가 병원에 간 치료비를 월급에서 다 깎았습니다. (…) 일을 하다가 오후 4시쯤에 기숙사 방에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사장 장인어른이 방문을 발로 차면서 억지로 저를 끌고 와서 화장실 청소를 하라고 시켰습니다. (…) 고용지원센터 직원에게 나는 원래 하던 일을 하고 싶은데 계속 화장실청소를 시키는 것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고용지원센터에서는 사업장을 바꾸고 싶으면 사장님 사인을 받아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장 장인어른에게 사업장 변경 사유 확인서를 보여주었더니 찢어버렸습니다. (…) 사장 장인어른이 술을 먹고 한국말로 떠들면서 기숙사 방문을 발로 찼습니다. 

 

위 내용은 이주노동조합에서 실제로 상담한 네팔이주노동자의 사례를 부분적으로 인용한 것이다. 노동조합으로 들어오는 상담의 대부분은 사업장변경과 관련된 것이다. 그 이유는 사업장에서 임금체불, 폭행, 폭언 등의 부당한 대우를 당하더라도 이주노동자 스스로 관련기관에 입증을 하지 못하면 사업주의 허락 없이 마음대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 경우도 사업주의 폭언 및 폭행과 관련된 녹음기록, 진단서 등을 첨부하여 고용센터에 진정을 넣고 한 달에 가까운 조사기간을 거친 이후에 겨우 사업장을 변경했던 사례다. 이렇듯 노동자가 스스로의 노동력을 마음대로 팔 수 있는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가장 기초적인 권리마저 이주노동자에게 주어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일하면 당연히 한국에서 받아야할 퇴직금마저 2014년 7월부터 본국으로 출국해야만 받을 수 있도록 개악된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는 대표적인 제도적 인종차별의 한 사례이다. 


최근에 법무부가 발표한 초단기(1~3개월)계절 이주노동자 도입제도는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농번기 3개월 동안 지정된 농가에서 일을 하고 출국한 이후에 다시 농번기에 들어와서 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제도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어 고용노동부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미 시범사업으로 충북 괴산군에 약 30명, 보은군에 약 20명의 초단기 계절 이주노동자를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한국정부에게 이주노동자는 이윤창출을 위한 일회용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인가? 제도를 시행한 이후에 3개월 안에 귀국하지 않는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나면 그때 가서 또다시 법무부는 단속추방의 칼을 들 것인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참여사회 2015년 11월호 (통권 228호)

이주노동자들은 정말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인가? 


한편으로 사회문제에 대해 진보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유독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논쟁중 하나가 안 그래도 한국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데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와서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일자리 총량이 정해져있어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는 만큼 한국사람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식의 주장은 언뜻 듣기에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 IMF 경제 위기 여파로 실업률이 1997년 2.6%에서 1998년 6.8%로 급격히 치솟았을 때, 이주노동자 수는 25만 여 명에서 16만 명으로 9만 여 명이나 줄었다. 유럽의 경우도 이주민이 거의 없던 1930년대에 실업률이 어느 때보다 높았으며, 오히려 이주가 대규모로 이뤄진 제2차 세계대전 후 10~20년 동안은 가장 낮았다. 이런 통계들을 보면 실업률이 오르고 내려가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상황에 달린 것이고 이주노동자의 유입과는 별로 상관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이주노동은 단순히 ‘내국인의 일자리를 이주노동자가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영세기업의 이윤구조와 한국사회의 고학력 현상, 고용의 지속가능성 여부(기업 및 산업의 장래성)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장시간,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의 기형적인 산업 하청구조의 최하단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의 임금이 분절적으로 구성되고, 장기적으로는 노동자 전체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현재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함께 개선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장기적으로 한국 노동자들의 전체 노동조건을 상향평준화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단기순환정책이 아니라 중장기통합정책이 필요하다.

 

전체 이주민의 숫자가 증가할수록 이에 대한 사회적 논란 또는 갈등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지만 한국정부의 중장기적인 대책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초 프랑스의 샤를리엡도Charlie Hebdo 테러사건의 원인은 프랑스 교외의 빈민가인 방리유 지역에 살고 있는 이슬람 이민자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 높은 실업율 등과 관련이 깊다. 노르웨이를 충격에 빠지게 했던 2011년 브레이빅 테러사건만 보더라도, 과연 한국에서는 반反이주민 정서를 등에 업은 테러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을까?

 

올해 10년 만에 이주노동조합이 합법화된 사례와 같이 이제라도 한국정부가 이주노동자와의 진정한 통합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단속추방정책이 능사가 아니다. 급증하는 이주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 한국정부와 집단적으로 의견을 소통할 수 있는 연결통로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주의 역사가 긴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단기순환정책이 아닌 중장기통합정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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