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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12월
  • 2017.12.04
  • 49

태국 푸껫

겨울은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글. 김은덕, 백종민

한시도 떨어질 줄 모르는 좋은 친구이자 부부다. 2년 동안 ‘한 달에 한 도시’씩 천천히 지구를 둘러보고 온 뒤, 서울에서 소비하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한 달에 한 도시』 유럽편, 남미편, 아시아편과 『없어도 괜찮아』가 있고, 현재 <채널예스>에서 ‘남녀, 여행사정’이라는 제목으로 부부의 같으면서도 다른 여행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겨울은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지내고 싶었다. 손과 발이 차가운 나 같은 이들에게 겨울은 고난의 계절이다. 종민처럼 등과 무릎이 시린 사람에게도 반갑지 않은 계절이다. 오죽했으면 2년 동안의 세계 여행 중 ‘겨울’을 피하기 위해 치밀하게 여름으로만 동선을 맞췄을까? 비가 올 때나 아침저녁으로 몸 안에 스며드는 스산한 기운을 물리치기 위해 전기장판까지 들고 다녔으니 우리가 추위를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짐작할 것이다.

 

시간 부자인 우리 같은 사람은 전 세계 어디서든 노트북과 인터넷 그리고 미니 전기밥솥만 있으면 글 작업이 가능하다. 서울에 있으나 외국에 있으나 생활비는 비슷하니 경제적인 제약도 크게 없다. 원고 작업을 해야 했기에 가능하면 집 전체를 빌리기를 원했다. ‘집 전체, 두 사람이 월 50만 원의 숙박비라면 어디가 좋을까?’ 그래, 태국이다. 90일까지 관광비자가 주어지는 태국에 머물며 11월은 푸껫, 12월은 치앙마이, 1월은 방콕으로 도시를 옮기기로 했다. 

 

떠나자2

 

‘한 달에 한 도시’ 여행의 선구자

25년 전, 하루키는 『먼 북소리』에서 이미 ‘한 달에 한 도시’를 유랑하며 글을 썼다. 우리가 여행을 준비하던 2012년, 하루키는 파리, 뉴욕, 런던 등에서 한 달씩 여행하고 쓴 에세이를 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읽은 하루키의 책은 너무 오래전에 읽었을뿐더러 한 달에 한 도시씩 머무른 하루키의 여행 패턴을 인지할 수도 없었다. 한 달씩 도시를 옮기며 여행을 한 사람이 25년 전에도 있었다는 사실, 그 사람이 하루키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세계 여행을 끝마친 후 『먼 북소리』를 다시 읽고 나서였다. 

 

요즘은 숙박 공유 플랫폼을 이용해 숙소 사진을 미리 보고, 다녀온 방문객들의 리뷰를 읽고,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 숙소에 도착해서 이게 아니다 싶으면 뛰어나올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그러나 25년 전 여행을 한 하루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리라. 그가 그리스 섬에 살던 어느 날, 텔레비전이 없어 동네 사람들이 다 아는 폭풍우 소식을 본인만 몰랐고 비상식량도 준비하지 못한 채 이틀을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잠시 날이 갠 순간을 이용해 전력 질주로 음식을 사 왔다는 이야기를 하며, 그 시절에는 남들만큼 알려면 텔레비전이 꼭 필요했다고 우스갯소리를 적어 놓았다. 

 

『먼 북소리』에서 그는 이탈리아 팔레르모(Palermo), 그리스 미코노스(Mykonos)와 하루키 섬 등을 옮겨 다니며 여행과 집필을 했다고 한다. 물론 그때는 숙박 공유 플랫폼 같은 편리한 온라인 예약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지인이 소개해 준 부동산이라든가 친구의 친구 집에 머무는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 우여곡절 끝에 집을 찾는 과정도 소개되어 있다.

 

다행히 우리는 하루키 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푸껫에 한 달짜리 집을 구했다. 하루키처럼 비싼 돈으로 컨디션이 엉망인 집을 빌린 게 아니라 집주인과 가격 협상을 거쳐 새로 지은 콘도의 첫 게스트가 되었다. 장기 여행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태국의 관광 도시들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콘도가 많은 편이며 우리가 머무는 숙소도 그중 하나였다. 콘도 입구를 통과하려면 신분증을 맡기거나 디지털 키를 소지해야 하는데 지문인식까지 마쳐야만 콘도의 수영장과 헬스장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남쪽 나라 여행자를 위한 교통수단, 스쿠터 

발 뻗고 누울 집이 마련되었으니 식량을 사러 나서야 한다. 푸껫에서는 대도시의 편리한 교통은 기대할 수 없다. 트럭을 개조한 버스, 썽테우(Songthaew)가 대중적인 교통수단이지만 노선을 파악하기 힘들고 택시는 부르는 게 값이다. 집 앞에 로컬 레스토랑과 편의점이 있어서 먹고 지내는 데 불편함은 없지만 해변이나 시내에 가기 위해서는 30분쯤 걸어야 한다. 동네에 짱 박혀서 원고나 쓸까 싶다가도 푸껫까지 와서 바다도 못 보고 가는 건 아니지 싶다. 그러다 보니 스쿠터가 필요했다.

 

한 달 3,200밧vat. 한화로 십만 원 정도를 내면 스쿠터를 빌릴 수 있다. 만달레이, 고아, 롬복에서 한 달씩 빌려봤지만 하나 같이 십만 원을 요구했다. 100cc, 125cc, 150cc든, 시동이 잘 걸리든 아니든 외국인이 스쿠터를 빌리면 한 달에 십만 원을 받기로 담합이라도 한 걸까. 십만 원으로 우리 두 사람의 다리가 되어 줄 혼다 150cc를 데리고 왔다. 키가 작은 종민에게는 50cc 스쿠터가 어울릴 거 같은데 이 동네에서는 취급을 안 하는가 보다. 

 

외국인이 스쿠터를 타고 지나가면 현지 경찰들이 귀신같이 알고 별의별 꼬투리를 잡아 벌금을 물리거나 삥을 뜯는데 우리는 이를 ‘외국인 특별세’라고 부른다. 언제 어디서든 뜯길 것을 대비해 비상금을 챙겨 놓는다. 우리는 이 외국인 특별세 500밧을 주머니 안쪽에 준비하고 언제나 그러하듯 헬멧을 쓰고 천천히 마트로 향한다.

 

마트에서 사 온 간장, 식초와 각종 채소들로 피클을 만들어 보았다. 처음 만드는 피클이라 설탕이 많이 들어갔다. 백종원 레시피만 보고 설탕을 들이부은 게 잘못이다. 두 번째 만들 때는 잘 할 수 있겠지. 그나저나 오늘은 바다에 가 볼까?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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