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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12월
  • 2017.12.04
  • 55

y=f(x), 노동과 활동 사이의 함수 값을 구하시오

참여연대 노동조합 집행부 

 

글. 호모아줌마데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애 엄마. 2007년 참여연대 회원 가입과 동시에 자원활동 시작. 아카데미 느티나무에서 ‘백인보’라는 코너에 비정규적으로 인터뷰 글을 쓰고 있음. 특기사항 : 합기도 빨간띠.

사진. 이선희 미디어홍보팀 팀장

 

 

참여연대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이게 뭔 일인가 하고 걱정하실 회원이 계실까봐 한 마디 드리면, 참여연대는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근데 왜, 갑자기, 지금, 노조를? 답변이 궁금한 이들은 이 인터뷰를 끝까지 읽기를 바란다. 

 

‘노동조합’ 하면 머리띠 동여매고 팔뚝 휘두르는 ‘쎈’ 아저씨부터 떠올리는, 편견덩어리인 나는 인터뷰를 위해 참여연대 노동조합 집행부 다섯 명을 만났을 때 그들의 면면을 둘러보다가 급기야 이런 말을 내뱉고 말았다. “이런 순하고 착한 얼굴로 노조 하겠어?” 그러자 누군가 대꾸했다. “이게 다 페이크(속임수) 작전입니다.” 일단은, 웃으면서 시작한다. 

 

집행부

 

왜 지금?

순한 얼굴로 작전 중인 노조집행부 5인부터 소개하자. 노조위원장은 이조은(시민참여팀), 나머지 네 명의 부위원장은 각각 최재혁(경제노동팀), 김미성(사무국), 유동림(공익제보자지원센터), 황수영(평화국제팀)이다.

 

이조은 “이전에도 노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구체화 되진 않았어요. 이번에 어떠한 계기로, 무엇이 동력이 되어 노조가 설립되었는지에 대해 딱 이거다 말하긴 어려운데, 간사들끼리 하는 ‘노동법 공부 모임’이 있거든요. 1년 정도 됐는데 거기서 함께 공부하다 자연스럽게 노조 얘기가 나오게 되었어요. 이게 초동모임이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황수영 “노조에 대한 논의를 뛰어넘어 이렇게 실행까지 하게 된 건 실무팀을 꾸렸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전엔 그런 게 없었거든요. 차근차근 준비해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죠.” 

유동림 “그동안 ‘평간사협의회’나 ‘노사협의회’가 실질적으로 노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노사협의회는 협의기구여서 뭔가 결정이 나도 사측에서 안 들어주면 그만이에요. 구속력이 전혀 없어요. 그 시스템의 한계를 느낀 게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기존의 개념과 많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참여연대에도 ‘사측’이라는 게 있다. 이번에 간사들이 노조를 만들면서 그것에 대응하는 ‘사측’이 새롭게 규정된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참여연대에는 ‘노사협의회’가 있었고 활동가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었다. 실상은 이렇지만 그동안 활동가들을 노동자로 보는 인식은 드물었다. 

 

김미성 “참여연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전반에 그런 인식이 부족해요. ‘활동가들도 노동자’라는 문제제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에요. 지금도 몇몇 시민단체들은 희생과 봉사,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당위성에만 기반할 뿐 활동가들을 노동자를 바라보는 인식은 부족한 현실이죠.”

 

최근 2년 사이에도 평화박물관, 유엔인권정책센터(코쿤), 5.18기념재단 등 시민단체 내 부당노동행위가 4~5건 정도 있었다는 이조은 노조위원장의 말을 듣고 인터넷 검색창에 ‘시민단체’, ‘부당노동행위’라는 두 단어를 나란히 입력했다. 그러나 검색 결과 속 시민단체들은 소속 활동가에게 부당노동행위를 한 가해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사측으로부터 부당노동행위를 당한 외부의 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해 싸우는 주체였다. 이게 그동안 우리가 알아온,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이다. 그렇다면, 과연 세상은 상식대로일까?

 

왜 노조를?

검색어를 바꾸었다. ‘함께 일하는 재단 비정규직’이라고 입력하자, 우리의 상식을 배반하는 기사들이 줄줄이 뜬다. <“함께 일하는 재단 비정규직 비율 61%” 노조 1인 시위 48일째>. 이 기사 제목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이 재단의 비전은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오직 함께 일하는 사회 만들기에 전념해 온 ‘함께 일하는 재단’의 비전은 사회적 양극화 해소와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사회적기업의 육성을 지원하는 공익단체 ‘함께 일하는 재단’은 비정규직 활동가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막기 위해 근무기간이 1년 11개월 29일째 되던 날, 해당 활동가를 해고했다. 무기계약직 전환 조건인 2년에서 딱 하루가 모자라는 기간이었다. 비정규직 활동가가 해고당한 비슷한 시기, 이 재단의 상임이사 월급은 4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25%나 올랐다. 이름만으로도 온 세상을 치유할 것 같은 ‘평화박물관’은 또 어떤가.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운영방식으로 문제가 제기된 평화박물관 사태는 결국 부당해고와 노동탄압에까지 이르렀고 활동가들의 사직으로 끝이 났다.

 

김미성 “시민단체 내에서 벌어지는 노동권 침해 사례들이 이슈가 되지 않았던 건 활동가들 스스로가 자기착취의 구조 속에 있기 때문이에요. 근데 활동가들은 이걸 구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며 어떻게든 버텨내죠. 그러다 스스로를 소진시키고 결국엔 조직을 떠나는 걸로 마무리되는 거예요.”

문제는 노동권 침해뿐만이 아니다. 저임금과 고된 노동 또한 시민운동계의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최재혁 “제가 30대 후반인데 대부분의 시민단체에 제 또래가 별로 없어요. 저보다 10살 정도 많거나 아니면 10살 어리거나 그래요.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중간층이 없는 거죠. 결국 재생산에 실패했다는 얘기고 시민단체의 노동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시민운동이 이런 식으로 지속되긴 어렵다고 봐요.”

 

참여연대에 노조를 만들며 조합원들이 가졌던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시민운동계에 중간세대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벌써 10년. 시민단체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했으나 정작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안과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조은 “지금의 시민운동은 옛날처럼 헌신과 소명의식만으로 꾸려나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생활 유지가 가능한 정도의 임금과 ‘저녁 있는 삶’도 반드시 필요하죠.”

 

열악한 임금과 버티기 힘든 노동 강도. 이대로 계속 간다면 시민운동은 몰락할 것이라고 이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갚아야할 학자금, 더 이상 빼먹을 데도 없는 부모님의 등골, 오르기만 하는 집값과 생활물가…. 시민운동계의 노동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지금과 다음 세대들은 가치 있고 올바른 일에 뛰어들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노동조합

지난 10월 30일, 참여연대가 생긴 지 23년만에 첫 노동조합 창립총회가 열렸다.

 

앞으로 어떻게? 

한편으론, 시민운동 자체에 대한 사회인식이나 문화가 성숙하지 않은 대한민국 현실을 생각하면, 활동가의 낮은 임금이나 열악한 노동환경 등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활동가의 어려움은 단체나 조직의 어려움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여연대 노조 집행부의 생각은 다르다. 

 

최재혁 “어느 시민단체든 가용할 수 있는 재원들은 한정되어 있어요. 그 재원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해서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월급이든 업무량이든 사람의 관계든, 누군가가 혼자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식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다 같이 결정하자는 거죠. 그렇게 하려면 대화의 통로, 방법, 결정 과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고 더 나아가 시스템으로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거죠.”

황수영 “같이 결정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주말에 집회를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와 조직의 여러 문제들을 같이 결정하면 활동가들의 헌신도도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참여연대의 운영방식은 어떤가요?

유동림 “형식적으로는 상임집행위원회에서 결정을 하죠. 사무처장이 할 때도 있고. 케이스나 상황마다 다르긴 하지만, 간사들의 자발성이 제한적인 업무들이 많다고 느끼는 거죠.”

이조은 “가령, 저희는 사무처장 인선에 관여할 수 없어요. 임원 인선을 위한 소위원회에 간사들이 못 들어가거든요. 조직 내 갈등이 생겼을 때도 그 조정을 사무처장이 하도록 되어왔어요. 근데 사무처장이 업무도 과부하인 상태에서 모든 갈등을 중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요. 저희 생각엔 노동조합이 갈등을 조정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봐요.”

최재혁 “조직 내에 지시를 하는 누군가가 있어요. 결국 그 사람은 누군가의 노동력을 사용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인 거고 그럼 그에게 사측의 책임이 있는 거죠. 지시를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은 거기에 따른 의무가 있고요. 근데 그 관계가 시스템으로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업무든 활동가의 노동환경과 관련한 문제든 구성원 각자가 인적 네트워크로 해결해왔거든요. 그걸 제도화하는 게 노사관계라는 거죠.”

 

이렇게 단체로 인터뷰를 하는 건 나도 머리털 나고 처음이라 정신도 없고 정리도 어렵다. 노조를 설립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여기까지 듣는 걸로 하고, 이제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보자. 

 

황수영 “저희 임기가 2년이에요. 임기 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아서 노조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김미성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운동단체는 기존의 기업들과 성격이 다르니까 저희 노조도 기존의 노사관계와는 다른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저희가 새로운 시민사회단체 문화를 만드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조은 “참여연대를 롤모델로 하는 시민단체들이 많아요. 그런 면에서 저희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시민운동계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요. 참여연대의 변화가 다른 단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물으며 정신없는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노동조합

 

참여연대에 노조가 존재하는 이유는 이들의 대답 안에 있다.

 

활동과 노동의 함수 관계

지난 10월, ‘노조하기 좋은 세상 운동본부’가 출범했다. 기사 옆에 실린 사진 속엔 참여연대 활동가들이 현수막을 들고 서 있었다. 그때는 참여연대에 노조가 없을 때다. 나는 왠지 이 사진이 불편했다. 

 

누군가 말했다. 활동가들이 하는 것은 ‘활동’이지 ‘노동’이 아니라고. 이에 대해 몇 날을 고민했지만 난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누군가는 지시받은 업무를 기계적으로 하는 게 노동이라고 말한다. 난 단순하게 생각한다. 뼈와 근육을 움직이는 것, 그게 노동이라고. 내가 지난 16년 동안 누구의 지시도 없이 자발적으로 해온 육아와 가사 활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순도 100%의 노동이었다. 그래서 난, 사측은 없지만 가끔 파업을 한다. 나의 정체성이 엄마인지, 가사노동자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뼈와 근육에 대한 아낌과 배려이기 때문이다. 

 

내가 애정하는 참여연대의, 내가 애정하는 활동가들이 만들어낸 이 작은 변화가 세상을 크게 채울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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