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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12월
  • 2017.12.04
  • 52

그 ‘소녀’의 이야기

 

글.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태어날 때 세상을(鄭) 편안하게(康) 살아갈 놈(子)이라고 얻은 이름인데 아닌 것 같아 분한 마음이 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줄곧 일상의 재구조화를 꿈꾸며 사나보다.

 

소녀상

 

선배님, 

얼마 전 이효재 선생님께서 서울에 올라오셨습니다.

제주에서 마산으로 다시 거처를 옮기신 지 몇 날 며칠이 흘렀는데 회의다 촛불이다 바쁜 척하며 내려가 뵙지 못해 염치없어하던 터였지요. 일요일 아침 선생님을 모시고 시니어 타운에 기거하시는 윤정옥 선생님을 만나러 선생님 젊은 날의 추억이 물들어 있는 시청, 광화문, 신촌을 지나 양화대교를 건넜습니다.

 

두 노교수는 팔을 벌려 깊은 포옹을 하셨어요. 파안의 93세, 94세 소녀였습니다. 지켜보는 60이 넘은 저희들은 다시 20대 제자로 돌아갔고요. 이효재 선생님의 이번 서울 나들이의 가장 큰 목적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둘러보시는 것이었답니다.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37개 여성단체들이 힘을 모아 1990년 설립 초기 공동대표로 기초를 닦으셨던 이효재, 윤정옥 선생님께 2015년 12월 28일 한일 일본군위안부합의는 큰 아픔이고 맺힘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박물관도 살피시고 후배들을 격려하고 싶으셨던 게죠. 

 

많은 사람들은 마음속에 특별한 누구를 담고 살잖아요. 제 주위 분들은 그 어른으로 이효재 선생님을 얘기해요. 학문적 선배로, 여성운동의 대모로, 선생님처럼 살고 싶다는 롤모델로 말이죠. 그렇죠. 선생님은 한 시기 그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이슈를 놓치지 않으셨고 우리 제자들에게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늘 화두로 던져 주신 분이지요. 

친구의 사전적 의미는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입니다. 새삼 이 얼마나 정확한 해석인가. 나란히 앉아 정담을 나누시는 두 분 선생님의 모습을 마주하며 들었던 생각입니다.

 

이효재 선생님 친구, 윤정옥 선생님의 옛 얘기예요. 정대협이 활동을 시작하기 10년 전인 1980년 말 윤 선생님은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찾아 오키나와로 건너가셨고 이후 중국, 태국, 미얀마, 파푸아뉴기니까지 생존자의 증언을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당시 기생관광 반대운동을 꾸준히 해오던 한국교회여성연합회의 김혜원 선생님도 큰 힘을 보태셨다고 해요. 윤 선생님의 기록은 일본군 성노예에 대한 첫 고발이었고 운동의 시작에 큰 역할이었다고 평가하더군요.

 

저는 윤 선생님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화여전 1학년 학교를 자퇴하고 시골로 내려간 17세 윤정옥 학생이 후에 전해 들은 ‘끌려간’, ‘돌아오지 못하는’ 친구들의 얘기는 선생님을 강하게 묶어 세울 만큼의 큰 충격이었나 봅니다. 어쩌면 ‘나’일 수 있고 ‘우리’ 일 수 있는 그 ‘소녀’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 함께 풀어야 할 아픈, 누구도 다시 겪지 않아야 할 ‘역사’라는 깨달음이 선생님의 걸음을 멈추지 못하게 한 거지요.

 

그 나이든 ‘소녀들’의 어머니로 불리는 윤미향 정대협 대표는 벌써 25년이 넘게 할머니들 곁을 지키고 있답니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국과 일본에 알려지기 시작했지요. 그다음해부터 시작된 수요시위는 지난주 1,310회를 넘겼어요. 

 

2017년 우리의 세계여성폭력 추방의 날은 특별 이벤트가 있었어요. ‘일본정부가 법적으로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죄하고, 배상해야 우리의 명예가 회복되는 것이다’라고 주장해 오신 할머니들께 한국의 100만 시민이 인권상을 드렸답니다. 이 아름다운 계획을 설계하고 추진한 사람이 윤미향 대표였어요. 100일 동안, 100만 시민이 참여하여, 천 원씩 10억 원 모금도 함께 진행한 행사였죠. ‘끌려갔던 소녀’에게 해방은 곧 명예회복이겠죠. 또래의 수많은 학생들과 시민이 참여했지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법적 책임을 이행하게 하겠다는 약속에 할머니들은 함께 하시겠다고 화답하셨죠. 

 

이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문제지요. 전쟁과 성폭력, 우리와 비슷한 그런 피해를 입고 있는 여성에게 해결의 메시지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선배님, 혹시 들으셨나요. 내년 4월에는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이 서울에서 열릴 계획이랍니다. 준비위원회가 출범하였는데요, 시민평화법정은 2000년 일본 동경에서 열렸던 일본군 ‘위안부’ 국제여성전범법정을 모델로 삼고 있더군요. 아픈 한 역사가 다른 아픈 역사와 연결되어 서로를 보듬으며 갈 길을 일러주고 끌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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