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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12월
  • 2018.12.02
  • 46

가짜가 판치는 세상 

 

가짜가 넘쳐난다. 속고 속이는 세상 같다. 허위사실이 뉴스로 둔갑해 미디어에 등장하면 누구라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다. 단기간에 반복해서 보도되면 그 보도가 사실인 것처럼 느껴진다. 일단 퍼져 프레임이 짜지면 진실이 밝혀져도 뒤집지 못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누구나 호기심과 관심을 끌어볼 요량으로 조금은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말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이것이 입을 통해서 소문으로 느리게 퍼져나갔다면 지금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빛의 속도로 확산된다. 다양한 정보의 마당인 소셜미디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져 전통적인 매체조차 가짜를 가려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짜뉴스에 대응해 팩트체크를 해보지만 역부족이다. 

 

증오, 혐오, 선동의 위법적 표현을 포함한 소셜네트워크 게시물이 버젓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그에 따라 여론이 춤을 춘다.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불러올 이슈나 어젠다를 표적으로 삼는 가짜뉴스로 갈등과 대립의 골은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 

 

민주주의 교란범이라 진단하며, 검찰과 경찰의 대응을 촉구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문제다. 가짜뉴스유통방지법안도 등장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걸린다. 그러니 정보시장의 자정기능이나 디지털 시민의식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가려 읽고 확인된 것만 믿는 성숙한 시민이 고발하고 대항하는 길밖에 없다.  

 

가짜뉴스의 또 다른 얼굴, 분식회계

사회적 이슈가 된 또 다른 가짜의 대표는 분식회계다. 자신의 허물을 화장으로 가리려는 것은 본능적이며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누구에게 해가 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분식회계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의 왜곡·조작과 같은 분식의 방법을 취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와 회계법인이 유착해 상장을 앞두고 회사의 순자산과 이익을 부풀리면 주주와 채권자들의 판단이 왜곡되어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안긴다. 나아가 해당 기업의 신용도는 추락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이미지는 나빠진다. 이같은 비윤리적 일탈행위는 범죄다. 

 

탐욕에 눈이 먼 경영진이 회계법인의 묵인 아래 자본시장의 질서를 흔드는 중대한 금융범죄를 범하는 것이다. 경영권승계와 같은 다른 목적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면 더 큰 문제다. 금융당국도 눈감고 여러 내외부 감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탐욕은 거침이 없다. 분식회계가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이유다. 

 

성숙한 시민과 시민단체의 눈이 가짜탐지기

회계에 분칠하여 그럴듯하게 포장한 기업이 이름깨나 있는 재벌기업이면 설마 회계장부 조작까지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덜 의심을 받는다. 고의 분식회계가 명백함에도 이제야 밝혀진 이유도 거기에 있다. 금융당국을 비난하고, 분식회계를 한 기업을 손가락질해야 함에도 분식회계의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만 욕먹는다. 그냥 내버려 두어도 될 일을 긁어 부스럼을 냈다는 식이다. 진보 정권과 시민단체의 반(反)기업 정서를 의식한 정치적 결정으로 비하한다. 

 

가짜를 만들어낸 재벌권력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그들과 한 통속인 보수 언론이 편을 든다. 그 재벌 덕에 우리가 먹고 사는데 그깟 분칠이 뭐라고 분칠을 벗겨내 속살이 드러나게 하느냐는 투다. 신성장산업인 바이오의 싹을 잘라버리는 결과라면서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투자위축을 걱정해 주기도 한다. 

 

투명한 회계와 윤리경영으로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것이 정상인데 어렵게 성장한 기업을 망가트렸다고 비난한다. 분식회계로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고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친 기업은 놔두고 눈감아 주지 않은 시민단체만 공공의 적으로 만든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한 행정, 기업 내외부의 하나마나한 감사, 부정과 편법을 써도 대기업 편드는 언론, 고발을 받고도 미적대는 수사기관, 어느 곳 하나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 생기는 문제다. 결국 성숙한 시민 밖에 없다. 성숙한 시민의 깨어있는 눈이 가짜를 탐지해내니 그나마 다행이다. 건강한 시민단체의 감시망이라는 팩트체크 시스템이 작동하니 안심이다. 

 

월간참여사회 2018년 12월호(통권 261호)

 


글.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형법학자다. 참여연대 초창기부터 사법을 감시하고 개혁하는 일에 참여했다. ‘성실함이 만드는 신뢰감’이라는 이미지가 한결같도록 애써야겠다.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서초구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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