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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1-2월
  • 2019.01.03
  • 842

특집 4_우리들의 일그러진 대학

개정 강사법 논란,
누구의 책임인가

글. 김명환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강사법’이라고 부르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불러온 논란과 갈등이 법 개정 후에도 가라앉을 줄 모른다. 한 학기 준비기간을 거쳐 2019년 2학기부터 시행되지만 적지 않은 부작용이 계속될 것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질 만큼 알려져 있듯이, 가장 큰 문제는 개정강사법의 혜택을 입어야 할 시간강사들이 도리어 대량해고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어이없는 사실이다. 

 

대학 사정을 잘 모르는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의문을 품게 된다. 강사법 개정 내용이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것은 아닌가? 그토록 부작용이 크다면 차라리 그냥 과거처럼 하는 것이 옳지 않나? 이런 물음에 답하려면 개정 강사법의 역사를 간략하게라도 살펴야 한다.  

 

강사법 개정의 배경 

2010년 5월 조선대 시간강사였던 서 모 박사가 취업을 미끼로 자신에게 논문 대필을 강요하는 등 오랜 기간 착취를 일삼았던 한 전임교수의 행태를 폭로하며 목숨을 끊은 비극을 계기로 강사제도 개선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처우에 따른 생활고, 대학 당국이나 전임교수의 갑질과 착취 등으로 목숨을 버린 박사들은 많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2월 이해관계자들의 의사수렴도 없이 국회를 통과한 강사법 개정안은 시간강사든 대학 당국이든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 법에 따르면, 강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시간강사에게 학기당 9시간, 보통 3과목을 의무적으로 배정해야 했다. 이처럼 경직된 규정은 대학 현장에서 실행이 불가능할뿐더러, 가령 학기당 한 과목을 맡아온 강사 세 명의 수업을 빼앗아 한 사람에게 몰아줌으로써 대량해고를 불러올 악법이었다. 결국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이 여러 해 거듭 유예되는 촌극을 빚었지만, 그 사이에 대학들이 법 시행을 대비하며 시간강사와 개설 과목을 줄임으로써 빚어진 폐해는 엄청나다.

 

촛불의 힘으로 정권 교체가 분명해진 2017년 3월부터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가 5개월을 활동한 끝에 마침내 새 개정안이 나왔다. 이 협의회는 국회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대학과 강사 등, 이해 당사자들과 국회 추천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매주 정기회의 18회, 집중 워크숍 2회, 공청회, 자문의견 청취 등을 거쳐 합의에 이르렀다. 특히 의견차가 심했던 대학강사노조와 한국비정규교수노조가 합의에 성공했다는 점도 강조해야 옳다. 강사들 내부에서 미흡한 법안이라는 반발도 컸지만, 어쨌든 촛불정신다운 연대와 타협의 노력이 일궈낸 결과였다.

 

강사법 갈등의 세 가지 원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처럼 혼란이 빚어질까? 여기에는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 교육의 질보다 돈만 생각하는 대학 당국, 특히 사립대학의 뿌리 깊은 체질, 둘째, 고등교육 발전에 무관심하며 관련 예산 확보에 소극적인 정부와 국회, 마지막으로 시간강사를 비롯한 비정규교수의 희생에 대한 정규직 전임교수의 무관심이다.

 

현재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큰 책임은 대학 당국에 있다. 대학들은 예산을 아끼기 위해 ‘시간강사 제로’를 목표로 강좌수를 줄이고 대형 강의를 늘리며 심지어 졸업학점 축소를 남몰래 계획하는 등 교육의 질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마침내 전임교수의 강의 시간을 늘리는 일까지 강요하고 있으니 정규직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셈이다.

 

서울의 유수한 한 사립대는 언론에 유출된 문건에서 다음 학기 시간강사를 겸임교원 최우선으로 하는 지침을 담았다. 다른 직업을 가진 시간강사를 뜻하는 겸임교원은 퇴직금과 4대보험 지급 등에서 대학이 부담할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심지어 몇몇 대학은 현재 근무 중인 시간강사들에게 다른 곳에서 재직증명서를 만들어 오라는 어이없는 압력을 넣기도 한다. 한마디로, 대학들이 최근 사회적 공분을 낳은 사립유치원의 행태와 다를 바 없는 짓을 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의 책임도 못지않다. 잘 알려져 있듯이, 2000년대의 평균 등록금 상승률은 평균 물가 상승률 3.2%의 약 2배인 6.3%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대학교육의 질 향상을 체감할 수 없었다. 상당수 사립대는 엄청난 적립금을 쌓아 두는가 하면, 학생 등록금을 빼돌리는 격인 사학비리도 여전했다. 

 

결국 이런 사정을 배경으로 ‘반값등록금’이라는 사회적 의제가 등장했고, 지난 10여 년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걸쳐 ‘반값등록금’ 달성을 위한 대학 등록금 동결 내지 인하 정책과 국가장학금 정책이 실시되었다. 그러나 이와 병행되어야 할 고등교육 투자 확대는 외면당했고, 대학교육의 질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 결과 현재 대학생 1인당 순교육비는 OECD 국가 중 밑바닥이며, 심지어 국내의 초등학생과 중등학생 1인당 교육비에 비해서도 낮은 기막힌 현실이 빚어졌다.

 

강사법 갈등에서 정규직 전임교수의 무거운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의 대학을 유지하기 위해 치르는 강사의 희생에 무관심하거나 애써 눈을 감아온 전임교수들은 대학 당국이 예산 절감을 이유로 자신들의 강의 시수를 늘리려고 하자 비로소 강사법이 잘못되었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남부끄러운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동료 연구자로서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며 그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학개혁 방안과 대학교육의 질을 고민해야 옳다. 개정 강사법을 대학 구조조정의 기회로 악용하는 대학 당국의 기막힌 작태는 전임교수들의 협력과 방조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 또한 강조하고 싶다.

 

문재인 정부의 과제, 대학 구성원들의 과제  

문재인 정부도 등록금 동결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입학금까지 폐지하는 가운데, 대학 교육의 질을 개선할 획기적인 예산 확보를 외면하고 있어 과연 이전 정부와 질적인 차이가 있느냐는 회의적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강사법 개정에 따라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당연히 예산 증액이 필요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사립대에는 인건비 지원이 불가하다고 버티면서 고등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국회에서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550억이 논의되기는 했지만, 결국 288억으로 깎이고 말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주무 부처인 교육부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상황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개정 강사법은 완벽하지 않다. 당장 3년간 임용 절차를 보장하는 데 불과하다지만, 이제 교원의 법적 지위를 회복한 시간강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3년 후에도 임용계약 갱신을 기대할 법적 권리가 있다. 이런 변화가 급격한 대학구조조정 국면에서 앞으로 신진박사의 강의 기회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는 가볍게 무시하기는 어렵다. 지금부터 모든 대학 구성원들이 스스로 대학의 주역으로 나서서 대학 자치를 실현해야 하며, 이를 통해 정부와 국회의 고등교육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투자 없이 교육의 질은 없다. 투자 없이 나라의 성장 잠재력은 고갈된다. 촛불혁명의 또 다른 고비가 여기에 있다. 

월간참여사회 2019년 1-2월 합본호(통권 262호)

 


 

 

특집우리들의 일그러진 대학 2019년 1-2월 합본호 월간 참여사회 

1. 어느 교수의 부끄러운 고백 서영표

2. 그들이 대학을 사유하는 법 김정인

3. 대학 카스트제도 맨 아래, 대학원생이 있다 신정욱

4. 개정 강사법 논란, 누구의 책임인가 김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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