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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9월
  • 2019.09.01
  • 1016

물이 살아야
세상이 산다

 

‘죽음과 불임의 인공 호수’가 되어버린 4대강

이명박 정부가 ‘4대강 마스터플랜’이란 걸 발표한 지 꼭 10년이 흘렀다. 당시 이것을 발표하던 기자회견장에는 ‘1,000일의 약속, 4대강아 깨어나라!’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내걸렸다. 1,000일은 사업 기간을 말한다. 즉, 2년 7개월여라는 짧은 기간에 강바닥을 마구 파헤치고 16개의 보를 쌓아 4대강의 물길을 토막토막 끊겠다는 게 4대강 사업의 실체였다. 4대강은 이 나라 생태계와 뭇 생명의 젖줄을 이루며 유구한 세월을 흘러왔다. 그런 4대강이 고작 5년짜리 정부 아래서 졸지에 ‘죽음과 불임의 인공 호수’로 변하고 말았다. 그들은 자연을 상대로 하여 벌인 이 전쟁 같은 초대형 토목공사를 ‘4대강 살리기’라고 우겼다. 본래부터 멀쩡하게 깨어 있고 살아 있던 강을 향해 “깨어나라”고 외쳤다. 미친 짓이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의 5대 핵심 추진 과제를 다음과 같이 내세웠다. △ 수해 예방을 위한 유기적 홍수 방어 △물 부족에 대비한 풍부한 수자원 확보 △ 수질 개선 및 생태 복원 △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복합 공간 창조 △ 강 중심의 지역발전. 잘 알다시피 이 가운데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 거짓말로 판명 났다. ‘4대강 살리기’가 아니라 ‘4대강 죽이기’였다.

반면 4대강 사업 반대 측에서 쏟아냈던 우려와 예측들은 어김없이 현실이 되었다. ‘녹조 라떼’를 넘어 ‘녹조 반죽’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강의 수질이 치명적으로 나빠진 것이 대표적이다. 강을 기반으로 하여 살아가는 동식물이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이른바 ‘생태계 사막화’를 비롯해 강 생태계 전반이 엉망진창이 됐다.

 

특히 낙동강 유역에서는 사람들이 먹는 식수의 안전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 사업에 쏟아 부은 22조 원이 넘는 예산의 대부분은 대형 건설자본들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갔다. 건설 업체들은 동종 업계 출신 대통령을 맞아 강에서 모래를 파내는 게 아니라 ‘노다지’를 캐내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지역경제 살리기나 유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먼 환멸의 돈 잔치였다. 이명박 정부가 내건 ‘녹색성장’의 실체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4대강 재자연화, 어디로 흐르고 있나

이제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4대강 재자연화를 서둘러야 한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대국민 공약이기도 하다. 핵심은 보의 철거와 해체다. 강을 본래 모습 그대로 되돌릴 수 있는 가장 적확한 방법이 이것이다. 물론 당장 모든 보를 한꺼번에 없앨 순 없다. 각각의 보와 강의 사정을 면밀히 헤아려 먼저 철거할 것은 철거하되, 나머지 것들은 우선 수문부터 열어 강물이 제대로 흐르도록 해야 한다. 
 

한데, 지금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재자연화는 너무 더디고 어설프다. 특히, 현재 보를 개방한 금강과 영산강과는 달리 낙동강과 한강의 보 개방 실험은 대단히 지지부진하다. 지난 2월 환경부의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는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 가운데 3개를 해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목할 것은 금강이다. 금강은 보를 완전히 개방하자 빠른 속도로 자연이 되살아나고 생명이 되돌아오고 있다. 보를 해체하면 강은 머잖아 본래 모습을 되찾는다는 사실을 강 자체가 증명하고 있다. 자연이 답이다. 자연이 가르쳐주는 대로 하면 된다. 보 처리를 미룰수록 지금 있는 보를 전제로 하여 이루어지는 유역 주민들의 생활방식이나 지역의 경제 운용 형태가 고착될 가능성이 커진다. 농사나 토지 이용 등에서 특히 그러하다.

 

흔히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빨리빨리’ 문화에 찌든 우리 사회에서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하지만 속도가 더 중요할 때도 있는 법이다. 방향이 옳다면 신속하고 과감하게 일을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 ‘개혁’이라고 하는 것도 그렇잖은가. 숱하게 경험했듯이, 이리 재고 저리 재며 어영부영하다가 ‘타이밍’을 놓치면 반동 기득권 세력의 저항 등으로 물 건너가기 십상인 게 개혁이다. 

 

4대강 재자연화도 마찬가지다. 마침 지난 6월 세계 160여 개 비정부기구가 4대강 보를 해체해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수많은 세계 사람이 4대강의 미래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의 강은 동시에 지구의 강이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성명을 발표한 이유를 밝혔다. 자연형 하천으로의 복원은 세계적인 추세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9월호 (통권 268호)

6월 8일, 환경단체들이 금강 청벽 앞 모래톱에서 4대강 보의 완전 해체를 촉구하는 대형 현수막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물길 막는 권력은 말길도 막힌다

한쪽에서는 이런 문제제기를 한다.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만들어놓은 것을 굳이 또다시 돈을 들여 없애야 하는가? 이미 들어간 돈이 아깝지 않은가? 아니다. 이는 전형적인 기득권 논리다. 그동안도 수많은 쓸데없는 대형 사업이나 토목공사가 이렇게 ‘일단 지르고 보자’라는 식으로 벌어지곤 했다. 나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돈이 좀 들더라도 잘못된 일은 철저히 바로잡아놓는 것이 길게 보면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 이런 따끔하고도 뼈아픈 ‘예방주사’를 맞아야 이후에 또다시 어리석고 무책임한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선례를 확고하게 세워두어야 앞으로 또 발생할지도 모르는 불필요한 낭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나는 4대강 재자연화가 우리 역사에 이런 소중한 교훈으로 남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사실은, 4대강 보를 없애는 것은 그 자체로도 ‘경제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대로 둘 경우 이것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끝없이 드는 탓이다. 또 하나 경계할 일이 있다. 정부여당을 포함해 어떤 정치세력이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표심’ 운운하면서 4대강 재자연화 작업에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을 개입시키는 게 그것이다. 이래선 안 된다.  

 

모든 사물은 움직임 속에서만 스스로 자신이 무엇인지를 드러낸다. 움직이지 않는 물, 흐르지 않는 물은 죽은 물이다. 물길을 막는 권력은 말길[言路]도 막기 마련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보여주듯이 물이 죽은 사회에서는 민주주의도 죽는다. 물이 살아야 세상이 살고 생명이 산다.  

 


글. 장성익 환경과생명연구소 소장

녹색 잡지 <환경과생명>, <녹색평론> 등의 편집주간을 지냈다. 환경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주제로 책 집필, 학술 연구, 출판 기획, 대중 강연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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