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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10월
  • 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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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달 연대기,  
이종의 연대기가 되기를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시즌1이 종영했다. 총 세 개 파트로 나누어 방영된 시즌1의 평균 시청률은 7%를 겨우 넘었다. 아직까진 초호화 출연진과 500억이 넘는 제작비가 무색하다. 글로벌 배급에 기대어 여러 미디어 사업을 구상한 데 걸맞지 않는다고 했다. 역대 드라마 편성이 줄어든 적이 한 번도 없는 한국이라지만, 유독 상고사上古史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 약하다는 일설을 증명하는 듯하다. 어디서 본 듯한 허술한 CG나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제작 환경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아마 이 둘은 관계가 있을 것이고, 한류를 빙자해 이처럼 무리하는 제작환경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달 연대기>에는 시즌2를 기대하게 하는 특별함이 존재한다. 극중 타곤장동건 분과 은섬/사야1인 2역, 송중기 분와 그들과 짝을 이루는 태알하김옥빈 분와 탄야김지원 분, 이들 등장인물의 관계는 권력과 평등의 대립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아스달’이라는 문명에 대한 ‘이아르크’라는 자연의 도전이다. 아직까지는 전자의 승리이다. 타곤-태알하는 연맹을 넘어 아스달이라는 나라를 만들었고, 외부세력인 은섬-탄야는 아스달에 대항할 힘을 구하고 있다. <아스달연대기>의 이러한 이야기 구도는 종종 지난 10년간 세간의 화제였던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비교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봉건왕정에서 공화체제로의 이전이 아니라, 그에 앞선 고대연맹에서 중앙집권으로의 전환을 그려내고 있다.

 

물론 두 드라마 모두 배스터드bastard, 즉 서자들이 전쟁의 중심에 있다. 인정받지 못하거나 숨겨진 아들이 제 모습과 능력을 드러내 아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 이 선형적이며 진보적인 세계관은 또한 전형적으로 근대적이다. 그 구조에서 어떤 여성은 남성에 버금가는 권력을 욕망하고, 또 다른 여성은 남성과 다른 신성神聖으로 권위를 가지기도 한다. 그렇다 해도 이 여성들은 결국 왕 또는 영웅인 남성과 고투하다 서사에서 돌출되거나 흐릿해지고 만다. 이 드라마 역시 남성 캐릭터 타곤과 은섬/사야의 대결이 시종일관 조명되는 반면 극중 태알하와 탄야의 존재 의의는 남성 캐릭터들에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여성들은 결국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유산을 잇는 역할을 수행하며 여전히 전통에 갇힌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0월호 (통권 269 호)

가상의 땅 ‘아스’의 상고시대를 배경으로 한 tvN<아스달 연대기>는 이상적 국가의 탄생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투쟁과 화합, 그리고 사랑에 대한 신화적 영웅담을 담은 드라마로 방영 전부터 초호화 캐스팅과 제작비로 기대를 모았으나 방영 후 완성도를 둘러싸고 평가가 엇갈렸다. 시즌1은 총 18부작으로 각각 Part1,2와 Part3을 나눠서 방영했다. ⒸtvN

 

탈식민 상태를 극복하려는 소수자들의 연대기

그렇다면 시즌2를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 드라마가 ‘남녀’를 비롯해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세계를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기에는 벽 밖의 존재들, 즉 종족이 다른 이종異種의 타자에 대한 상상이 깔려있다. 도시와 군대 등 인간의 문명으로 세워지고 또 무너지는 거대한 장벽을 말할 때 <아스달 연대기>는 그 문명 바깥의 존재들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스달과 이아르크 사이의 거대한 단층지대인 ‘대흑벽’ 바깥에는 공격적인 야만인과 공포스러운 좀비가 아니라 평화로운 ‘와한족’과 자족하는 ‘뇌안탈’이 살아왔다. 그러다 이 아스달의 장벽은 밖의 타자로부터가 아니라 결국 그 안에 살아가는 인간들의 탐욕에 의해 무너진다. 위협하는 타자는 제국의 불안을 드러내지만, 이렇듯 위협받는 타자는 식민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강제로 자기 땅에서 내쫓긴 피식민지인들의 역사를 상기시킨다. 극중 은섬이 통일하려는 ‘아고족’은 마치 한반도의 남과 북처럼 외부 이간질에 의해 분열돼 탈출구 없는 고통을 겪는다. 흥미롭게도 <왕좌의 게임>의 서자가 사실은 순종 로열, 즉 왕자였던 것과 달리 의미심장하게도 <아스달 연대기>의 영웅은 온전한 인간이 아니다. 한 마디로 이 이야기는 종족이 다른 이종異種의 상태를 계속해서 드러낸다. ‘새녘족’, ‘흰산족’, ‘해족’ 등 언어와 역사, 문화가 서로 다른 부족들이 등장하고 거기에 더해 아예 인간과는 피 색깔부터 다른 ‘뇌안탈’, 그리고 그 둘의 혼종인 ‘이그트’가 있다.

 

그리고 왕으로서 전부를 갖겠다는 타곤 역시 이종인 이그트다. 그는 자신의 다름 때문에 그 다름을 배제하는 전형적인 식민주체의 심리를 드러낸다. “겁쟁이들. 자신과 다른 걸 두려워하니까. 그래서 죽이는 거지.”라는 탄야의 말처럼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이러한 가르침은 계승되지 않은 채 시즌1은 막을 내린다. 아스달로 이주한 그녀의 사람들조차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고향 없음unhomeliness’의 상태는 이미 변한 고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탈식민의 상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왕이 된 남자는 또 다른 외부의 야만을 정복하는 것으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한다. 그의 ‘백성’들은 더 큰 위협 앞에서 권력자의 전쟁을 기꺼이 수행하려고 한다.

 

바라건대 시즌2에서는 영웅들의 연대기年代記가 아니라 ‘여성’을 포함해 차이를 가진 존재들이 펼치는 이종異種들의 연대기連帶記가 되기를. 그리하여 보편적인 판타지나 제국의 서사와는 다른 이야기를 보여줬으면 한다. 사실 여성에 대한 가부장적 지배와 소위 야만을 향한 문명의 억압은 꼭 닮아있다. ‘여성서사’는 단지 여성이 다수로, 강렬하게 등장하는 것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강함이 어떤 약함을 상정하는지, 그 위계와 차별적 인식의 중층적 지형도를 짐작하게 하는 것이 ‘여성서사’라고 할 수 있다. 극중 아스달도 지배하지 못한 소수 모모족의 여성 지존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 모든 물은 이어져 있으니, 어느 곳이든 나의 고향”. 이 유연한 상상이 차이의 정치와 연대의 실천으로 교차되기를. 

 


글. 류진희 원광대 HK+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 

동아시아학과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했다. 탈/식민 서사, 장르, 매체를 횡단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관심 있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소녀들』,『그런 남자는 없다』, 『문학을 부수는 문학들』를 같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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