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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19년 12월
  • 2019.11.28
  • 410

등산하는데 ‘문화재 관람료’를 왜 내야 하죠? 

문화재 관람료 폐지 캠페인 현장을 가다  

 

글. 심현덕 시민참여팀 간사

 

 

지리산 천은사 문화재 관람료는 폐지됐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34%가 등산을 즐길 정도로 등산은 온 국민의 취미입니다. 돈 안 드는 최고의 운동이란 수식어가 무색하게 산 입구의 매표소는 등산객을 그냥 지나치게 두지 않습니다. 

 

지리산 성삼재로 향하는 861번 지방도를 따라 지리산을 향해 가다 보면 매표소가 하나 나오는데, 매표소 관리인은 차를 세워 탑승자 수만큼 인당 1,600원(성인기준)을 요구합니다. 천은사가 운영하는 이 매표소는 등산객뿐 아니라 산을 지나는 모든 사람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습니다. 「문화재보호법」에는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천은사에 소재한 보물을 관람하지 않는 단순 등산객에게도 문화재 관람료를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매표소와 천은사 간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500m도 넘는데 말이죠.

 

2000년, 참여연대는 이러한 부당한 문화재 관람료 징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리산 천은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했습니다. 그리고 2002년 대법원은 천은사가 등산객에도 예외 없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후 소식은 두고두고 등산객들에게 호응을 받았고 2019년, 드디어 전라남도와 천은사는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합의했습니다. 

 

이렇게 천은사의 문화재 관람료 문제는 일단락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찰이 등산객과 사찰입장객 구분하지 않고 문화재 관람료를 받습니다. 계룡산 동학사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참여연대는 문화재 관람료 폐지 캠페인을 목적으로 8월 14일부터 10월 14일까지 두 달간 ‘카카오같이가치’를 통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였고, 그렇게 모인 소중한 금액 1,111,900원으로 지난 10월 26일, 계룡산 동학사에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2월호(통권 271호)

10월 26일, 계룡산 동학사 앞에서 시민캠페인단이 문화재 관람료 폐지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시민캠페인단, 계룡산 동학사로 향하다

그날은 마침 단풍이 절정이던 날이었어요. 25명의 캠페인 참여자들은 계룡산 동학사 매표소 앞에서 현수막을 펼쳐 들고 작은 스피커를 어깨에 메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부당한 문화재 관람료, 폐지하라!”

“무분별한 문화재 관람료, 거부한다!”

 

우연히 계룡산으로 나들이 왔던 시민들도 박수를 치며 시민캠페인단에 열렬한 응원을 보내줬습니다. 그만큼 문화재 관람료는 많은 시민에게 불만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시민들과 행진을 하며 매표소도 통과하고, 기존에 관람표를 확인하던 곳도 통과했습니다. 이어 시민캠페인단은 매표소 옆에 자리를 잡고 계룡산을 방문한 등산객들을 대상으로 문화재 관람료 폐지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리플렛을 나누고 서명운동도 전개한 결과 불과 네 시간여 만에 1,641명의 시민이 서명에 동참해주었습니다. 

 

“국립공원 입장료는 2007년 이후로 무료입니다. 이곳에 있는 매표소는 국립공원의 매표소가 아니라 동학사 방문 매표소입니다. 동학사를 방문하지 않고 단순히 등산, 나들이만 하실 분은 통행료를 내실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통행료를 냈던 이유는 동학사 측이 통행료를 내지 않으면 통과시켜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제 당당히 부당한 문화재 관람료를 거부하세요.”

 

지나가는 시민 중에는 국립공원이 입장료를 받는 곳 아니었냐며 깜짝 놀라는 사람도 있었고, 하산하던 한 등산객은 아침 일찍 오지 그랬냐며 입장할 때 이미 돈을 내서 아쉽다고 했습니다. 또 어떤 시민은 동학사 매표소를 향해서 ‘왜 이제껏 당연하다는 듯이 돈을 받았냐’며 역정을 내더니 지금이라도 환불을 받아야겠다고 매표소로 달려가셨지요.

 

캠페인이 진행될수록 시민들은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고, 입장권을 사지 않고 당당히 입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매표소 직원들은 시민캠페인단을 향해 왜 영업을 방해하느냐고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통행료 없이 입장하려는 분들을 막아서고 표 끊어오라며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매표소 직원들은 저희에게 캠페인을 그만두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굴하지 않고 캠페인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급기야 동학사 스님이 오셔서 국립공원 진입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입장료를 내지 않으면 들여보내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길을 봉쇄하고 통과시켜주지 않는다며 시민들의 강한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지나가려는 사람과 통행을 막으려는 사람이 뒤엉켜 혼란이 이어지자 결국 경찰이 중재에 나섰고 스님은 이내 동학사로 올라가 자취를 감췄습니다. 시민들이 승리한 셈입니다.

 

‘깜깜이’ 문화재 관람료 내역 공개하고 당장 페지해야

비록 캠페인을 하는 동안에는 문화재 관람료 징수가 중단되었지만 설악산 신흥사, 주왕산 대전사, 속리산 법주사 등 전국 20여 개 국립공원 내 사찰들은 여전히 사찰을 관람하지 않는 일반 시민과 등산객들에게까지 인당 3~4천 원의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습니다. 

 

국립공원과 문화재의 관리·보존을 위해 국민들이 내는 세금과 중복될 뿐 아니라, 사용 출처도 ‘깜깜이’인 사찰들의 쌈짓돈이나 다름없는 문화재 관람료는 전면 폐지해야 합니다. 사찰 측은 이미 국보 및 보물을 유지관리하는 데에 충분한 재원을 문화재청으로부터 받고 있습니다. 문화재 관람료를 굳이 받아야겠다면, 사찰 측은 먼저 문화재 관람료 수입과 지출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문화재 관람료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애꿎은 시민들에게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도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야겠다면, 좋습니다. 매표소를 사찰 앞으로 옮기십시오. 단순히 등산과 나들이를 하려는 시민들에게 ‘산적’이 되지 마십시오. 계룡산 동학사와 조계종은 시민캠페인단이 받았던 시민들의 응원과 동학사를 향한 원망을 자세히 살펴보고 다시는 시민들의 지탄을 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2월호(통권 2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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