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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19년 12월
  • 2019.11.28
  • 440

국경을 넘은 연대, 홍콩을 생각하다

홍콩 민간인권전선 부의장 방한에 부쳐 

 

글. 전은경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시위로 인해 숨진 홍콩 청년을 추모하며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홍콩시위에 참가했다가 숨진 22세 청년 차우츠록周梓樂을 추모하며 찬송가 <Sing Hallelujah to the Lord>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촛불 앞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차우츠록의 사진이 놓여 있고, ‘홍콩 시민들과 함께 하겠습니다We stand with HK people’, ‘홍콩 정부는 폭력 진압 중단하라’ 등의 손피켓이 촛불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바람에 자꾸만 꺼져가는 촛불을 손으로 막으며 꺼진 촛불에 다시, 또다시 불을 붙입니다. 홍콩 경찰의 무차별적인 폭력진압과 과도한 대응으로 희생당한 한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 앞에 모두가 참담함을 느낀 그런 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청년의 죽음에 누구보다 마음 아파하는 홍콩의 한 활동가가 제 옆에 서 있었습니다. 

 

얀 호 라이黎恩灝, 에릭이라는 영어 이름이 더 친숙한 그는 홍콩 시민사회단체와 정당을 포함해 48개의 그룹이 함께하는 홍콩 최대 규모의 연합조직인 민간인권전선民間人權陣線의 부의장입니다. 지난 9월, 국가인권기구 관련 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정치개혁이 없다면 시위는 세대를 통해 계속될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석 달이 지난 지금도 홍콩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의 한국 방문을 기다렸습니다. 국내 언론을 통해 확인할 수 없는 홍콩의 상황, 운동의 고민들, 한국이 어떻게 홍콩과 연대할 수 있을지 직접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에릭이 한국에 도착하던 날,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하려다 주차장에서 추락한 차우츠록은 끝내 숨을 거두었습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 소식을 접한 에릭은 지난 50년간 홍콩의 사회운동을 통틀어 누군가 목숨을 잃은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차우츠록을 보며 이한열이 떠올랐다는 그의 말에 홍콩과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홍콩 시민들의 끈질긴 저항

지난 3월 말 송환법 개정 반대에서 시작된 홍콩 시위는 8개월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5대 요구 중 어느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五大訴求 缺一不可”며 계속해서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홍콩 시민들의 끈질긴 저항이 이처럼 계속되는 이유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뿐 아니라 홍콩 경찰의 폭력 진압과 과도한 대응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이번에 방한한 에릭 역시 홍콩 경찰이 강경진압을 하며 시위대를 압박하지만, 이는 시민들의 반감만을 키우고 시위대가 폭력적인 방식을 택하도록 내몰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홍콩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진압봉을 휘두르고 최루탄을 쏘는 등 무차별적 진압을 벌였고, 물대포 발사, 특공대 투입에 이어 실탄 사격까지 불사했습니다. 홍콩 정부가 시민의 요구에 답하는 대신 강경진압을 택한 것입니다. 

 

지난 10월 1일에는 시위 참여자인 중등학교 5학년 학생이 경찰의 실탄에 맞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심장에서 불과 3cm 벗어난 가슴을 정면으로 가격한 것은 어떠한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공격적인 행위였습니다. 이후에도 홍콩 경찰은 14세 학생의 다리에 실탄을 발사하고, 이 학생을 폭동과 경찰관 폭행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11월 11일에는 아무런 무기도 소지하지 않은 맨몸의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 임산부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찍어 누르는 모습 등 실시간 전해지는 홍콩 경찰의 폭력은 눈 뜨고 보고 있기조차 힘듭니다. 

 

뿐만 아니라 홍콩 경찰의 검거 작전은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쇼핑몰, 대학, 성당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진입해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습니다. 체포된 사람 중에는 11세 어린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홍콩 정부가 시민들의 정당한 의사표현과 집회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준은 도를 넘어섰고, 이미 4,500명 이상이 체포된 상황입니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2월호(통권 271호)

11월 9일, 서울 홍대입구역 7번 출구 앞 윗잔다리공원 인근 광장에서 한국-홍콩 민주주의 공동행동 연대집회가 열렸다

 

홍콩의 마지막 편지

 

“어머니, 아버지. 이 편지를 보실 때 저는 체포되어 있을 수도 아니면 죽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부모님이 보시기에 소위 쓸모있는 사람이 되려고 학교에서도 일터에서도 늘 애썼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보다도 이기적인 겁쟁이가 아니라 양심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겁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뉴욕타임스>가 제작한 ‘Hong Kong, The Last Letters’라는 제목의 영상 일부입니다. 시위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작별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영상 속 홍콩의 젊은이들은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과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부모와 친구에게 유서를 쓰고 계단에 주저앉아 우는 홍콩 청년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홍콩의 많은 시민들은 5.18광주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그리고 지난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민주화의 길을 걸어온 한국 시민들이 그들의 손을 잡아주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에릭은 홍콩시위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홍콩의 시민들은 한국 영화 <1987>, <택시운전사>, <변호인> 등을 보며 한국의 시민들이 어떻게 저항했는지를 알고 싶고, 교류하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과거 한국 시민들도 겪었던 고통을 똑같이 마주하고 있는 홍콩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국의 군부독재 시절 국제사회가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관심과 지지를 표한 것처럼 이제는 한국도 홍콩에서 일어나는 민주화 열망에 더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홍콩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 “당사자 간에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참 아쉽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당선 이후 “국제인권 증진에 건설적으로 기여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국제 사회가 평가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던 정부입니다. 정부는 이사국으로서 주요 국제 인권 문제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전 세계 인권위기 상황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보편적 인권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있는 홍콩의 상황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국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에릭과 함께 국회를 방문하기까지 수많은 공문을 보내고, 연락을 취했지만 진심으로 홍콩의 오늘을 걱정하고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겠다는 의원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홍콩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었을 텐데 말입니다.  

 

홍콩과 중국 정부는 시민들의 분노에 더 이상 폭력으로 답해서는 안 됩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향한 시민들의 요구가 이어지는 이유를 직시하고,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오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홍콩의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하고 복면금지법과 같은 수단으로 시민들의 기본권을 억압해선 안 됩니다. 최루가스와 고무탄 등 무기 동원과 자의적인 폭력 행사로 해결되는 것은 없습니다.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의사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에릭이 떠나던 날 옆에 있던 누군가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살아서 꼭 다시 만나자고. 쓴웃음을 짓게 만든 그 말이 간절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홍콩의 거리에 있을 수많은 시민들에게 따뜻한 연대의 인사를 전합니다. 

 

송환법 철회,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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