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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19년 12월
  • 20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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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사회 X 지역사회 만 - 지리산 편

찬바람 불면 가고 싶어지는 곳 

다른 목소리들을 잇는 지리산 공동체-이음 임현택 사무국장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2월호(통권 271호)

 

이음은 ‘잇는다’는 뜻이겠네요?

잇는다는 뜻도 있고, 다른 소리라는 뜻도 있어요. 지리산을 잇겠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겠다 이런 뜻이죠.

 

사무국장님은 부산에서 활동을 하시다가 지리산으로 오셨어요. 

부산 민주공원을 운영하는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에서 8년 정도 일을 했어요. 그런데 둘째 아이가 아토피 때문에 몸이 많이 안 좋아서 쉬면서 아이를 돌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고민을 하다가 2012년 초 하던 일을 그만두고 교사인 부인과 같이 지리산으로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이런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기보다 살러 들어온 거였어요. 지리산 마을에 들어간다고 하니까 많은 분들이 산내에 가면 조양호라는 사람이 있다고 만나보라고 하더라고요. 

 

‘함께하는시민행동’에서 활동가했고 ‘더 체인지’, ‘더 이음’하고 있는 그 분이죠? 

네. 그즈음 그 분도 지리산 산내면에 막 들어온 때였어요. 만나서 얘기하다보니까 경험치나 활동에 대한 고민이 비슷하더라구요. 2012년 4~5월에 동네 사람 몇 명 모아서 ‘지리산 문화공간’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하나 만들었고, 그 해 10월에 마을카페 ‘토닥’을 열었어요. 카페 건물을 저와 조양호 두 명이 투자해서 구입한 후에 지역주민들에게 마을 카페를 만들겠다고 설명하니 3천만 원 정도의 리모델링 기금이 모였어요. 리모델링 비용의 절반 정도가 지역사회의 후원으로 마련된 거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카페가 만들어질 때쯤, 함께하는시민행동 출신인 오관영 활동가가 지리산에 내려왔어요. 셋이 술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마을 카페를 근거지로 지역에서 재밌는 활동도 하고 그런 활동을 지리산권으로 연결하면 어떨까 얘기하게 됐어요.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의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에 응모했지요. 다행히 채택돼서 2014~2016년 3년 동안 만들어진 게 사회적 협동조합 ‘지리산 이음’이에요. 

 

여기가 산내면이죠. 산내면은 산 안쪽이라는 뜻인가요? 이름대로 아늑한 곳이네요. 그래서 그런지 여기로 많은 분들이 모이는 거 같아요. 

1998년부터 실상사가 귀농학교를 열면서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했고, 산내면 인구 2,100명이 있는데, 그 중에 500명 이상이 귀농자예요. 여기 귀농학교는 어떻게 하면 지역의 선주민들과 같이 살 수 있을 것인지 교육을 해왔기 때문에, 지역의 젊은 사람들, 귀농했던 사람들, 선주민들도 어울려 사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어요. 카페가 만들어지고 나서 지역에서 없었던 인디밴드 공연도 하고, 재밌는 분들 모셔다가 강의도 하고 있어요. 귀농학교를 지원하는 인드라망 공동체를 중심으로 지역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마을카페 토닥이 생기면서 조금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된 거죠. 

 

카페 토닥이 귀농인들뿐만 아니라 원래 살던 분들도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고 평가하세요?

지역 주민들에게 열려 있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사실 저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자는 생각보다는 커피와 차가 맛있어야 한다는 고민이 더 커요. 이장님이 어느 날 외지에 나간 친구들이랑 같이 카페에 오셨는데 산내면에 카페도 있다고 자랑하듯이 얘기하더라고요. 저녁에 술 한잔 하고 카페에 커피 마시러 오는 분들도 있고요. 지역 어른들은 저를 카페사장으로 알고 있죠(웃음). 택배를 맡긴다든지, 씨앗이나 모종, 고추 같은 걸 가져갈 사람 가져가게 놔둔다든지, 마을 두부공장에서 만든 두부를 맡겨두었다가 저녁에 찾아간다든지…. 카페에 가보시면 지역에 알리고 싶은 내용들이 입구 유리창에 다닥다닥 붙어있어요. 

 

일종의 플랫폼이네요. 

그렇죠.

 

이음의 활동목표를 보니까, 도시와 시골의 경계를 허무는 대안적 삶이라는 얘기가 나와요. 무슨 뜻일까요? 

시골에 사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 와서 사는 사람들이 독특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으로 보여주면서 경계를 허무는 거죠. 도시로 집중되어 있는 문화를 시골에 내려와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고, 그러면서도 자립과 생태라는 시골의 가치를 같이 살려가는 계기를 이음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공동체 생활을 하다보면 시시콜콜하게 공개되는 삶, 프라이버시가 없는 삶이 힘겨울 때가 있을 거 같은데. 

여기에는 비밀이 없어, 그런 건 있죠. 누가 뭘 했는데 벌써 소문이 나 있고.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게 재밌다고 생각해요. 익명성을 지키려면 지킬 수는 있죠. 내가 마을로 나올수록 그 익명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냥 집에 있는 것보다 나와서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더 재밌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 있는 거 같아요. 익명성이 좋은 줄 알았는데, 조금 나를 보여주더라도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더 재밌는 일이라는 걸 공동체 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도시에서 오랫동안 자기를 잠그고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골에서는 잠그고 살면 더 불편하죠. 

 

성별, 세대별로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음異音, 즉 다른 목소리나 다양한 생각들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게 하는 방어장치는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요? 

특히 지역 어르신들 같은 경우는 독신 여성에게 ‘누구 소개시켜 줄까’ 이런 얘기들 하는데, 껄끄럽잖아요. 마을 행사하면 젊은 여자분들은 잘 안 오긴 해요. 

 

이음이 주로 하는 사업은 어떤 건가요?

처음에는 지리산권(남원, 함양, 산청, 하동, 구례)에 있는 사회적 활동 사례를 수집하고 연결하는 일을 시작했어요. 그 후 아름다운재단의 추가 지원을 받아 ‘지리산 작은변화 지원센터’를 만들어서 지리산권 지역사회의 작은 변화, 깨알같이 존재하고 있는 시민사회 활동가 역량을 찾아내고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의 일을 하고 있죠. 활동가들은 재단의 재정 지원을 통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또 다른 프로그램으로는 ‘시골살이 학교’라는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귀농학교가 기술적인 걸 가르쳐 준다면, 저희는 시골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만나게 해주는 학교예요. 15명 정도가 6박 7일 이곳에 머무르면서, 모내기도 하고, 지역 주민들을 만나요. 사람책 프로그램이라든지, 집에 가서 하루 머물면서 술을 마신다든지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골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나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거죠. 그리고 ‘지리산 포럼’이라고 공익활동가들이 모여서 새로운 생각들을 펼쳐 놓고 같이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어요. 2박 3일짜리 프로그램이고, 첫 해에 80명 정도 참여 했는데, 올해는 150명 규모로 3박 4일 진행했어요. 

 

지역 활동가를 어떻게 지원하나요? 

우리가 하는 일은 지역 활동가들과 의제를 찾는 작업이에요. 먼저 사람을 찾고 그들과 우리 지역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는 거죠. 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다섯 개 지역이 포괄되어 있고 지역마다 저희 센터와 협력하는 지역 활동가들이 한 명씩 있어요. 그분들에게는 활동비를 지원하고, 그 분이 지역에서 작은 변화 관련된 활동을 의제 사업으로 만들 때 운영비를 지원해요. 사업계획을 짜는 과정에 저희들이 가서 함께 토론하고 어떻게 운영할지 컨설팅도 하지요. 소액 활동 지원 사업도 소소하게 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뭔가를 해보고 싶은 의지가 있는 분들에게 100만 원 안팎의 소액을 지원하는 거죠.  

 

‘풍년새우논’, ‘두목회’ 이런 건 뭔가요?

저희가 지원했던 단위들이에요. '두목회'는 산청에 있는 두 번째 목요일에 강좌를 듣는 모임. '풍년새우논'은 풍년새우를 비롯해 마을의 논에 어떤 생물이 살고있는 지 조사하는 모임. 그런 모임도 저희가 소소하게 지원을 하는 거죠. 주로 원래 있던 모임인데 작은변화지원센터에서 공모지원사업을 통해서 지원했어요. 처음에는 지역의 활동가들이 모래알처럼 존재하고 있었는데, 그런 활동이 지역 내에서 연결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서 함양이면 그 지역사회 내에서 먼저 연결되면 좋겠다,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죠. 남원에 포럼을 꾸리고 하동의 화력발전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서 얘기하다보니까 네트워크가 되기도 하고. 그런 활동과 사업비를 지원하는 거죠.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2월호(통권 271호)

매년 가을 지리산 자락에서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는 전국의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지리산 포럼’

출처 지리산이음 홈페이지

 

지리산 포럼에 참여하는 활동가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가 뭘까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우리가 섭외한 분들이 풀어놓는 활동사례에 관심이 있어서인 거 같아요. 매년 20개 안팎의 이야기를 내놓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가지고와서 소통하고 공유하는 걸 의도하고 있어요. 다른 하나는 지리산이에요. 지리산에서 좋은 공기 마시고 좋은 경치 보면서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거죠. 대규모 숙소를 쓰는 것도 아니고 10명 정도 들어가는 민박이 지역 곳곳에 있어요. 숙소가 16곳에 나뉘어 있거든요. 이동거리도 불편해요. 주된 행사장인 산내 초등학교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거든요. 근데 그런 걸 활동가들이 즐기는 거 같아요. 저희도 중간 중간 산책코스도 개발해서 알려주기도 하고, 학교 주변에 쉴 수 있는 캠핑의자도 펼쳐놓고, 저녁에 같이 모여서 놀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어요. 컨벤션 홀이 아니라 자연과 어우러져서 하는 거죠. 올해는 신청자가 넘쳐서 중간에 마감을 했어요. 공익활동 하는 사람들이 찬바람 불면 지리산 가서 좋은 사람들이랑 교류하고 쉬어야지 하고 떠올리는 포럼이 되게 하고 싶어요. 

 

아름다운재단이 재정을 지원하고 있는데, 지속가능한 재원이나 인프라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재단이 지역에서 재단이나 기금을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어요. 5년 정도의 긴 호흡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하고 있죠. ‘작은변화지원센터’ 외에도 ‘지리산 이음’은 시골형 사회주택을 만들거나 시골형 사회혁신파크를 만드는 것도 모색하고 있어요. 대부분 청년주택이나 사회주택이 도시에 몰려 있어요.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새로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위한 연수시설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큰 길 쪽에 50평 되는 부지를 사 놓은 게 있어요. 다 빚으로. (웃음) 내년 3월에 오픈을 목표로 돈을 모으고 있어요. 지역 신협에서 돈을 빌려주기로 했어요. 지역 민박·식당 인프라를 연결해서 30~40명 정도가 와서 연수하기 좋은 시설을 만들어서 오픈하는 작업을 할 거예요. 

 

이음의 꿈을 한마디로 얘기한다면요?

여기 산내면을 지리산 공화국이라고들 해요. 저는 무언가 새로운 에너지가 꿈틀대는 자립적인 대안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그런 꿈은 벌써 이루어지고 있는 거 같네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글.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사진. 이선희 미디어홍보팀 간사

 

 

※ 정정합니다

지난달 <참여사회> ‘만남’ 코너의 25쪽 이미지 캡션을 ‘청운효자동 마을계획단 보육교육분과에서 진행한 마을 어린이 축제와 종로 서촌지기 연탄나눔’으로, 사진 출처를 ‘종로서촌지기 페이스북’으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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