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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01월
  • 2019.12.30
  • 596

블랙머니, 론스타를 고발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론스타 사태의 전말 

 

글. 김은정 경제금융센터 간사 

 

참여사회 2020년 1-2월 합본호 (통권 272호)

론스타 사태를 다룬 영화 <블랙머니>의 한 장면 출처 네이버 영화

 

불법으로 점철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우리나라의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인 산업자본이 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3년, 론스타Lone Star Fund는 해외 곳곳의 산업자본 자회사를 숨기는 방식으로 산업자본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여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승인 직후 곧바로 투자자를 대거 교체하였으나 그들이 누구인지, 대주주 자격이 있는지 별도의 승인을 받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제대로 된 승인을 받지 않았던 것입니다. 

 

외환은행의 주인행세를 하는 동안에는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하고, 론스타에 편향된 이사회를 통해 고배당을 강행했고, 막대한 매각차익을 얻었습니다. 즉, 론스타는 은산분리라는 금융의 대원칙을 깨고 제대로 된 승인도 받지 않은 채 외환은행을 인수하고는 은행의 장기적 발전보다 당장의 수익에 집착하여 불법도 마다하지 않았고, 높은 배당과 매각차익을 얻은 채 우리나라를 떠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금융당국은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매각을 잘하고 떠날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참여연대 등은 2019년 12월 11일 해외 도주 중인 론스타 임직원들에 대한 범죄인인도청구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이들은 횡령, 탈세, 외환카드 주가 조작 등의 혐의로 현재 기소중지 상태에 있습니다. 이번 진정서 제출은 이들을 조속히 송환하여 론스타 사태 관련 남은 범죄 혐의를 밝히고, 당시 이를 공모·방조한 금융관료 등의 잘못도 바로잡기 위함입니다.

 

돌아온 론스타, 우리 정부 상대로 ISDS 제기

그동안 몇 차례나 론스타와 금융관료들의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외환은행을 매각하고 우리나라를 떠났던 론스타는 46억 7,95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와 함께 다시 돌아왔습니다. 론스타는 우리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을 지연시켰고, 또 공평하지 않은 과세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 2012년 ISDS를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ISDS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정부가 그 과정을 철저히 비공개에 부쳤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이제 그 결과를 무력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려되는 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등 과정에서 이를 공모·방조한 책임이 의심되는 금융관료들이 ISDS에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ISDS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의 불법성부터 명백히 드러내야 하지만, 금융관료들이 그렇게 ISDS에 임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번 ISDS 소송과정과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금융감독당국의 론스타 감싸기

실제 론스타의 소위 ‘먹튀’ 행각은 금융당국이 묵인·동조했기에 가능했습니다. 금융당국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받은 적이 없는 외환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둔갑’ 시켜 은행법 시행령의 예외조항을 이용, 2003년 9월 론스타에 헐값에 매각되도록 승인해주었고,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론스타의 유죄 확정에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한도초과 보유지분에 대해 ‘징벌매각명령’이 아닌 ‘단순매각명령’을 내렸습니다. 심지어 외환은행 매각 직전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판단을 내리고도, 아무런 행정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론스타는 사실상 아무런 규제나 징벌 없이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인정받아 외환은행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었습니다. 

 

참여사회 2020년 1-2월 합본호 (통권 272호)

12월 11일, 참여연대 등은 론스타펀드의 한국외환은행 매입과 매각 과정의 불법 및 국내 경제관료들의 매국적인 공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론스타 사태 ‘몸통’ 밝히기 위한 범죄인 인도 청구 등 재수사 촉구

당시 론스타 부회장·론스타 파견 외환은행 이사인 엘리스 쇼트, 론스타 한국 지사장인 스티븐 리, 론스타 파견 외환은행 이사인 마이클 톰슨은 모두 해외로 도주한 상태입니다. 덕분에 이들의 로비 대상으로 의심되는 김석동 등 금융관료들의 공소시효 역시 중지된 상태입니다. 그 결과 론스타 사건은 난항에 빠져있으며, 검찰은 론스타의 로비와 불법행위에 대해 전·현직 고위 경제관료와 금융기관 관계자 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소환 조사를 하고도 이 사건의 ‘몸통’을 밝히는 데 실패했습니다. 

 

게다가 2017년 8월 이탈리아에서 검거된 스티븐 리에 대해 법무부가 뒤늦게 범죄인인도청구를 하여, 결국 그는 10여 일 만에 석방되기도 했습니다. 십수 년째 형식적인 수준에서 범죄인 인도 절차만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론스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지지부진한 데는 검찰과 법무부의 책임도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검찰에 론스타 기소중지자들의 조속한 범죄인 인도를 촉구하는 이유입니다.

 

론스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처럼 론스타 사태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참여연대가 계속해서 론스타를 소환하고 또 고발하는 이유입니다. 일각에서는 론스타 사태를 수업료 삼아 이제는 정리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수업료는 냈지만 배운 게 하나도 없는 꼴이 됩니다. 론스타 사태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론스타 임직원들과 금융관료들에게 엄정한 법의 심판을 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다시 한번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혈세를 담보로 한 ISDS 결과도 코앞으로 다가와 있습니다. 또다시 아무런 책임도 묻지 못한 채 오직 시민들만 책임을 져야 하는 사태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대의 금융비리인 론스타 사태의 진상규명, 이제는 제대로 이뤄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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