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04월 2020-04-02   693

[읽자] 그럼에도 나가고 싶은 이유들

그럼에도
나가고 싶은 이유들

 

따로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모두가 쉽게 바깥에 나갈 수 없는 형편이고 또 그래야 하는 상황이다. 하루이틀이 아니니 밖으로 나가 누군가를 만나며 답답함을 달래고 굳은 몸도 풀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 큰일이다. 머리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 해도, 피어오르는 마음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새로운 방법과 출구가 절실한 요즘. 쪼그라든 마음을 어루만지며 상쾌한 기운을 불어넣을 ‘바깥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서로를 살리는 생명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을 만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일상과 다른 경험이 전하는 생경함 때문일까. 아니면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다른 생명과의 만남 덕분일까.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울증과 함께해온 저자는 집 근처 산책부터 먼 곳의 야생에 이르기까지, 열두 달 동안 자연과의 꾸준한 만남을 이어가며 흔들리는 마음의 균형을 찾아간다. 

 

스스로 세상을 떠나고자 마음먹었다가 길가에서 자라나는 작은 나무 잎사귀를 보고 제자리를 찾는 극적인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 동안 벌어지는 끊임없는 감정의 동요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며, 마찬가지로 그렇게 애쓰는 숱한 생명의 모습을 보며 서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진폭을 가늠해가는 과정이 더욱 깊게 남는다. 결국 우리는 무엇으로부터도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다.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뿐.

 

참여사회 2020년 4월호

 

햇빛의 과학 – 우리의 몸과 마음을 빚어내는 빛의 비밀 | 글 린다 게디스 | 해리북스

“빛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전자기기를 다 내버리고 암흑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지만 밤에 지나치게 빛에 노출되고 낮에 환한 빛을 피하는 습관이 해로우며, 그런 습관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우리는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자전하는 행성, 즉 낮은 낮이었고 밤은 밤이었던 행성에서 진화했다. 그런 양극단과 다시금 연결을 이루어야 할 때가 되었다. (…) 태양을 자기 세계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고대인들은 옳았다. 햇빛은 지구 생명의 진화에 필수적이었고, 지금도 우리의 건강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어둠도 중요하다. 태양이 주재하는 밤과 낮의 자연적인 주기는 우리의 수면 패턴에서 혈압, 수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관여한다.”

 

인간은 태양의 아이들이다

태양 없이 살아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런데 오늘날 인간은 태양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 것만 같기도 하다. 시간 자체를 뛰어넘을 수는 없지만 낮과 밤이란 제약은 사라진 것처럼 착각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데 태양이 전하는 햇빛은 여전히 강력하게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 면역력은 여전히 태양으로부터 오고 정서의 안정감도 햇빛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늘날 인간이 낮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흐리멍덩한 곳에서 지내고, 밤에는 반대로 지나치게 밝은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지적한다. 불과 1,200년 만에 벌어진 일들을 마치 인류가 태고부터 그러했듯 여기니, 이 간극이 점차 벌어져 지금은 양극단에서 조화를 이룰 수 없는 상태가 아닐까. 생명의 기원이 빛이었듯 오늘날 모든 생명은 여전히 빛으로 살아간다. 숱하게 제시되는 과학과 의학의 연구 결과가 알고 있던 이야기인 양 잠시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치려는 발길을 사로잡으니, 당연한 이야기가 당연한 삶과 문화로 이어질 차례다.

 

참여사회 2020년 4월호

 

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 글 에마 미첼 | 심심

“세상이 혼란스럽고 망가진 곳처럼 보이고 암담한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때, 나는 집에서 나와 나무들이 있는 곳까지 5분 동안 걸었다. 이 땅뙈기에서 자라나는 토끼풀, 잔개자리, 들장미, 검은수레국화, 사양채, 가시자두 등의 친숙한 식물을 바라보노라면 잎사귀들이 그리는 무늬와 미묘하고 다양한 색의 꽃들, 그리고 다채로운 녹음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으로 내 마음을 가라앉혀준다. 오솔길을 거니는 것은 숲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내 발걸음의 궤적을 더하는 나만의 정신적 만트라와 같다. 편안하고 익숙한 리듬을 따라 숲속에서 두 발로 하는 요가라고나 할까. 산책은 차를 끓이는 일상의 사소한 의식이나 털실 뭉치로 장갑을 뜨는 일처럼 마음에 위안을 주지만 그 느낌은 매번 다르다.”

 

눈이 시원해지는 그라운드

이맘때면 그라운드에는 함성 소리가 울려 퍼지기 마련인데, 올림픽이 연기되고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가 리그를 중단하여 스산한 봄이다. 야구장에 가본 이라면 처음 마주했던 풍경을 잊기 어려울 텐데, 올해는 그런 풍경을 언제쯤 마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이들에게 지난 추억을 떠올리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날을 기대하게 만들 그림책을 전한다.

 

집에서 야구 중계를 볼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아빠 때문에 야구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던 아이. 그러다 우연히 야구를 만나게 되고 치킨과 떡볶이까지 사준다는 아빠의 설득에 넘어가 야구장에 당도하는데, 규칙은 모르지만 응원의 열기는 함께할 수 있고,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없어도 승부의 치열함에 빠져들 수 있으니, 그라운드가 전하는 감각은 어쩌면 넓은 공간이 아니라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과 그들에게 힘을 전하는 이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런 마음으로 이 봄을 잘 견디고 지나길 바랄 따름이다. 

 

참여사회 2020년 4월호

 

야구장 가는 날 | 글 그림 김영진 | 길벗어린이   

“에이, 저 아저씨 정말 못한다.” 그린이가 투덜거렸어요. “아니야. 못하는 선수가 아니야. 우리 팀에서 제일 잘 치는 선수야. 저 아저씨 덕분에 이긴 경기가 얼마나 많은데.” “야구장 괜히 왔네. 우리 팀이 졌잖아.” “무슨 소리! 그린아, 아빠가 야구에 관한 두 가지 소원이 있는데, 첫 번째는 쌍둥이 팀이 다시 우승하는 거고, 두 번째는 아이가 생기면 유니폼 사 입고 야구장에 같이 오는 거였어. 오늘 한 가지 소원을 이뤘잖아. 아빠는 오늘 정말 좋았어.” (…) “아빠, 이렇게 매일 지는데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을까?” “내일은 이길 거야. 또 질 수도 있지만 한 게임 한 게임 이기다 보면 우승하는 날도 온다. 틀림없이!

 


글. 박태근 알라딘MD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인문MD로 일했습니다.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 연구원으로 출판계에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매체에서 책을 소개하는 목소리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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