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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07월
  •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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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야말로 최초의 미투운동 아니겠어요?"

김혜원 회원∙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창립멤버

 

월간참여사회 2020년 7-8월 합본호 (통권 277호)

 

김혜원 

1935년 전남 출생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창립멤버, 위안부운동 1세대 

이야기로 쓴 ‘위안부’ 운동사 『딸들의 아리랑』 저자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공동추진위원장

참여연대 평화국제협력기금 출연자

 

 

지금의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은 지난 30년, ‘위안부’ 문제를 세계사적인 여성 평화운동으로 일궈온 피해자와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다. 그러나 최근 보수언론의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에 대한 묻지마식 의혹제기와 폄훼, 왜곡은 ‘위안부’ 운동 자체를 흔드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 

 

오는 8월 14일, 세계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앞두고, ‘위안부’ 운동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되짚어보기 위해 김혜원 회원과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창립멤버이자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공동추진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위안부’ 운동의 산 증인인 그는 고령의 나이에도 바로 어제처럼 생생하게 지난 30년을 회고했다. 인터뷰는 6월 13일, 김혜원 회원 자택에서 이뤄졌다. 

 

오랫동안 정대협과 정의연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선생님께서 맨 처음 ‘위안부’ 운동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당시 제가 활동하고 있던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1970년대부터 관광기생 반대운동을 해온 단체였어요. 그러다가 1988년 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미국 포르노 잡지 <허슬러>에 한국이 매춘관광의 천국인 것처럼 기사를 낸 일이 있었어요. 그 잡지를 보고 매우 분개한 우리는 매춘관광 반대운동 차원에서 1988년 2월 12일 ‘정신대 발자취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나를 포함한 세 사람의 조사단을 꾸려서 일본에 갔습니다. 국익을 명분으로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고 억압하는 행태의 뿌리가 실은 일제시대 ‘위안부’ 제도에 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였죠. 그것이 한국의 여성 단체가 공식적으로 ‘위안부’ 문제에 뛰어든 최초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일제강점기 남자 피해자들은 “징용당했다”, “죽을 고비 넘겼다” 등 증언을 하는데 가장 처참한 착취를 당했던 여성들은 하나도 증언을 못 하던 시기였어요. 그게 일본 정부에게는 얼마나 다행이었겠어요? 나는 그게 정말 분하더라고요. 가장 힘없는 식민지 백성들이 당했다는 것, 그중에서도 여성 피해자들은 숨어서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는 것, 이 두 가지에 대한 분노가 동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게 됐죠.

 

당시 조사단 활동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15일 동안 일본 남단에서 북단까지 여행하면서 굉장히 마음이 아팠죠. 어딜 가든 우리가 당했던 아픈 이야기가 수두룩했으니까요. 귀국해서 돌아오는 길에 참담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식민지 백성 중에서도 가장 기층에 있는 사람들이 당했잖아요. 제가 그전까지 사형제 폐지운동을 몇십 년 했는데 또 이렇게 가슴 아픈 일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어느 러시아 시인의 문구가 떠올랐어요. ‘조국을 향해서 슬픔과 분노를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진정으로 조국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조국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슬픔과 분노를 끌어안고 가는 것이라는 깊은 자각을 하게 됐죠.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1992년 12월에 김학순 할머니와 일본 각지로 증언집회를 다녔거든요. 어느 날 오사카였는지, 도쿄였는지 비가 참 많이 왔어요. 그래서 증언집회도 못 가고 하루 종일 할머니랑 둘이 일본 여관 다다미방에 드러누워 뒹굴뒹굴하면서 내가 “할머니는 평양에서 태어나서 끌려갔다는데 왜 전라도 말투예요?”라고 물었더니 거기에 또 할머니가 한국 남자 때문에 해남에 가서 힘들게 산 아픈 과거가 숨겨져 있더라고. 그때 그 할머니의 애절한 이야기가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월간참여사회 2020년 7-8월 합본호 (통권 277호)

6월 10일, 김혜원 회원이 1443차 수요집회에서 발언 중이다. 최근 정의기억연대와 관련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날 수요집회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시민들이 참가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이하 ‘수요집회’)가 벌써 28년째 이어지고 있어요. 처음 수요집회가 열리던 날을 기억하시는지요. 선생님께 수요집회는 어떤 의미일까요? 

수요집회가 없었다면 과연 피해자 할머니들이 그 억울한 심정을 어떤 통로를 통해서 시민들과 교감할 수 있었을까요? 할머니들이 처음 집회 나오셨을 때는 창피하다고 마스크 쓰고 모자 쓰고 나오셨어요. 그런데 나와서 보니까 자기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는 걸 알고 용기를 얻었고 이제는 “부끄러운 건 우리가 아니라 너희다” 하시면서 일본 대사관을 향해 소리칠 수 있게 됐죠. 그러한 의식 성장의 동력을 어디서 얻었냐 하면, 수요집회에서 얻은 거예요. 활동가들도 마찬가지예요. 수요집회라는 공간을 통해서 피해자들과 만나고 시민들과도 만나고 국제적인 연대가 그 안에서 이뤄졌잖아요. 교육이 이뤄지고 연대의 힘을 얻고 그러면서 이 운동이 성장해 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최근 이용수 할머니께서 “수요집회가 젊은이들에게 혐오와 증오를 심어주고 있다,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수요집회가 증오를 가르치고 혐오를 가르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기독교인이예요. 기독교에서는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 ‘용서하라’ 그렇게 가르치는데 ‘사죄하라, 배상하라’ 하는 게 과연 기독교 가르침과 일치하는지 저도 처음에는 갈등에 빠졌었어요. 그런데 <마태복음> 16장에 따르면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 매이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 풀린다고 쓰여 있거든요. 하나님은 영靈이시기 때문에 부정의한 것, 불의한 것을 직접 푸실 수 없지만 하나님의 뜻을 좇는 일꾼들이 땅에서 맺은 것을 풀려고 할 때 ‘그래, 내가 너희들을 함께 도와주겠다’ 하신다는 뜻으로 해석했어요.

 

가해자들을 증오하고 미워해서가 아니라, 그분들이 자기 잘못으로부터 놓여놔서 진정한 해방을 맛보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 뜻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특정한 민족, 특정한 성性을 자기들과 구별해 유인하고 억압하고 착취했던 그 잘못으로부터 해방해주는 그런 용기 있는 행동이죠. 할머니들은 누누이 말했어요. “너희들이 사죄하면 우리가 용서한다”고. 우리는 바로 이런 혐오와 차별과 싸우고 있는 거죠.

 

‘위안부’ 운동 30년을 해오시면서 가장 변화한 것과 가장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가장 많이 변한 것은 피해자 자신들의 의식이 확 바뀐 거예요. 피해자들이 당한 게 자신들의 잘못이나 운명 때문이 아니라 저 가해자들의 잘못된 국가관 내지 성의식 때문이라고 깨닫게 되었잖아요. 그렇게 인권운동가가 되고 세계평화를 주장하게 되고…. 엄청난 변화죠. 이런 운동의 영향으로 여성들이 미투운동을 촉발시킨 거죠. (‘위안부’ 운동) 이것이야말로 최초의 미투운동이 아니겠어요? 또 이 운동에 공감한 전 세계 여성인권운동가, 평화운동가들이 끔찍한 전쟁 범죄를 막기 위해 전쟁을 없애야 한다는 것으로까지 나아가게 됐잖아요.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자기들 역사에 사죄는 없다는 일본 정부의 강고한 오만함과 그 태도예요. 그런데 지난해 8월 14일에 집회 가서 젊은 사람들이 뜨거운 아스팔트에 땀을 죽죽 흘리면서 앉아 있는 걸 보면서 ‘아 그래도 우리는 희망이 있다. 일본이 거짓 주장을 하는 대로 인류 역사가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월간참여사회 2020년 7-8월 합본호 (통권 277호)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는 세계 약 23개국 60여 개 도시에서 수만 명의 참여로 연대해왔다 ©정의기억연대 

 

한편에는 정의연을 비롯해 시민단체에 대한 보수언론의 묻지마식 의혹제기와 왜곡보도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내 주위에도 그런 보수언론에 노출되어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제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립위원장 할 때 모금에 동참해줬던 한 친구가 이번 사태가 벌어지니까 그쪽 언론만 보고 나한테 굉장히 항의 조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자신이 조금이라도 그 운동에 동참했던 것이 후회스러운마냥 이야기하는데 억장이 무너졌죠. 언론이 우리를 자꾸 이간질하니까요. 

 

SNS나 여러 이야기를 접하는 사람들은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저쪽 언론만 믿고 편파적으로 이야기하고 상처를 주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편파 보도하지 말라고 주장해도 언론은 끄떡없잖아요. 그러니까 우리 시민들이 깨어나서 그런 언론을 안 봐야 해요. 언론개혁 운동이 더욱 강렬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무엇이 대안인지는 모르겠어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피해자 중심의 운동도 탈피해서 여성인권 회복에서 더 나아가 인류 보편적인 가치인 평화 운동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피해자들이 점점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죠. 이 운동을 지속해 가려면 피해자 없는 운동을 고민해야 하잖아요. 그동안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보듬는 데 중점을 뒀지만 이제 그런 부분은 정부가 하도록 맡겨두고 우리는 인권교육, 평화교육에 더 매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1993년인가, 성지순례 때 예루살렘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가봤는데 정말 감동을 받았어요. 이들은 히틀러의 만행에 대해 온 세계에 알리고 있는데 우리가 겪은 더 잔인한 범죄를 세계는 왜 모를까. 인권과 평화를 가르칠 수 있는 교육관들을 도처에 만들어서 내국인은 물론 세계인을 향해서 전쟁이란 이렇게 잔혹하고 인간을 파괴시킨다고 교육과 홍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 교육에 치중해야 할 텐데 강고한 남북문제 앞에서 평화운동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서 참 안타깝죠.

 

마지막으로 ‘위안부’ 운동과 연대하고 싶어 하는 시민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럴 때일수록 힘을 줘야죠. 지금이 가장 도움이 필요할 때예요. 내가 참여연대 회원이 된 것도 천안함 때 어버이연합인가 가스통을 들고 참여연대 와서 시위를 한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였어요. 회원이 되어서 격려해줘야겠다 생각했거든요. 그동안 ‘위안부’ 운동에 동참 못 했던 분들이 이번 기회에 그 후회와 미안함을 담아서 격려해주고 참여해 주면 큰 힘을 얻을 거라고 생각해요.  

 

 

❶ 한국 내 정식 명칭은 <일본군 ‘위안부’>이다. ‘위안’이라는 단어가 일본군 입장에서 서술된 것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는 표현이지만, 역사적인 용어로서 작은 따옴표를 써 일본군 ‘위안부’로 표기한다. 최근에는 범죄의 본질을 드러내는 용어로 "일본군성노예제"라고 쓴다. 혼동되기 쉬운 단어로, 종군위안부는 자발적이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어 쓰지 말아야 하며, 일반의 노동을 강요당한 여자를 일컫는 여자정신대와도 구별된다. 

 

 

● 수요집회 현장에서 회원들을 만났습니다

 

김철회

김철회 회원 (직장동료들과 수요집회 참석)

검찰은 마치 반민특위를 해체한 친일 경찰처럼 압박하고 친일 조중동 언론의 난동으로 지난 30년 지켜온 전쟁여성인권 활동가 고 손영미 소장을 떠나보냈습니다. 독립 후 청산되지 않은 과거의 잔재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미완의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모릅니다. 어둠이 끝나는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합니다. 독립을 완성하기 위해 백 년 전 의병의 마음으로 수요집회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철희

김철희 회원 (언론개혁을 외치며 매주 수요집회 참석)

수요시위는, 그전에도 종종 참여는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외면하고 오히려 일본 정부와 극우세력들의 주장을 대변해온 수구기득권 언론들이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편파와 왜곡, 가짜뉴스를 무분별하게 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정의연에 힘내라고 응원을 보내고 싶어서 요즘은 매주 수요시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성, 흑인, 성소수자 등 세상의 모든 차별은 사라져야 합니다.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반성, 배상을 이끌어내고 다시는 이러한 전쟁범죄가 반복되지 않도록 소녀상 앞 수요시위는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저도 지속적으로 동참하겠습니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7-8월 합본호 (통권 277호)

정명진 회원 (청년공익활동가학교 24기, 충청평화나비네트워크 활동)

최근 충청평화나비가 발표한 성명서를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최근 우리의 투쟁을 반대하는 혐오세력은 온갖 억지와 왜곡으로 수요시위를 탄압하며 일본군 성노예제 운동 주체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며, 최초의 미투ME TOO에 위드유WITH YOU로 응답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의 용기와 연대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 서로의 용기가 되어줄 마음이 없는 자들의 혐오와 공격에 의해 우리들의 수요시위는 폭풍우 속에서 거센 빗줄기를 맞고 있다. 연대라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같이 맞으면서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함께 비를 맞자.”


글. 이미현 시민참여팀장 

사진. 편집팀 

 

>>[목차] 참여사회 2020년 7-8월호 (통권 2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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