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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07월
  • 2020.07.01
  • 508

특집_우리의 불안이 배송 중입니다

택배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 과제

 

글. 박종식 창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월간참여사회 2020년 7-8월 합본호 (통권 277호)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 택배서비스가 없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전화 또는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거의 모든 상품들을 집으로 배송해준다. 이러한 점에서 택배산업은 21세기 우리의 일상에서 기간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글에서는 택배산업의 성장과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택배기사들의 근무환경 실태를 살펴보고 향후 개선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택배산업의 성장과 배송단가 인하 

: 택배기사 장시간노동의 기제

1990년대 중반 인터넷 쇼핑몰과 TV홈쇼핑 등 택배산업의 핵심 수요처인 전자상거래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소 택배업체들이 급증하였다. 2000년대 전반기, 한때는 무려 2천여 개의 택배업체가 난립하기도 했었지만 이후 대규모 물류 허브 및 터미널 등의 네트워크를 갖춘 대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오늘날에는 CJ대한통운, 롯데, 한진, 우체국, 로젠 등 상위 5개 택배회사가 2018년 기준으로 전체 택배시장의 89.5%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1위인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다. 

 

2001년 택배 물량 약 2억 개, 매출액 6,466억 원이었던 한국의 택배산업은 2018년에는 택배 물량 약 25억 4천만 개, 매출액 5조 6,673억 원으로 지난 18여 년 동안 택배 물량은 약 12.7배, 매출액은 8.8배 성장하였다. 택배이용 횟수는 15세 이상 국민 1인당 2000년에는 연간 5회였으나 2018년에는 92.2회로 급증하였다. 그런데 한국의 택배산업이 급성장하는 동안 박스 당 평균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 조사한 2000년 박스 당 평균 배송단가는 3,500원이었으나 꾸준히 낮아져서 2018년에는 2,229원까지 낮아졌다. 이처럼 평균 배송단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이유는 택배업체들 간의 과당경쟁에 의한 배송비 인하가 주된 원인이다. 사실 택배 서비스는 물건만 정상적으로 받으면 되기 때문에 고객서비스에서 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배송단가의 하락은 택배업체의 수익률 저하 및 택배기사의 장시간 노동 등으로 인한 택배서비스의 질 저하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기존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낮아진 단가로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해야 되고, 그 결과 택배기사들은 하루 10~12시간 정도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한다. 서비스연맹에서 조사한 주5일 근무하는 우체국택배 기사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평균 58.58시간이었다. 일반 택배회사에서 주6일 근무하는 일반 택배업체의 기사들은 주당 최소 6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동권 사각지대에 있는 택배기사 

: 무제한 장시간노동과 건강 악화 위험

택배기사들은 택배산업 초기에는 택배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서 정해진 월급을 받으면서 임금노동자로서 일을 했었지만,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택배업체들은 택배기사들을 배송 건당 수수료를 받는 개인사업자 형태로 고용관계를 전환하였다. 그 결과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건당 배송 수수료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택배기사들은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에 위치한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택배기사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망에서 벗어나 있다. 대표적으로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택배기사들은 주당 노동시간 규제에서 벗어나 주 52시간 이상 초장시간 근무가 일상화되어 있다. 

 

택배기사들의 근무환경은 기본적으로 하루 최소 10시간 이상의 장시간노동이 기본으로, 배송과정에서 감정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노동보호 매뉴얼’도 없는 채로 일하고 있다. 또한 중량물 취급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상품 분류 및 상하차 작업 중 포장 박스에서 발생하는 먼지들로 인해 호흡기 질환 고통을 호소하는 기사들이 많다. 또한 최근 신선식품 택배수요가 급증하면서 야간 택배배송 기사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은 야간 교대shift 근무가 아닌 고정fix 근무를 하면서 건강이 매우 나빠질 위험에 처해있다. 일찍이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Group 2A’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인데, 고정 야간 택배기사들은 1년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주 60시간 전후의 장시간 노동, 감정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근골격계 및 호흡기 질환, 야간노동 등으로 택배기사들은 건강이 나빠지면 스스로 일을 그만두면서 택배업체들은 택배기사들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 실제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즉, 택배기사들의 건강이 나빠지면 스스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또 새로운 건강한 노동자가 택배기사로 일을 한다. 장시간 노동이기는 하지만 최소 월 300만 원 이상의 소득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최근 30~40대 남성들이 택배기사를 선호하고 있다. 그 결과 택배기사 업무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더라도 회사에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결국은 우리 사회가 ‘업무로 인해 건강이 나빠진 국민’을 책임지고 그 비용을 부담해야만 한다. 즉, 택배기사들의 나빠진 건강 상태로 인해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증가하게 되겠지만, 택배업체들은 사회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택배기사 보호를 위한 움직임 

: 노동조합 결성과 생활물류법 제정 시도

그러나 택배기사들은 택배회사와 위계적인 관계의 하위파트너이지만,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집단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면서 근무여건이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열악한 노동조건의 문제가 잠재된 상황에서 택배업체들 간의 합병 과정에서 택배기사들의 신분상 불안정성이 증대되는 사례들이 있었다.

 

이에 택배기사들도 집단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노동조합 결성 흐름들이 등장하였다. CJ택배기사들은 2013년 1차 파업, 2015년 2차 파업을 거치면서 2017년 초 독자적으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을 설립하였고(그 이전에는 화물연대 산하 조직 형태였다), 2017년 11월 노동조합 설립필증을 정식으로 받아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 조합원이 될 경우 발생할 신분상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인해 노동조합의 참여가 아직까지 활발하지는 않은 편이다. 

 

2019년 11월, 법원에서는 CJ대한통운 택배기사 및 대리점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에 대해서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노동자라는, 즉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아울러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가칭)’은 제정을 통해서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음식배달원 등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물류배송 기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들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된 택배기사들의 근무환경은 택배기사들의 노동조합 결성을 통한 자체적인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개선이 병행될 때 좀 더 나아질 것이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7-8월 합본호 (통권 277호)

6월 18일, 참여연대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등이 롯데택배 집단해고 문제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특집 우리의 불안이 배송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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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참여사회 2020년 7-8월호 (통권 2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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