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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07월
  • 2020.07.01
  • 625

특집_우리의 불안이 배송 중입니다

비대면 소비 속
위태로운 노동

 

글.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팬데믹(이하 ‘코로나19’) 상황이 일어나면서 체제로서 자본주의의 무기력을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한 전 세계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의 슬로건은 갈수록 타인으로부터의 감염공포와 타자혐오를 증폭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일상 속 기술의 쓰임새와 의미 또한 코로나 발생 이전보다 더 비접촉 방식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물리적 대면을 꺼리면서 자연스레 마스크 착용과 ‘물리적 거리두기’가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 기술로 매개된 ‘비대면(언택트)’ 관계가 점점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소위 ‘언택트 사회’의 탄생이다.

 

크게 보면 현재 ‘비대면’ 혹은 ‘언택트’ 시장의 흐름은 두 축이다. 하나는 소비시장의 언택트 자동화, 다른 하나는 물류·유통 노동의 유연화이다. 먼저 주로 소비자들의 심리적 안전 염려증에 부응하는 소비시장에서는 언택트 자동화 기술 도입이 주로 눈에 띈다. 사회 곳곳에서 비대면·비접촉 소비와 배달·유통 시장이 활황인 이유이다.

 

온라인 쇼핑몰, 통신 및 문화 콘텐츠, 화상회의, 택배 배송, 플랫폼노동, 음식 배달앱 시장 등이 확대일로에 있다. 이에 덩달아 비대면 자동화와 플랫폼 기술이 적극 도입되거나 확산되는 추세다. 가령 ‘비대면’ 소비를 일상화하는 자동화 장치들이 이미 편의점, 식료품점 등의 무인 계산대, 식당 등 접객업소의 서비스 로봇, 배달과 택배 로봇, 무인 자동시설, 자동챗봇 콜서비스 센터 등에 속속 배치되고 있다.

 

청정 언택트 소비 vs 감염 노출의 산노동

코로나19로 휘청거리는 자본주의의 끝 간데 없는 경기 침체를 보라. 그런데도 이토록 급증하는 물류와 배송 노동이 만들어내는 지대한 고용 창출 효과는 대단하지 않은가. 이와 같은 기대감이 주류적 시각인 듯싶다. 가령, 지난 4월 말 아마존닷컴은 급증하는 물류와 배송 업무로 10만 명의 신규 노동자들을 고용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미국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3월 말 이래 약 2600만 명을 넘어서던 시점이었다. 숫자상으로 보면 아마존이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 관리와 주문 배달을 위해 신규 고용을 늘린 것은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한 듯 보인다. 하지만 사정을 좀 더 들여다보면 이와 좀 다르다. 코로나19로 인한 아마존의 배송 업무 급증에 따른 비정규직 단기 임시고용에 해당한다. 게다가 비슷한 시기 뉴욕 아마존 물류창고 직원들이 노동 현장의 감염 위협으로 인해 현장 마스크 지급 등 노동기본권 보호를 외치며 파업을 시도했으나 묵살됐고 급기야 해고 처리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마존의 최첨단 물류 자동화와 연동된 초단기 ‘산노동Living Labour’의 활용 방식은, 어찌 보면 앞으로 언택트 경제가 우리에게 선사할 정확한 노동의 미래 모습인 듯싶다. 즉 소비시장의 언택트 기술 자동화가 급물살을 탈수록 감염 청정지대로서의 소비시장과는 정반대로 물류·유통 노동시장 악화와 ‘노동 유연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것이다.

 

언택트 소비라는 한쪽의 비접촉과 비대면 활동이 추구될수록, 다른 쪽에서의 대면 접촉과 산노동이 필히 동원되어야 유지되는 구조다. 이를테면, 수없이 많은 자원을 중개하는 현장 택배와 플랫폼 노동자들, 콜센터 노동자들의 위태로운 ‘유령노동’과 ‘그림자노동’ 없이는 비대면 소비는 불가하다. 비대면 기술은 소비자 편리와 물류 효율을 담보해 주기도 하지만, 또 다른 극단에서 신체와 영혼을 갉아먹는 노동을 키우기도 한다. 확진자가 대거 발생했던 열악한 쿠팡 물류센터에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청년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초단기 일자리를 찾아 불나방처럼 몰려들 수밖에 없는 현실은, 비대면 노동시장의 우울한 초상인 셈이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7-8월 합본호 (통권 277호)

지난 4월 말, 아마존닷컴은 급증하는 물류와 배송 업무로 10만 명의 신규 노동자들을 고용했다고 발표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아마존의 배송 업무 급증에 따른 비정규직 단기 임시고용이었다 ©픽사베이

 

언택트 소비 시대 '필수 현장 노동자들' 

우리는 벌써부터 'K-방역'의 성과를 칭송하고 비대면·디지털 기반 ‘한국판 뉴딜’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일선 현장 공공 의료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과 노력과 함께 휴대폰 주문 콜에 의지한 채 ‘잠시 멈춤’조차 불가능한 물류와 배송 노동자들이 더욱더 빈번하게 물리적 ‘콘택트(대면 접촉)’를 행해야 하는 위태로운 시장 구조가 자리한다. 이미 우리에게 감염병 재난은 사회 약자에게 가혹하고 감염의 공포 또한 약자의 차별로 번지는 경향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이 국적과 지위를 초월한다고는 하나, 그 피해의 영향력은 그 누구보다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곳들에서 좀 더 치명적이고 선제적이다. 우리의 경우, 일용직 노동, 플랫폼 배달노동, 온라인 택배 배송 업무 현장에서 더 가중된 과로와 확진 위협에 노출되는 현상을 쉽게 목도할 수 있었다. 

 

로버트 라이시 전 미 노동부 장관은 코로나19로 새롭게 분화되고 있는 노동계급 질서를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비대면의 ‘원격근무 가능한 노동자The Remotes’라는 선택받은 엘리트 지위에 있지 않다면, 많은 이들은 비대면 소비시장을 위해 감염에 노출된 ‘필수 현장 노동자The Essentials’가 되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그도 아니면 ‘해고나 휴직 중의 노동자The Unpaid’이거나 감염병 대처가 거의 불가능한 이주노동자와 난민 등 ‘잊혀진 자The Forgotten’ 중 하나일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파산한 수많은 자영업자들과 해고된 노동자들은, 비대면이 불가능한 이 하위 세 계급으로 대거 편입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당장 단기 노동 수요가 큰 물류창고와 배송 노동자 대열에 대부분 합류할 공산이 크다. 앞서 아마존의 임시직 고용 상황은 이를 증거한다.

 

감염병 재난 시기에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유휴 노동시장으로 인해 기업주는 언제든 가능하면 쉽게 산노동을 동원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감염공포로 비대면 접객이 필수가 된 소비시장에서는 선별적으로 지능형 자동화 기계의 서비스 노동 대체 효과를 보려 할 것이다. 언택트 소비 자동화가 얼마나 자원 효율성을 높이고 비접촉 접객 서비스의 능률을 올리는 등 감염병 공포를 사회 심리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피폐하고 위태로운 노동의 조건을 대거 양산하면서 사회 전반 공생과 포용성의 사회적 공생 관계의 밀도를 서서히 무너뜨릴 확률이 더 크다.  

 

감염병 시대 기업들은 앞으로 더 비대면 경제를 원할 것이다. 인공지능을 도입한 플랫폼과 물류 자동화기술은 바로 감염을 막고 도시 자원 순환의 기능적 효율성을 위해 응용되리라. 언택트 소비와 비대면 시장의 구상 이전에, 물류·플랫폼·택배 일에 종사하는 단기 및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과 고용 안정화에 대한 근본적 국가 대비책은 그 어디에도 없다. 지표상 양적 고용을 늘리고 기술 생산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고용 안정과 과로사와 업무재해로 지금도 수없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이들을 노동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의 법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언택트 시장 이전에 사회 포용의 컨텍트 가치 마련이 시급하다. 

 

특집 우리의 불안이 배송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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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참여사회 2020년 7-8월호 (통권 2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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