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11월 2001-11-29   462

상설특검은 기본, 법조일원화 단행돼야

김형태 전 특별검사보 VS 손혁재 참여연대 협동처장

손혁재 특별감찰본부는 지난 10월 12일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된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덕선 군산지청장이 직권남용으로 기소됐으며, 같은 날 법무부는 검찰인사위원회의 상설심의기구화와 외부인사 참여 및 이의제기권 부여, 특별수사검찰청 신설 등을 내용으로 한 검찰개혁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 발표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김형태 이같은 권력형비리사건 대부분이 초기에는 사회적 압력 때문에 진실이 밝혀질 듯 하다가 압력이 서서히 낮아지면 용두사미로 끝나는데, 이번 건도 그렇게 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엄청난 사건은 이덕선 씨 혼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검찰의 조직과 생리상 개인이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결국은 특별검사에 의해 처리될 수밖에 없도록 검찰 스스로 화를 자초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손혁재 이번 경우는 그동안 이들에게 쏟아진 의혹과 검찰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을 특별감찰본부라는 검찰조직이 담당하게 되면서부터 현재와 같은 사건처리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것이죠. 엄정하고 독립적인 사건처리를 강조하며 요란을 떨었던 특별감찰본부는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에 불과했다는 것을 재확인한 셈입니다.

검찰을 견제할 ‘제3의 기구’ 부재

김형태 저는 우리나라는 ‘검찰공화국’이라고 봅니다. 박정희가 집권했던 1970년대에는 안기부가 전권을 휘둘렀고, 검찰이 허수아비였어요. 그런데 형식적 민주주의가 조금씩 진전되면서 공식기구인 검찰이 모든 권력을 쥐게 됐습니다. 문제는 이를 견제할 제3의 기구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별감찰본부도 다 같은 검사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는, 말하자면 한솥밥 먹으면서 얼굴 맞대고 지낸 사이이므로 원천적으로 수사에 한계가 있게 마련입니다. 자신들의 문제를 어떻게 스스로 정화할 수 있겠습니까.

손혁재 그렇다면 검찰의 문제나 권력 내부의 비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라는 고민이 생깁니다. 정치권은 한시적 특검제에 합의했는데 이는 예전 조폐공사 파업유도나 옷로비 의혹 사건의 특검제 실시에서 나타났듯이 특별검사가 갖는 의미와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 견해로는 특검제를 이번 사건에 국한해 도입해서는 안 되며 상시적 활동이 가능하도록 특검제를 일반법으로 제정해야 할 것입니다.

김형태 검찰 자체의 문제를 처리하기에는 검찰 스스로 역부족이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건 확실합니다. 한편, 특검제에 대해서 우리 법은 검찰을 최종적 수사권자이며 판단권자로 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취지에서 보면 상설적 특검제는 옥상옥(屋上屋)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검찰 내부를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검제 존재 자체가 검찰에게 매우 큰 압박이자 견제수단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특검의 수사권한 강화돼야

손혁재 김 변호사는 과거에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의 특검보를 맡았었는데, 그때 나타난 한시적 특검제의 한계점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김형태 제도적 측면에서는 특검제 기간이 너무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권한 부분을 보면, 특검이 증거를 수집하는 데서 인적. 물적 자료가 중요한데, 검사들을 소환해 조사하려면 그들이 아예 나오지 않아요. 강제 소환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한편, 당시 파업유도를 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확보했는데 이걸 나중에 공안검사와 공안부 직원들 6∼7명이 몰려와서 내놓으라는 겁니다. 수사기밀 내지는 사회보호 차원에서 돌려달라는 것이었어요. 특검도 국가기구이며 똑같이 국가의 안전을 고려하고 그들보다 한 단계 위인 기구인데, 자기들만이 판단할 수 있다는 인식이죠. 또한 당시 검사들의 컴퓨터를 자료로 들고 왔는데 내용이 다 지워져 있더군요. 이런 경우들을 돌이켜볼 때 소환이나 자료요구 등을 거부하면 처벌조항을 둬서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손혁재 파업유도나 옷로비사건 당시 특검들이 펼친 활동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형태 조폐공사 사건의 경우는 진형구 공안부장이 파업유도를 했다는 건 밝혀졌어요. 수십 년 동안 계속된 노동조합에 대한 공안조직의 개입 여부를 철저히 파헤칠 수도 있었는데, 이것이 검찰 내부의 저항으로 무산됐습니다. 저는 공안검사들이 자료를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해 반발하다가 나왔는데, 결국 검찰의 의도대로 수사하면서 그나마 잡아넣은 진형구 부장마저도 특검 조사로 인해 무죄가 됐어요. 저는 그때 제대로 진실을 밝혀야 했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안 하느니만 못한 특검이 됐어요. 옷로비 경우도 누가 옷을 줬느냐 아니냐 등으로 초점이 흘러 정작 특권층의 비리 행태, 혹은 세칭 사직동팀의 문제라든지, 제도적으로 잘못된 것들이 들춰지지 못했습니다. 그 때 언론도 두 사건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국가조직이 그렇게 수십 년 동안 노동계에 끼어든 행태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도 안 하고 그 의미도 다루지 않았어요. 옷로비 의혹 사건도 누가 옷을 주었느냐만 연일 보도하면서 선정적인 기사가 3, 4개월 동안 신문을 장식했어요.

검찰은 조폐공사만 파업유도한 게 아니었다

손혁재 말씀을 들어보니 특별검사의 구성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해요. 특검을 임명하거나 임명된 분들의 성향이라든지…. 또한 권한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처벌조항이 없으니까 검사들이 막무가내로 버티거나 마치 반민특위를 경찰이 방해했듯이 자료를 뺏었죠. 또한 특검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언론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특검 스스로 언론을 너무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여론과는 무관하게 의지를 가지고 해나가야 하는데 언론의 눈치를 보다보니까 결론이 이상하게 나 버렸어요. 파업유도는 언론이 외면해서 안 됐고, 옷로비는 너무 언론의 시선을 받아 안 된 경우죠.

김형태 예를 들어 파업유도 사건 수사의 경우, 대전지검 검사들이 자료를 돌려달라고 들이닥쳤을 때, 이런 모습이 TV에 한 번만 비쳤어도 그런 짓은 못 하죠.

손혁재 결국 특검이 제대로 일하기 위해서는 권력으로부터도 벗어나 있어야 하고 정치적 공세나 언론에 의해 위축받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지금까지 특검은 수사력 자체가 없었잖아요. 검찰에서 검사를 파견받아야 하는데 비협조적이라든지 수사를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형태 저는 무엇보다 특별검사를 객관적 절차에 의해 뽑아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변협에 맡기는 건 부적절합니다. 모양새나 형식은 갖추지만 공정성은 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객관성이 보장되는 기구를 통해 뽑아야 합니다. 수사범위도 확장돼야 합니다. 파업유도 사건 때 압수한 자료를 보니까 다른 쪽에도 파업유도를 한 것으로 비춰지는 자료가 많았어요. 그런데 법은 조폐공사 파업유도로 한정되었어요. 하지만 조사하다보면 유사한 사례들, 즉 잘못된 시스템에서 비롯된 비슷한 사건들이 굴비 엮듯이 끌려나옵니다. 다른 곳에서도 파업유도를 했던 경우가 발견되면 그것까지 파헤치도록 허용돼야 합니다. 만약 노동계에 대한 파업유도나 공안조직의 개입 등과 상관없는 엉뚱한 것이라면 안 되지만,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는 모두 수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손혁재 결국 인선을 공정하게 해야 하고, 수사거부 등은 처벌해야 하며, 수사범위를 너무 제한하지 말고, 또 끝까지 그 사건을 책임져야 할 것 같습니다.

김형태 예를 들어 제가 맡고 있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경우도 한 사건을 조사하고 나서는 검찰에게 넘기는데 그러면 그들이 감당을 못 합니다. 먼저 국가폭력에 의한 의문사를 조사했던 것이 검찰 아닙니까. 그 결과를 뒤집는 내용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특검제도 마찬가지로 사건이 끝날 때까지 공소유지를 해야 합니다. 사건이 마무리된 뒤에는 특검 스스로 관료화되지 않도록 본업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법조일원화와 재정신청 방안 도입해야

손혁재 마지막으로 검찰개혁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에 대해 감찰본부가 발표한 내용이 과연 현재 검찰 내부의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인지 의문스럽습니다.

김형태 인사위원회 강화, 외부인사 참여, 이의제기 등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검찰 자체의 인적 개혁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도적으로는 ‘법조일원화’를 도입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즉, 판사·검사·변호사를 한 묶음으로 해서 순환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초임 검사나 판사는 전부 5년 이상 변호사 업무를 맡았던 사람에게 맡기는 겁니다. 즉, 판사, 검사들을 민간과 계속 순환시켜 검찰이나 법원의 관료화를 깨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손혁재 법조일원화는 미국에서처럼 변호사를 어느 정도 하고 나서 검사나 판사를 하게 하자는 주장인데요, 검찰만 따로 떼어놓고 검찰개혁을 보면 한계가 있으므로 이 또한 좋은 방안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검사의 기소독점주의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검찰이 상설적 특검제 등 검찰개혁을 막으면서 내세우는 주장 중 하나가 기소독점주의입니다. 이는 헌법사항인데 어떻게 위배할 수 있느냐는 논리죠. 그런데 결국 헌법정신이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핵심임을 고려하면 기소독점주의가 오히려 헌법정신 자체를 훼손하고 있으므로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김형태 제3공화국 당시, 박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모든 사건에 대해 재정신청을 보장하고 있었습니다. 재정신청이란 검사가 불기소 결정을 내릴 경우 고소·고발인이 직접 피의자를 공판에 회부해 달라고 신청하는 제도인데 프랑스,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검사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특검제는 검찰이 제대로 자기 역할을 안 해서 만든 과도적 장치이므로 결국 검찰의 관료조직을 깨고 민간과 교류시키든지, 아니면 기소독점주의를 없애 예전처럼 고소·고발인이면 누구라도 검찰의 불기소에 맞서 재판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손혁재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상설적 특검제의 실시 이유와 그 속에 담아야 할 내용들, 그리고 검찰개혁방안까지 폭넓게 얘기된 것 같습니다.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특검제는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힘으로 상설적 특검제를 이뤄내야 할 것입니다. 이것으로 대담을 마칠까 합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경석(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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