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6월 2002-07-02   803

‘침묵을 깨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자!’

문화공연 바람이 분다 마련한 가수 정태춘


정태춘·박은옥,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하 노찾사). 80년대 노래운동을 이끌었던 그들이 한 무대에 선다. 이들이 함께 공연하게 되는 ‘바람이 분다’는 80년대의 시대정신과 청년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마련되었다. ‘바람이 분다’에는 80년대를 상징하는 노래꾼들과 강산에, 크라잉넛, 윤도현밴드 등 90년대 이후의 자유와 저항을 노래하는 가수들이 출연한다. ‘메인 스트림(main stream)의 교체’를 꿈꾸며, 이번 공연을 제안하고 주도적으로 참가한 80년대 노래꾼 정태춘을 만나 ‘바람이 분다’의 취지와 의미를 들어보았다.

공연을 기획하게 된 취지는 무엇인가?

“80년대의 바람을 다시 한 번 일으켜보자는 생각에서 마련했다. 이제 그 세대가 사회 전면에 나타날 때가 되었다. 메인 스트림의 교체를 준비해야 한다. 386의 힘을 이끌어내는 것이 대선 국면에서 중요하다. 일제시대 때 이후 계속되었던 현재의 주류를 이제 한번 바꿔보자는 것이 목적이고, 그러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80년대의 시대정신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80년대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그간의 질곡이나 그로 인한 당시 민중 삶의 상황이 왜 이렇게 나쁘게 되었는가를 기초부터 깨달은 시기였다. 군부독재가 판치게 된 사회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미국을 비롯한 외세가 대한민국 내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등등 총체적인 역학관계를 자각하던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총체적 깨달음을 바탕으로 우리가 가진 모순덩어리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노동자, 농민이 일어섰고 그들과 권력(정치권과 자본)의 싸움은 들불처럼 번져갔다. 그 시대가 바로 80년대다. 기존 권력에 대한 기층민중의 도전이기도 하고, 힘없이 당하던 민중이 미국을 비롯한 외세에 도전했던 시기였다. 자기 몸을 불살라 민주주의 재단에 바치고 기꺼이 조국과 민중을 위해 헌신했던 그 정신이 바로 80년대의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는 침묵의 시대

소위 ‘운동하던 386세대’가 현재 한국사회의 주류질서 속에서 메인 스트림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그 세대들은 특별한 역사체험을 한 세대들이다. 그리고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투쟁이 넘쳐나던 시대였다. 그네들의 문제의식이나 헌신성은 이후의 삶에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 그들이 주류로 나서야 한다. 현재의 주류세력들은 일제시대 이후 지배권력 집단을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이다. 이제 이러한 기존의 주류들은 청산되어야 하고 참신한 세대가 메인으로 등장해야 한다.”

90년대는 80년대에 비해 ‘운동의 암흑기’ 혹은 ‘침묵기’라고 표현했다. 무슨 의미인가?

90년대 우리는 두 번의 민간정부가 진행되는 모습을 봤다. 그 사이 세계화, 신자유주의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다. 하지만 90년대 세대들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해 그리 크게 문제제기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솔직히 말해 90년대 세대들에게는 80년대 세대들의 열정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

80년대 세대가 왜 문민정부 시절에 눈에 띄는 활동을 벌이지 않았다고 보는가.

“민간정부에 대해 어느 정도 기대치가 존재했다고 본다. 그래서 구 기득권 진영으로부터 정부가 공격당할 때 일종의 연민 같은 것을 느꼈을 수 있다. 때문에 그들은 정권에 대한 비판과 공격을 유보했다고 본다. 또한 그 10년 동안 급격한 산업구조의 재편, 이를테면 IT, 벤처 등 변화들이 가파르게 진행됐고, 이에 대한 적응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적극적인 비판이나 반대의사 표명을 하지 못한 면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386세대 중 일부는 스스로 80년대 세대를 대표하며 기존 정치권에 ‘수혈’당했다. 이들의 대표성을 인정하는가?

“그 세대 중 기존정치권에 진출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그들은 80년대 세대의 문제의식을 제대로 구현해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들에 대해 변절이니 뭐니 하는 표현을 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극소수의 사람들이 80년대 세대를 대표한다고 보지 않는다. 80년대를 주도했던 386이 결과적으로 무너지면서 기존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매도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386의 대응은 묵비로 일관했다. 기성세대 혹은 메인 스트림에서 매도했던 것은 386에 대한 일부분을 확대 활용해서 매도한 것이고 극소수이다. 386세대가 이러한 침묵에서 벗어나야 한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자

‘바람이 분다’에서 바람의 의미는 무엇인가?

“국민참여 경선제가 불러일으킨 ‘노풍’이 커다란 동력이랄 수 있다. 나는 잠자던 80년대 세대들이 꿈틀하는 것을 보았다.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조직된 사람들이 3만이 넘는다. 80년대식 동력이 아니고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하지만 나는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들이 ‘노’로 해결된다고 보지 않는다. ‘바람이 분다’에서의 바람은 그것이 포괄하지 못하는 범위까지의 바람을 말한다. 그 바람의 진원지가 ‘노풍’이지만, ‘노’를 잘라내고 ‘풍’만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는 386을 중심으로 하는 80년대 세대가 일으키는 변화의 바람이다.”

‘노찾사’를 찾고 기다렸다고 말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노찾사는 80년대 세대들의 상징이다. 그들은 다른 세대가 체험하지 못했던 경험을 선사한 가수들이다. 노찾사가 응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는 이번 공연을 홀로 치르며 타이틀도 ‘노찾사를 기다리며’라고 했을지 모른다. 후훗.”

80년대 한때 대중문화의 주류를 차지했던 노찾사가 90년대 들어 급속히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또한 그러한 현상이 80년대 시대정신의 상실과 어떤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80년대 세대들은 90년대 이후 개인의 현실로 들어가야 했다. 또한 그 시대의 정신, 정서는 기존의 메인 스트림으로부터 압도당했다. 시민운동, 지역운동 등에 투신해 자신을 희생하며 열심히 싸운 사람들도 있지만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그와 함께 그들이 향유했던 문화가 현장에서 사라지게 되었고, 노찾사도 그런 상황에서 대중들로부터 유리된 것이라고 본다.”

공연을 기획한 ‘아름다운세대문화재단’(가칭)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80년대 시대는 헌신과 투쟁의 시대였다. 하지만 90년대는 침묵의 시대이다. 침묵하는 동안 역사가 정지하거나 거꾸로 가는 시대였다. 이러한 인식에서 새로운 10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한 고민에서 문화예술인을 중심으로 한 1만인 위원회 멤버십인 가칭 ‘아름다운세대문화재단’을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 이 문화재단을 통해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문화운동 관련사업들을 지원할 것이다.”

87년 6월 거리에서 노래했던 가수로서 80년대 세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지금은 민간정부가 끝나가는 시점이고 지난 10년을 반추하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80년대에 가졌던 사회에 대한 남다른 문제의식과 애정을 가지고, 달라진 상황 속에서 그 세대 전체의 이름으로 고민해 보자. 그리고 그때 누렸던 다양한 문화들도 지금 주류문화가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문화로 현재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한태욱(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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