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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년 02월
  • 2004.02.01
  • 842
증권집단소송법, 생명윤리법, 정보공개법
16대 국회는 지난해 말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개혁법률안 3건을 제.개정했다. 시민들이 어떻게 법안들을 이용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그동안 소액투자자들은 분식회계나 허위공시, 주가조작 등과 같은 기업의 불법행위로 인해 주가가 크게 하락해 피해를 당해도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제적, 시간적 여력이 없어서 앉아서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 증권집단소송법의 의의는 피해자를 대표해 대표당사자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승소한다면, 그 이익을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집단소송, ‘시민단체’활용이 유리해

기업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본 주식 피해자는 어떻게 자신의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먼저 증권집단소송법의 개괄적인 내용을 알아야 한다.

증권집단소송법은 소송을 걸 수 있는 피해자의 요건으로서 ▲피해자 집단이 50명 이상이고 ▲피해자 집단이 소유한 지분이 그 기업의 발행주식의 1만분의 1(0.01%) 이상인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소송은 변호사 없이는 수행할 수 없다. 지난해 막판까지 논란이 됐던 소송자의 담보제공은 다행히 채택되지 않았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기업 불법행위의 범위도 알아두어야 한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면 분식회계, 정기공시의 허위기재, 미공개정보의 이용, 주가조작, 감사인의 부실감사 등이다. 물론 소송을 제기하는 당사자는 ‘기업의 이 같은 불법행위와 피해자의 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런 요건이 충족돼 1인 또는 수인의 공동대표가 소를 제기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법원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이를 공지한다. 이 때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가 이 소송의 결과에 구애받지 않고 싶다면 법원에 ‘제외신청’을 해야 한다. 제외신청을 한 피해자는 소송이 승소하더라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는 대신, 소송이 패하더라도 나중에 개인적으로 민사소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다. 우선 이 법이 시행될 시기를 2005년 7월 1일로 잡아, 빨라도 앞으로 2년이 지나야 소송이 가능하다. 또 소 제기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불법행위 중 허위기재의 대상이 되는 서류의 범위(예를 들어 수시공시)를 축소시켰다.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에 대해 법원이 일간지 공시와 개별 통지를 병행하는 점, 인지대 최고 상한선이 5000만 원이나 된다는 점이 초기 소송부담을 높여 소 제기 가능성을 낮추는 원인들로 지적되고 있다.

박근용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팀장은 “법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개인 피해자가 직접 소송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면서 “소액 피해자들이 시민단체나 법무법인과 같이 공익적 관점에서 증권집단소송을 활용하는 단체들의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피해 구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당신 아이들의 미래를 보여준다?

5년 여의 논란 끝에 지난해 12월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생명윤리법은 생명공학의 윤리적, 사회적 규제 근거를 마련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 법은 공포 즉시 인간복제 금지를 금지시켰다. 이 밖에도 인간배아 연구와 실험의 기준 마련, 유전정보로 인한 차별 금지, 유전자 치료의 법적 규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설치 등의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정된 생명윤리법을 일반 국민들이 가장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점은 “당신 아이들의 미래를 알려 준다”는 광고문구로 이미 일반화된,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바이오 벤처들의 상업활동을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병수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간사는 “이들 기업들의 광고는 대부분 과장됐거나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규제할 방법이 없었다”면서 “생명윤리법은 근거 없는 광고나, 이를 통해 채취한 유전자 정보를 본인동의 없이 상업적 목적에 이용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생명윤리법이 규정한 유전자 정보로 인한 차별 금지도 가까운 시기 도래할 수도 있는 새로운 형태의 차별을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가입자의 보험료를 차별하는 것이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피해사례가 드물지만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고용, 보험 등의 차별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일반 시민들은 본인 동의 없는 유전자 정보의 사용이나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차별에 대해서 생명윤리법을 기반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공공기관의 행정정보, 이메일로도 받을 수 있다

역시 지난해 말 개정돼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공개법 개정 사항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진전을 꼽으라면 ▲정보공개 기간 단축 ▲공공기관의 자발적 정보공개 의무화 ▲비공개 대상 정보의 제한 ▲공공기관마다 정보공개 전담 인력과 공간의 배치 ▲서류가 아닌 전자적 형태로도 정보공개 청구 가능 등이다. 일반 시민들은 2004년 7월부터 새로 개정된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공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우선 청구일로부터 15일 이내, 연장 15일 이내로 총 1개월 걸렸던 정보공개 기간이 단축돼 공공기간은 국민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10일 이내, 연장 20일 이내에는 공개해야 한다.

정보공개의 범위도 넓어졌다. 청구인이 청구하지 않았더라도 공공기관은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 예산이나 사업평가 등 행정 감시를 위해 필요한 정보는 자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또 기존에 공공기관의 자의적인 해석 여지가 있었던 비공개 정보 대상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도 정보공개의 범위를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사생활 보호 명분으로 비공개 대상으로 했던 정보도 엄격히 제한해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과 직위, 각종 위원회에 참여한 개인의 성명과 직업도 공개토록 한 것도 중요한 진전이다. 정책을 심의하는 각종 위원회 참여 인사들의 신상이 공개돼 국민들의 직.간접적인 견제를 받게 된 셈이다.

전진한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간사는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진전은 정보공개를 이메일과 같은 전자정보의 형태로 받아볼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전자정보 공개는 다만 공공기관의 정보 전자화 작업을 감안해 2005년 7월부터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정보공개심의회의 2분의 1 이상은 외부 전문가로 위촉케 해 정보 비공개에 대한 이의신청이 수용될 가능성을 높인 점, 정보공개위원회를 신설해 각 기관의 비공개 기준과 정보공개 정책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정보공개 가능성을 높인 것들이다.

그러나 의사결정 과정은 여전히 미공개 정보로 남은 점, 정보공개위원회에 심판 기능을 부여하지 않은 점, 공공기관의 악의적 비공개에 대해 형법상 벌칙조항을 마련하지 않은 점 등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장흥배(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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