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2월 2007-02-01   1459

에이즈 감염인이 이 사회의 인권 잣대 ‘나누리+’

“HIV/AIDS 감염인을 확산시키는 것은 에이즈가 아니라 에이즈에 대한 공포이며 차별입니다. 감염인들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고 에이즈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인들이 사회의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가면서 병을 치료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HIV/AIDS 안전모임 나누리+’(이하 나누리+)는 동성애자인권연대,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행동하는 의사회, 그 외 개인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인권모임이다. HIV/AIDS 감염인이 차별 받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받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에이즈는 단지 질병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질병의 문제라면 병원에 잘 다니면서 치료하고, 아프기 때문에 박탈되는 권리 문제를 다루면 되지만 에이즈는 질병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가 에이즈 환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냐 하는 사회와 인권의 문제라는 시각이다. 2004년 이 생각에 동의하는 인권단체, 보건단체 활동가들이 만든 것이 나누리+다.

나누리+의 첫 활동은 2004년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이하 에이즈예방법)의 반인권성을 폭로하는 토론회를 연 것이었다. 한국의 에이즈 관리정책은 아직까지 감염인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인권침해의 요소가 많을뿐더러 실질적인 에이즈 예방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검진과 치료과정 그리고 감염인의 일상생활에 여러 인권 침해를 하고 있다. 에이즈예방법에서는 휴게음식점 영업 중 다방의 여자종업원, 유흥접객원, 안마시술소의 여자종업원, 특수업태부에 대한 강제검진을 6개월 간격으로 연 2회 실시하도록 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성매매여성을 지칭하는 조항인데 남성 감염인이 훨씬 많은 현재 상황에서 유독 성매매여성에 대한 강제검진을 강조한 것은 예방의 실효성이 의문스러우며 감염되기 쉬운 계층을 오히려 예비범죄자로 다루고 있는 꼴이다. 외국의 연구결과는 성매매업 종사자에 대한 검진 의무화가 실제로 별 효과가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UNAIDS의 권고를 보더라도 수혈 혹은 장기 기증 시를 제외한 강제검진은 국제인권법상 차별금지 조항을 위배하는 것이다.

감염인에 대한 정보인권 침해 다반사

나누리+는 2005년에는 HIV/AIDS감염인의 의료접근실태와 문제점을 알리는 노력을 했다.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하거나 의료보험제도상의 불이익을 받는 문제점, 그리고 의약품 수급문제를 살펴보았다고 한다. 또 감염인들에 대한 정보인권 침해 문제를 국가인권위에 제소 하기도 했다.

2006년 7월에는 인권단체, 보건의료단체, 각종 사회단체 학생들과 함께 에이즈예방법대응공동행동을 결성하고 예방법에 대한 대응과 함께 감염인의 인권증진 활동을 계속했다. 의약품 접근권과 한미FTA, 감염인의 정보인권, 빈곤의 문제 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였다. 에이즈의 다른 이름이 빈곤이라고 할 정도로 에이즈는 곧 빈곤 문제이다. 세계적으로 빈곤한 계층일수록 에이즈에 더 많이 감염되고, 또 에이즈에 감염되면 차별과 편견으로 인해 경제생활이 곤란해지고 과중한 의료비 부담으로 빈곤층으로 떨어지게 된다.

병원에서의 차별 또한 있는데 진료거부를 당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특히 지방의 경우 1,2차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해 도청소재지로 나와 3차 병원을 찾아가야 하기도 한다. 에이즈와 직접 관련 없는 감기나 치과 치료를 위해 1,2차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사실상 진료를 거부 한다. 나누리+의 대표이며 감염인인 윤가브리엘 씨는 “병원에서는 의사 뿐 아니라 예약이나 수납을 위해 직원들도 접촉하게 되는데 인권의식 없는 사람들이 에이즈 환자라고 이야기하거나 빨간 딱지를 붙여 놓는다. 그래서 에이즈 환자들이 병원 가는 걸 싫어한다.”고 말한다.

나누리+는 국제 에이즈 회의에도 2번 참가했다. 에이즈 문제만 다루는 국제 회의가 2년마다 열리는데 2004년 태국, 2006년 캐나다 회의에 에이즈 예방법의 반인권성과 한미 FTA 문제를 가지고 참석했다. FTA는 태국, 미국, 말레이시아에서 참석한 사람들과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거기서 함께 반대시위를 하고 초국적 제약회사들의 횡포를 규탄하는 시위도 벌였다. 2006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에 열린 복지부 기념행사에서도 에이즈 정보공개문제와 한미FTA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감염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FTA

에이즈는 이제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는 힘들어도 관리할 수는 있다. 면역력이 떨어질 때 약을 먹으면 면역력이 올라가게 된다. 2005년 11월 미국, 영국에서 발표된 것을 보면 에이즈가 발병된 이후 평균수명이 24년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약을 계속 먹으면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몇 가지 약을 같이 복용해야 한다.

에이즈 치료제가 무상공급이라고 정부는 자랑하지만 감염인이 약값을 먼저 부담하고 후불의 형태로 지원될 뿐 아니라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지급이 늦어지는 것도 다반사라고 한다. 2000년 이후에 생산된 13~15가지 에이즈 치료제 가운데 한국에는 세 가지 밖에 공급되지 않았고 그나마 한 가지 약은 중단되었다. 초국적 제약회사가 생산한 신약의 가격은 들어간 연구비나 생산비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 팔릴 수 있는 금액으로 결정된다. 미국에서 팔리는 가격과 똑같은 가격을 한국이나 제3세계 국가에 요구하니 살 수가 없다. 나누리+의 권미란 활동가는 “에이즈 치료제는 무상공급이지만 그 이면에는 제약회사의 과도한 이윤추구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미국 제약회사의 요구가 다 받아들여진다. 지금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지만 국가에서 약가를 통제하는 것도 완전히 불가능해진다. 에이즈, 암 등의 만성질환자들에게 한미FTA는 죽으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윤가브리엘 씨의 경우도 내성이 생겨 국내에서 유통되는 약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그를 돕는 후원회가 활동하고 있지만 매달 200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에이즈 감염인도 우리와 함께 살아갈 이웃이고 그들에게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과 행복을 위해 애쓰는 나누리+같은 곳이 있기에 우리는 더 살 만한 세상을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장정욱 참여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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