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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년 10월
  • 2011.10.05
  • 2490
  • 첨부 2
용감한 1인, 들끓는 도가니에 맞서다


김현익 송파시민연대 사무국장

 

강지나참여사회』 시민기자

 

고대 의대 성추행 사건은 5월 21일 송추계곡으로 MT를 간 남학생 3명이 여학생이 만취해서 잠든 상태에서 성추행을 하고 그 행위를 촬영한 사건이다. 인터뷰를 했을때는 재판이 진행 중이었고, 9월 30일 재판부는 의대생 3명 전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9월 5일, 고대는 의대생 성추행 관련자들에게 출교조치를 내렸다.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것이 5월 21일이니, 사법처리 과정에 있는 사건이고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에 비한다면 4개월이나 지나서 이런 결정을 했다는 것이 좀 의아한 일이었다. 하지만 고대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는 사실 고대 재학생, 졸업생을 포함한 일반 시민들의 힘이 컸다. 6월부터 9월까지 이들에 대한 출교조치를 요구하는 1인시위가 끊임없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1인시위를 처음으로 제안하고 주도해온 김현익 씨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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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에 올린 첫 제안이 일파만파로...


그는 첫 제안자라고 하기에는 조용하고 침착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트윗에 제안하고 나서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처음에는 그냥 학교가 3주정도가 지났는데도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피해자의 인권이 보호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제안했는데, 사람들이 공감을 많이 했던 거 같다.”


  학교 당국에 가해학생들의 출교조치를 요구하는 1인 시위는 6월 8일에 시작됐는데, 8월말 학생회로 바톤이 넘어가기까지 거의 3달동안 이런 반응은 SNS를 통해 꾸준히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고대생들뿐 아니라 타대 학생과 일반직장인들까지 광범위했고 지방에서도 올라와서 참여하는 분도 있었다.


  “아마도 성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했지만 사태가 나아지지 않는 것에 대해 많이 공분을 샀던 거 같다. 게다가 장차 환자를 담당할 의사지망생이 이런 인권유린을 했다는 것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가해자의 부모가 변호사라는 게 알려지면서 ‘무전유죄-유전무죄’로 돼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도 일었다. 1인시위 참여가 뜨거웠던 것에는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거 같다.”


  1인시위 참여자들은 직접 피켓을 만들어오기도 했고, 디자인을 하기도 했고, 트친들이 와서 응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중에는 전라도 광주에서 휠체어를 타고 새벽같이 올라와 참여하신 분들도 있었다.


  “이 분들은 광주대학병원에서 통증클리닉을 같이 다니시는 분들인데, 의사를 많이 접해야 하는 환자로서, 이런 일은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깨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의사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에 꼭 참여하고 싶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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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슬럿워크slut walk의 효시


참여자들 중에 가장 화제가 되었던 사람은 슬럿워크 시위를 한 트윗 누리꾼 @zinnaGo씨와 @Helen3737씨다. 처음에 이들은 사실 슬럿워크 시위가 뭔지 몰랐다고 한다. @zinnaGo씨가 트윗을 통해 먼저 옷을 야하게 입고 가겠다고 했고 김현익씨는 그냥 좋은 아이디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당일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아 매우 당황했었다. 


  “전날 외국에서 이와 비슷한 슬럿워크 시위가 있어서 더 언론의 집중을 받게 되었다. 덕분에 의도치 않게 한국 슬럿워크의 첫 스타트를 끊은 셈이 됐다.”


  슬럿워크slut walk는 캐나다 토론토 경찰관이 옷을 야하게 입으면 성범죄에 표적이 된다는 말을 해 이에 항의해서 여성주의자들이 일부러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성범죄에 반대하는 시위를 한 것에서 유래하였다.


  그러나 @zinnaGo씨와 @Helen3737씨의 슬럿워크 시위에 대해 사람들이 긍정적으로만 반응한 것은 아니다. 특히 가장 먼저 슬럿워크 시위를 해서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zinnaGo씨는 비난과 조롱하는 악플에 많이 시달렸고, 결국 그 후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끊었다. 고대 의대 성추행 사건에서와 같이 한국사회의 이중적인 성관념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인 셈이다. 여성을 성상품화 대상으로 삼아 곳곳에서 은밀히 탐하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정숙한 여성상을 요구하는 이중적인 잣대가 적용된 것이다.


  더 나아가 여성은 ‘어머니’처럼 숭고하거나 ‘창녀’처럼 섹시한 존재 둘 중 어느 하나로만 존재할 뿐, 사회적인 의식을 갖고 자신의 꿈과 이상을 펼치고자 하는 인간으로는 보여지지 않는 모양이다.


  이들의 시위는 그 옷차림과 피켓이 전하는 사회적 의미보다는 옷차림 그 자체로 먼저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고대성추행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것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후 고대 의대 교수들의 태도나 가해자 부모의 태도를 보면 도대체 그들이 우리와 동시대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성범죄에 대해 파렴치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고대 의대 교수들은 피해자의 상처보다는 가해자인 남학생들의 장래를 망칠까 전전긍긍했고, 변호사라는 가해자 부모는 재학생들에게 ‘피해자는 사생활이 문란했다/아니다’ 등의 문항을 담은 설문지를 받거나, 피해자가 행실이 안 좋았다는 자료를 수집해서 퍼트리거나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협박하는 등 상식이하의 행동을 일삼았다.


  피해자의 친구였던 한 의대생은 피해자에게 전화로 ‘같이 밥을 먹으면 의대 내에서 찍힐까봐 함께 있어주지 못했다’고 말해 피해자가 2차 피해에도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고대 의대에서 일어난 일이라 커진 거지 무명 대학에서 일어난 일이면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여론이 가해자들을 마녀사냥 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어 죄를 판단하는데 있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권력관계에 민감한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고대 의대뿐만 아니라 대학 내의 성폭력 사건은 사실 비일비재하다. <도가니>라는 영화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숨기고 덮으려고만 할 뿐이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이라는 심각성은 별로 염두에 두고 있지 않는 거 같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려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365일 야한 옷을 입고 광화문에서 1인 시위라도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김현익 씨처럼 평범했던 한 청년이 나서서 행동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 그는 현재 성범죄자가 의료인이 되지 못하게 하거나, 의료인이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면허를 취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의료법 8조 개정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www.facebook.com/groups/medical8). 고대 의대 사건의 재판과정 뿐만 아니라 법 개정으로 이런 일의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앞으로 주목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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