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03월 2012-03-06   1613

아주 특별한 만남-떴다, 경기남부사랑방!

떴다, 경기남부사랑방!

 

박승현, 차명례, 한정직 회원

 

 

이경휴 수필가, 「참여사회」 시민기자

 

봄의 서막인 3월이다. 입춘·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창 밖에서 서성대는데 바람은 여전히 쌀쌀하게 옷깃을 파고든다. 꽃이 피는 걸 시샘하는 꽃샘바람이 아니라 가지를 흔들어 뿌리를 깨우는 바람,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한 ‘꽃세움바람’이라는 말이 종종 회자되는 날이다. 그 뜻에는 아마도 희망이라는 단어가 접목되어 있으리라.

  올봄에는 희망을 들먹거리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지 싶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알맹이 없는 말들을 쏟아내는 언어의 성찬에는 희망이라는 레시피가 단연 으뜸일 게다. 벌써부터 희망에 대한 글들이 차고도 넘친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말들이 가슴을 적시고 발을 달아주는 말로 거듭나기를 그야말로 희망할 뿐이다.

  참여연대가 희망인 사람들을 만났다. 50대·30대·10대가 어우러져 한 목소리를 내는 ‘경기남부사랑방’의 박승현(고등학생), 차명례(교사), 한정직(대안투자연구소장) 회원이다. 경기남부는 수원을 중심으로 안양, 의왕, 군포, 화성, 오산을 말한다.

  한사람 중심의 기존 인터뷰에서 벗어나는 형식이라 잠시 고민했지만 ‘사랑방’에 방점을 찍었다. 다과를 들며 편안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인연, 같이 모임

회원 가입 시기와 계기를 묻자 방장님으로 추앙(?)받는 차명례 회원은 여유 있게 포문을 열었다.

  차명례 1998년 10월로 기억합니다. 장하성 교수님이 주도한 소액주주운동이 시작될 때였으니까요. 당시 주식을 조금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가 매달 회비 내는 게 귀찮아서 2001년 평생회원이 되었어요.

 
  평생회원으로 가입한 동기가 너무 단순해서 모두 한바탕 웃었다. 순간 ‘진보는 단순화다’라는 말이 퍼뜩 떠올랐다. 과연 진보의 롤모델이 아닌가. 평생회원이란 일정액 이상의 고액을 일시에 내어 정기 회비 납부를 면제 받는 회원을 말한다. 참여연대 초기에 재정 확보를 위해 적지 않은 분들이 평생회원으로 가입했다.

 
  다음은 자연스럽게 총무 소임을 맡고 있는 한정직 회원에게로 돌아갔다. 유쾌, 상쾌, 통쾌로 이어지는 표정과 언변이 좌중을 압도했다.

 
  한정직 2009년 2월에 가입했어요. 예전에 있던 직장에서 산재로 인해 공단과 갈등이 있었죠. 그 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해 참여연대에 문의를 하면서 발을 들여놓게 되었어요. 문제 해결에 있어 간사들이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해했지만 그들의 태도가 참여연대에 대한 믿음을 더하게 합디다. 그 과정을 ‘활기차’에 계속 올리며 회원 활동을 본격적으로 했죠.

 
  마지막으로 10대 소년 박승현 회원 차례였다. 변죽울림의 고수인 한정직 회원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아름다운 청년 박승현’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그를 ‘시민단체의 신동, 참여연대의 아이돌’이라며 바람을 일으켰다. 아직 소년티를 벗지 못한 그가 쑥스러워하며 말을 끊었다. “너무 나가는 것 같아요. 좀 뒤로 나오셔요.”라고 일단 제재를 가하자 웃음 바다가 되었다.

 
  박승현 회원 가입은 지난달에 했어요. 회원가입 조건이 성인에 한하는 줄 알고 기다렸어요. 참여연대에 대해선 티비나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었죠.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사회에 관심이 많았어요. 7~8살 때부터 성인이 되면 꼭 시민단체에 가입할 거라는 생각을 하다가 올해 초에 가입했어요.

 
  과연 ‘시민단체의 신동, 참여연대의 아이돌’이라는 호칭을 인증한 셈이다. 더구나 고3으로서 입시가 눈앞에 있는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다니 예사롭지 않은 청년임에 분명했다. 참여연대 꿈나무 장학생으로 키울 만하다고 한정직 회원이 거들자 주변에서도 대학생이 되면 인턴, 자원활동가 등 활동할 분야가 많다며 거들었다.

 

경기남부사랑방의 희망 사항

경기남부사랑방에 대한 소개 및 홍보를 부탁하자, 세 사람 모두의 얼굴이 일시에 환해졌다. 각자 할 말은 많은 듯했지만 먼저 방장님께 모임의 결성 시기를 여쭸다.

 
  “2010년 재보궐 지방선거 때 커피당 모임이 있었잖아요. 그때 만났던 사람들이 그 여세를 몰아 경기남부모임을 하기로 했어요. 회원들은 내 주변에 참여연대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즐거워 해요. 회원 전체 행사에 나가면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서먹해 하다 오는 게 아쉽거든요. 지역 모임에서 얼굴 익히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세상살이를 얘기하자고 했죠. 분위기 메이커인 우리 총무가 ‘활기차’에 공지사항을 열심히 올리고 있어요. 지난달 모임에는 박근용 시민참여팀장도 다녀가셨고요.”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한정직 회원의 보충 설명이 장황하게 이어졌다.

  “인터뷰 간다고 하니 한 회원이 충고했어요. 말을 좀 줄이고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라고 …. 주제와 다소 빗나간 얘기지만 먼저 한마디 할게요. 그때처럼 커피당 모임을 상·하반기에 맞춰 다시 결성했으면 해요. 올해가 얼마나 중요한 해입니까? 커피당 모임이 지역회원 모임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이젠 본론으로, 우리가 모임 할 때마다 참여연대에서 경기 남부 거주 회원들의 휴대폰에 일일이 문자를 넣어줍니다. 그게 큰 힘이 되지요. 규모의 경제학이랄까, 일단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합니다. 판이 커야 참석한 사람들도 뭔가가 있는 줄 알고 계속 관심을 갖는 거 아닙니까? 그 관계를 지속하려면 재미가 있어야 하고, 내용도 충실해야 하고. 방장님도 늘 재미를 강조하시고 저도 적극 공감하며 내실을 다질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초록동색草綠同色이라, 곁에 있던 간사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고민이 참여연대의 고민이리라.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들이 있는지 궁금했는데 총무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수원을 기점으로 매달 한 번 모임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지역 인사를 모셔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가질 예정입니다. 다음 달부터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초청해 인권, 평화, 시사, 정치 등의 강좌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며서 회원들의 참석을 독려할 생각이예요. 그리고 우리의 최종 목표는 매달 발행되는 참여사회 책자의 마지막 장 회원모임 꼭지에 ‘경기남부사랑방’으로 당당히 진입하는 겁니다. 참여연대 최고의 언론이요, 회원 구독률 100%를 자랑하는 책이 참여사회 아닙니까? 이번 호가 나가면 아마 상황이 종료되지 싶은데, 기사 잘 부탁합니다.”

  결연한 의지와 꾸벅 절까지 하는 귀여운(?) 청탁에 좌중은 또 웃음 바다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목표 달성하기 위해서는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으리라. 정식 회원모임으로 등록하려면 일정한 활동 기간을 거쳐야 하고 적정 인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열정적인 총무, 참여연대 ‘업력’ 높은 방장, 아이돌로 결성된 경기남부사랑방의 돌풍은 지역 회원모임의 선두 주자로 치고 나올 날이 머잖은 듯싶다.

 

중구난방 가운데 한 목소리

경청하던 박승현 회원에게 발언권이 주어졌다. 고등학생으로서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생각과 꿈, 참여연대에 대하여 궁금한 점이 있다면 서슴없이 얘기하라고 하자, 눈빛이 단박에 빛났다.

 
  “정치외교학과를 갈 거고, 정치인이 꿈이예요. 마음 같아선 대통령까지 하고 싶어요. 정치 개혁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요. 사실 가까이 있는 학교에서부터 문제가 많아요. 화장실 관리만 해도 담당 선생님이 학생에게만 맡기고 한 번도 화장실에 오시지 않아요. 학생들도 학교 물건을 마구 사용하고 휴지 같은 건 집에 막 가지고 가고… 주인의식이 없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표정이 일그러지자 중학교 선생님인 방장님이 진화에 나섰다.

 
  “그러니 지금 학교에서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봐. 반장 하면서 학급 문제를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학교에 건의하고, 또 친구들을 설득하면서 리더십을 키우는 거야. 대학 가서는 또 대학생으로서 할 일을 찾고. 그렇게 하나씩 바꿔 나가는 거야.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서 실천하는 게 중요해. 다음 모임에 반장 임명장 가지고 나오기로 하자.”

  역시 선생님다운 지적이요 훈화였다. 곁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총무가 호탕하게 웃으며  마침표를 찍었다.

 
  “독수리 같은 청소년들을 수능이라는 모이를 주면서 닭으로 키우는 게 우리의 교육현실 아닙니까?”

 
  따라 웃던 모두가 찬물 한바가지를 뒤집어 쓴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돌은 여전히 참여연대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듯했다.

 
  “여러 부서가 있던데 어떻게 배정을 받아요? 저는 의정감시센터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은데.”

 
  『참여사회』 편집팀의 ㅅ간사가 친절히 설명을 해주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시민단체 최초의 공개채용설명회, 공개채용 전형, 인턴과 자원활동 분야를 세심하게 짚어주었다.

 
  화제는 끝없이 가지를 뻗어나갔다. 밤은 깊어가고 갈 길이 먼 사람들이라 아쉽지만 가지치기가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참여연대에 바라는 점을 물었다.

  차명례 잘 하고 있어요. 참여연대 회원임이 늘 자랑스러워요. 그런데 회원과의 소통이 미흡한 거 같아요. 회원 엠티 같은 행사에 많은 회원들이 참석하도록 독려해야 할텐데요. 이번 송년회 같은 경우도 놓치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일단 회원들이 자주 보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함께할 기회를 많이 마련해주었으면 해요.

  

  한정직 한 회원이 그러더라고요. 연말 정산 때 떳떳하게 소득공제 받고 싶다고. 그러니 우리끼리라도 자주 만나서 ‘혼자가 아니야’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었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 행사를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는 외부 전문 진행자를 섭외하거나 인지도 높은 ‘진보의 비주얼’들을 모셔왔으면 해요. 재미가 있어야 사람들이 모이는 거 아닌가요?

 

  박승현 회원 활동을 잘 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 해주셔요.

 
  ‘한 티끌 속에 한 세상이 있다 一微塵中含十方’고 하듯이 모든 회원들의 바람이 이 마음이리라. 함께한 ㅅ간사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듯했지만 어쩌랴, 그들이 회원들의 희망인 것을. 누군가 말했었다. ‘이 시대 사회를 정화시키는 사람들은 성직자가 아니라 시민단체 간사들이다.’  서로에게 희망을 품으면서 길을 만들어 나가는 게 우리들의 할 일이 아닐까. 총선·대선을 앞둔 올해가 절호의 기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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