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1998-10-22   919

[제6호 개혁정론] 개혁성공을 위한 절박한 호소

우리는 국민정부가 문민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고 '개혁을 통한 위기극복'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개혁성공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지금이 바로 개혁성공을 위한 결단의 시기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첫째, 핵심적인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전격적이고 단호한 조치들을 취해야 합니다.

핵심적인 개혁사항들이 지체되고 개혁이 흐지부지될 때 위기는 심화되고 국민들 의 고통은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 재벌개혁 같은 핵심적인 개혁사항을 추진함에 있 어 자율이라는 견지에서 그동안 우회적인 압박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필요하다면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표해서라도 재벌체제의 과감한 혁신, 부실기업의 엄정 한 퇴출, 대기업들의 중복과잉투자구조의 전면적인 재조정 등의 당면한 과제를 단호하 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벌이 살아야 나라경제가 사는" 것 이 아니라, 재벌체제가 해체되어야 나라가 삽니다.

둘째, 개혁의 사회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어떤 점에서, 개혁의 길은 보수기득권세력의 저항과 더욱 높은 수준의 개혁을 요 구하는 급진개혁세력 사이의 '가파르고 협소한 길'입니다. 경제가 이 지경까지 이르 렀고 엄청난 고통의 소용돌이가 노동자와 국민에게 몰아치고 있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의 사회적 기반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IMF체제라고 하는 '눈물의 계곡'을 무사히 건너기 위해서는 특단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경제국난을 만든 부실재벌 총수 중 어느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 상황 에서 이 분노와 좌절의 겨울을 온전히 보내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개혁의 사회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수구적인 기득권세력과의 가시적인 긴장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세째, 개혁의 자율적 확산을 위해 개혁적 인사를 전진배치시켜야 합니다.

이제는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적인 개혁적 재편이 심도있게 고려되어야 한다. 더 이상 개혁이 대통령의 '원맨플레이'가 되어서는 않됩니다. 개혁적인 인사를 전진배치 시키고 그들이 각 부서에서 관료조직들을 통제하면서 자발적으로 '위임된 개혁'을 수 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경제각료들이 과연 개혁을 추진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 가에 대한 회의가 고조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네째, 한 분야라도 개혁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장기간이 요구되는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인내를 위해서라도 한두분야에서라도 확실한 것을 보여주십시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권법이나 국민인권위원회 설 치 같은 사안이야말로 김대중 정부의 개혁성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여타 개혁의 결과 를 인내심으로 기다릴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인권법 제정 및 국민인권위원회 설치 시도는 법무부나 검찰의 조직이기주의에 밀려 불필요한 공방만 을 만들어내고 있다. 모든 인권단체와 국민들이 참가하는 '광장'에서 인권법과 국가 인권기구를 국민적 축제로 제정해가는 노력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다섯째, 정부는 사회적 협약을 철저하게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노사정위원회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사회적 협약을 이루려는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시도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자들 사이에는 노사정위원회라는 형식만 달라졌을 뿐 노동자를 동원하고 들러리 세우려는 방식이라는 의구심이 뿌리깊게 존 재합니다. 이런 의구심을 완화하기 위해서도 개별사업장 수준에서건 노사정위원회 수준에서건 일단 성립한 협약은 재계의 반발이 있더라도 단호하게 준수되어야 합니 다. 물론 협약의 실제집행과정에서 과거의 행태가 관료들의 관성에 의해 반복되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이는 관료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개되는 개혁 의 딜레마입니다. 1기 노사정 합의 이후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미온적인 처벌이나, 전 교조 합법화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현대자동차 중재 이후 김광식 위원장의 구속같은 것은 정부가 협약을 얼마나 헌신짝처럼 여기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예일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진영 내부에서 사회협약을 추진하려는 합리적 그룹의 입지는 협소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섯째,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친개혁적인 사회기풍을 회복하여야 합니다.

개혁의 깃발 자체가 불분명하며 그리하여 친개혁적인 사회기풍이 죽어있는 상황 에서는 기득권세력의 저항을 통제할 수 없고 그러한 통제를 가능케 하는 국민적 합 의기반이 축소됩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김대중 정부의 지난 7개월은 '신중한 개혁' 이 '철저한 개혁'을 압도함으로써 개혁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부터 너무 신중하니 온나라가 탁 가라앉은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혁을 둘러싸고 전사회가 '관망적'이 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합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2건국'은 이런 의미에서 친개혁적인 사회기풍을 살리고 개혁적 기풍의 전국민화를 위한 적극적인 프로젝트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협의의 의미의 정치적 동원 화가 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일곱째, 사정의 '순수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방법론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국민은 사정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굴절된 사정을 반대할 뿐입니 다. 사정이 순수성을 담보하지 않을 때 사정은 곧 '정치화'되고 지역주의적 여론에 의해 '야당탄압'이라는 식으로 쟁점이 전도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고위공직자비 리수사처, 내부비리고발자지원, 강도높은 공직자윤리규정 등을 포함하는 강력한 부패 방지법이 필요합니다. 존경받는 재야변호사를 특별검사로 하여 환란의 책임을 조사 하는 것이 무엇이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검찰 등 기존 관료조직의 압력을 벗어나지 않는 한, 또한 '충성'하는 그들에게 편하게 안주하는 한, 국민정부의 장래가 문민정부 의 장래와 다르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국민정부는 문민정부와 달라야 합니다. 과감한 개혁을 통한 위 기극복 외에 지금 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개혁적 정권의 운명이 지금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달려있습니다.

참여연대 정책위원회 위원장 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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