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1998-10-29   740

[제7호 권두언] 검은 로비에 무너지는 절망의 나라

어제밤 해괴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대통령님, 어제밤 해괴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여러 신문사, 방송사에 서울지검3차장과 신동아그룹 관계자, 청와대관계자등이 특정기사를 게재하지 말거나 축소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전화로 여러 언론사 간부들과 법조출입기자들이 곤욕을 치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기사가 행여 빠지거나 형편없이 축소될까 조바심하면서 저희들도 전화통에 메달려 그 기사가 제대로 보도되도록 진력을 다했습니다. 결과는 저희들의 참패였습니다. 단지 한 신문만이 그 사실을 보도하였을 뿐 다른 곳에서는 모두 빠져버렸습니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입니다.

그 기사란 바로 외화도피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의 로비를 위해 그 수사책임자를 만난 생생한 장면이었습니다. 이로써 이미 사실상 수사가 완료되어 국외재산도피죄로 구속만을 남겨놓고 있던 최순영 신동아그룹회장을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의 실체가 확연히 드러난 것입니다.

대통령님, 그동안 박시언 부회장은 로비를 전담하기 위해 부회장으로 등용된 것이며 검찰과 청와대에 로비를 해 오고 있다는 세간의 의혹을 받고 있던 사람입니다. 그 사이에도 박부회장은 그 김차장검사를 몇차례 면담을 해 왔다는 것이 기자들의 전언입니다. 결국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지요. 그러던 중 위와 같이 백주 대낮에 버젓이 한시간동안 만나고 나온 것이 사실로 확인된 것입니다. 서울지검 3차장은 바로 최순영외화 도피사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특수1부의 직속 지휘 책임을 지고 있음은 공지의 사실입니다.

그런 김규섭 서울지검 3차장이 신동아그룹의 부회장인 박시언을 한 시간이나 사무실에서 만났다면 무슨 대화가 오갔을 것인지는 눈으로 보지 않고도 훤히 알수 있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최순영 신동아 회장 비호의 실체, 김규섭 서울지검 3차장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더구나 대통령님, 박 부회장은 김규섭 차장검사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이며 이번 말고도 여러차례 김차장 검사와 만났다고 합니다. 이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게 나돌던 신동아그룹 박시언 회장의 검찰로비의혹을 여실히 입증하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나아가 김규섭 차장검사는 그동안 2천1백억원이나 되는 외화를 빼돌린 이 사건을 두고 경제적 고려를 해야된다는 등 마치 불구속등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해 왔다는 점에서 로비가 단순히 로비로 그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 저희들의 해석입니다. 이제까지 검찰은 최순영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를 차일피일 미루는 이유를 묻는 의혹에 찬 뭇시선에 대해 신동아 그룹의 10억 외자 유치협상의 실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사법처리를 유보하고 있을 뿐이라고 변명해왔습니다. 그러나 어제의 사건으로 검찰이 수사를 미루고 있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만천하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이 사건을 맡았던 前 수사진이 이미 수사가 끝나고 증거가 확보되어 구속만이 남아 있다고 확언한 사건이 새로운 수사팀으로 바뀌면서 완전히 방향이 선회되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된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해진 것입니다.

검은 로비에 무너지는 절망의 나라를 어찌하시겠습니까

대통령님, 저희들은 이 사건이 단지 최순영 개인비리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부도덕한 기업인이 맺고 있는 거대한 비리커넥션의 문제이며 이들의 로비에 휘둘리는 이 나라 검찰의 문제임을 새삼 확인합니다. 검찰이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우고 부패사범을 엄단했다면 오늘 이 사회도덕의 혼란과 경제위기가 있었겠습니까? 대통령님, 정말 한탄스럽습니다. 이 파렴치한 국외재산도피범 하나를 구속하지 못하고 도대체 무슨 개혁을 한단 말입니까?

단지 재벌 회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법적인 외화도피 범죄 하나 엄단하지 못하면서 어찌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만약 최순영 회장의 구속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통령님의 개혁의지에 대해서조차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저희들은 걱정합니다.

그동안 참여연대에는 신동아측의 청와대와 검찰에 대한 로비와 관련된 수많은 제보가 접수되어 왔습니다. 이번에 드러난 김규섭 서울지검 3차장이외에도 검찰의 고위직인사에 대한 집중적 로비가 진행중이고, 최순영회장의 로비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박시언부회장을 신동아에 소개시켜준 사람이 대통령님의 최측근인사이며 그 인사를 통해 검찰에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님, 저희들은 김규섭 서울지검3차장검사는 최순영 신동아 그룹회장을 비호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바, 이미 이번 사건 수사지휘자로서 부적절하다는 점에서 즉각 해임해야 하며 최순영회장은 단호하게 구속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번에 제기된 의혹이 이 정부의 중대한 스캔들로 비화하는 날이 멀지 않을 것이며 그것 때문에 대통령님의 개혁작업에 엄청난 차질을 초래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전달해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까지는 과거 정권의 비리를 응징하는 일만이 있었지만 어쩌면 이런 일로 이 정부하에서의 비리 또는 스캔들로 고통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 점에서 대통령님의 총명이 흐려지지 않기를 저희들은 바랄 뿐입니다. 씁슬한 소리들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여연대 사무국장 김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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