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1999-04-08   891

[제26호 개혁정론] 특권의식에 젖어 국법질서를 문란케하는 여야의원들

지난 7일 서상목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었습니다. 범법행위가 거의 명확하게 드러난 서상목 의원에 대한 적법한 수사와 처벌을 여야국회의원들이 방해하고 나선 꼴이 되었습니다.

서상목의원은 국세청을 동원하여 정치자금을 조달한 중대한 범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에 있습니다. 이는 개인비리를 넘어서 국가의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어긴 동료에 대한 정당한 사법절차의 집행을 거부한 것은 여야정치인들의 부도덕성과 초법적 특권의식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것입니다.

특히 아무런 명분 없이 국민의 의사에 반하여 적벌 절차를 거부하는 당론을 견지해온 야당은 공당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부결을 주도한 야당은 이번 국회의 결정으로 인해 온 국민이 느끼는 분노와 회복하기 힘든 정치불신에 대해 주된 책임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또한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성당론을 견지해온 여당이 의석과반수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결과는, 당론이나 범법의원의 체포를 원하는 국민의 뜻보다도 국회의원들 사이의 특권적 동료의식이 주도하여 초법적 결정에 이르고 만 것에 다름 아닙니다. 과연 이러한 특권을 누가 준 것입니까?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은 여야 국회의원 스스로 국회의 존재의의를 부정하고 국민이 부여한 불체포 특권에 대한 책임을 헌신짝처럼 내던져 버린 것입니다.

여야 의원들의 오도된 특권의식과 왜곡된 동료의식이 국법질서 전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데 대한 비판여론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특권의식에 젖어 범법행위를 저지른 동료를 감싸고 법의 권위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일삼는다면 과연 어떤 국민이 법을 지키겠습니까?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에 의해 법치 자체가 위기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이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국민이면 마땅히 이행해야 할 법적 의무를 거부하고 조롱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 이번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정치권 사정으로 다수의 정치인들이 권력형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기소되었고, 이들 정치인들은 대부분 혐의가 무거운데도 불구하고 불구속 기소됨으로써, 예의 검찰의 '봐주기식' 기소라는 국민적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들 비리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치인들은 지정된 공판기일에 한번도 출석하지 않는 등 재판 자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서 법을 제정하고, 법원은 그 법을 엄정하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3권 분립 정신에 기초한 민주주의 질서의 골간입니다. 비리혐의 정치인이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음으로써 재판을 거부하고 있는 행태는 방탄국회에 이은 또 하나의 정치파행이며 헌정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강력한 권한을 지녀야 하며 쉽게 소환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이 권한은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하도록 부여한 권한이지 개인비리 의혹을 감추고 정당한 사법기관의 조사와 재판을 회피하는데 남용하도록 부여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수차에 걸친 법정 출두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정치권이 치외법권 지대가 아님이 명백한 만큼, 적법 절차에 따라 법정에 출두해 혐의 사실에 대한 변론을 펴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민주주의의 룰을 지킬 의사도 능력도 없는 국회. 이런 국회의원들에게 정치를 맡기고 있는 유권자들은 참으로 불행한 국민들입니다. 여야 정당이 국민의 의사를 바르게 대변하고, 위법사실에 대해서는 공당으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요원한 것입니다.

기소된 국회의원들은 당장 법원의 출석요구에 응해 재판에 참석해야 할 것이며 법원은 이들이 불출석할 경우 이를 형량에 반영하는 등 엄정한 법을 집행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검찰은 서상목 체포동의안 부결의 결과를 '불처벌' 결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입니다. 단지 여야 의원들이 회기중의 체포를 동의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므로 회기가 끝나는 즉시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반드시 집행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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