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3-10-07   398

<경제프리즘> 보험정책당국이 해야할 일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보험정책이 있는가. 보험산업은 전환기에 있다. 설계사와 대리점 중심의 판매채널이 타금융기관까지 확대되면서 판매채널의 대혁명이 진행중이다. 낮은 진입규제와 확대되는 겸업화 경향으로 경쟁자들이 보험권 전방위적으로 등장할 예정이고 기업연금 도입을 앞두고 연금시장에 대한 금융권내의 경쟁도 치열할 전망이다. 과거의 불합리한 지배구조와 계약자권익에 반하는 영업관행을 탈피하지는 못했지만 ‘윤리경영’을 통해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호도 종종 보게된다.

최근 보험회사는 물론이고 감독당국이나 보험학자도 입만 열면 ‘보험산업의 경쟁력’을 강조한다. 당사자인 보험사는 선진국 보험사와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겠다고 다짐하고, 정부는 감독체계를 선진화하여 보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학자들도 이런저런 제도나 기법을 도입한다면 보험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쟁력의 의미는 문맥에 따라서 다소 다르지만 쉽게 풀어서 생각해보면 ‘가입자에게 양질의 보험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능력’이다. 즉 보험회사의 경쟁력이란 보험료를 싸게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과 양질의 보험서비스를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질적경쟁력으로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보험회사가 이러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위험심사, 상품개발, 자산운용, 위험관리, 고객서비스, 마케팅 등의 능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능력을 어떻게 배양할 수 있을까. 회사차원에서는 각 기능별로 전문가 확보, 교육훈련 강화 및 선진시스템 설치 등 다양한 노력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 정책차원에서는 진입·퇴출 장벽을 낮추고 공급자간 경쟁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자유경쟁(가격경쟁 및 질적경쟁)이 정답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한 연구에 의하면 1990년대 자유경쟁체제를 점진적으로 도입한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보험사가 정부규제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대만과 태국의 보험사보다 효율성이 많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자유경쟁체제 도입이 보험산업의 효율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잘 알려진대로 우리나라는 1980년대까지는 가격경쟁은 없었고 강압마케팅으로 대변되는 서비스경쟁만 존재하였다. 90년대부터 가격자유화가 점진적으로 도입되었는데 그 결과 자동차보험과 같은 단순상품은 가격경쟁이 상당히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다수의 보험들은 낮은 비교가능성 때문에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정도에 그쳐 공급자측면에서 본격적인 가격경쟁 인센티브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보험산업에서 가격경쟁을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여기서 한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보험사가 자유롭게 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다고 해서 유효한 가격경쟁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자유경쟁하에서는 무수한 보험상품이 개발되고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상품을 비교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가격경쟁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정보비대칭(정보차이) 해소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상품종류(종신, 정기, 암보험 등)별 급부가 단순한 기본상품을 개발·표준화하여 모든 보험사가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상품비교정보를 감독당국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면 소비자들의 탐색비용과 전환비용을 획기적으로 경감시킬 수 있다고 본다. 즉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소해야 유효한 가격경쟁이 일어나고 그 결과 산업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보험산업 발전과 경쟁력을 위해서 정부와 감독당국이 해야할 일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끝>

김헌수 교수는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실행위원으로 10월 7일자 머니투데이에 기고한 글입니다.

김헌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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