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정전 60년을 맞아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장기간의 정전이 낳은 문제점을 짚어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 주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평화적·포괄적인 해법을 모색하고자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 연재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을 통해 현안 대응책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외교·안보 쟁점과 관련해 바람직한 관점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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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선제공격? 이스라엘을 보라!

 

송영훈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지난 2월 전격적으로 단행된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 상당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국제 사회의 대응 방식도 다양하게 나타났지만,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핵무기는 절대 무기이고 핵무기 투발 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사전에 파괴하는 게 최선의 대안"이라고 했으며, 정승조 합참의장도 북핵 공격 등 위협이 확실하다면 선제공격을 통해 격파할 것이라고 국회에서 답변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일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적국의 기지를 선제공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달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김관진 국방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선제공격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파국적 전쟁을 불러올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와 같이 북핵 실험과 선제공격론을 둘러싼 강대강의 대결 구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은 실현가능하고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우선 북한의 핵실험을 둘러싼 선제공격론을 이해하기 위하여 선제공격과 예방공격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국제 정치의 역사는 국가들이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하여 적국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수많은 선제공격과 예방공격을 해 왔음을 보여준다. 선제공격은 적국의 군사적 공격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상당히 믿을 만한 정보 및 자료에 근거하여 이뤄지는 것으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정당한 방위 수단으로 인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예방공격은 적국의 신무기 개발 혹은 군사력 증강으로 인하여 안보에 대한 위기 인식이 고조되었을 때 미래의 도발에 대한 억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따라서 선제공격과 예방공격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가 안보를 위한 선제공격의 대표적인 사례는 1967년 6월 5일 이스라엘의 이집트 공격이다. 이집트의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이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와 군사적 동맹을 강화하고 시나이 반도에 주둔하고 있던 유엔 평화유지군의 철수를 요청했고, 우 탄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시나이 반도에 대한 이집트의 주권을 인정하면서 즉각 유엔 평화유지군 철수에 동의했다.

 

이후 이집트는 국경지대로 1000여 대의 전차를 전진 배치하고 이스라엘 아카바 항으로 이어지는 티란 해협을 봉쇄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미국에 중재 요청을 했지만 거부당하자 전쟁이 발발하면 국가 존립을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기습적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이스라엘은 단 하루 만에 이집트의 공군력을 궤멸했고, 시리아와 요르단의 공군력을 단 25분 만에 무력화했다. 이와 같은 선제공격을 바탕으로 이스라엘은 6일 만에 영토를 네 배나 넓히는 일방적인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국가 안보의 위기를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예방공격을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1981년 6월 17일 이스라엘은 전투기 F-16 8대와 F-15 2대를 동원해, 프랑스의 지원을 받아 건설되어 가동을 준비하던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전을 폭격했다. 이로 인하여 이라크가 8년 동안 공들인 원전이 파괴되었고, 이라크 병사 10명과 프랑스인 기술자 1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사담 후세인 정권이 오시라크 원전을 기반으로 핵무기를 생산하여 자국을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할 것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공습을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6월 19일에 공습을 비난하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487호를 채택하고 이라크의 피해 배상 청구 권리를 인정했다. 이스라엘은 2007년 9월 똑같은 명분으로 시리아가 비밀리에 건설 중이던 알키바르 원자로 시설을 폭격하여 무력화했다. 이스라엘은 이와 같은 예방적 공격을 자국의 존재에 대한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취한 정당한 조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제공격과 달리 예방적 공격은 국제 사회의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이라크와 시리아의 원전이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시설이며 이라크와 시리아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했음을 확실하게 입증하기 어렵다. 즉 예방적 공격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것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있지만, 다른 국가의 행위를 사전에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한 국가가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특히 비밀스럽게 무기를 개발하려는 경우에 해당 정책에 대한 정보는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상대 국가의 정책 운용의 불확실성은 정보에 대한 오판을 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의 위협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예방적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자칫 확전 가능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국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북 선제공격은 사실 북한의 공격이 임박하여 단행되는 기습적 선제공격이라기보다는, 북한이 핵무기를 남한을 향해 사용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뤄지는 미래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예방적 공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이 자국 존재의 위협이 되기 때문에 핵 관련 시설물들에 대하여 선제공격을 할 수 있음을 주장하는 것과 같은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논의된 바와 같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하여도 그것을 한국을 상대로 당장에 위협할 것이라는 점을 국제 사회를 상대로 설득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선제공격이든 예방적 공격이든 공격 목표물의 완벽한 무력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북한이 소형화된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그 무기들을 1차 선제공격에 의하여 완전히 제거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즉 원전 혹은 원자로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동 가능한 무기들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핵무기에 대한 완전한 무력화가 불가능하다면 선제공격은 오히려 한반도에서 핵을 동반한 전쟁의 가능성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우리 사회가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한반도 핵위험 시대'에 직면하여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무덤덤한 것도 혹은 지나치게 조급하게 판단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핵무기에 대한 공포는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지나친 공포는 남북관계의 모든 의제를 '안보화'하여 오히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안보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의 불필요한 고통을 덜어주기보다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 정권은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선제공격론과 핵무장론 등과 같이 강대강의 대응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도 문제 해결을 위한 긍정적 자세라고 보기도 어렵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조급함을 버리고 악마와도 대화를 하고 춤도 출 수 있고, 적과 동침도 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본다면 북한을 고립시키고 제재하고 위협만 하기 보다는 동시에 대화의 테이블에 서로 앉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 어차피 '핵위험'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대화 혹은 다자대화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핵위험 시대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평화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압박과 대화라는 정책 수단을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