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또 연기하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또 연기하나?

작전통제권도 가지지 못한 대통령이 어떻게 북한과 핵협상을 하나?

방위비분담금 협상 앞두고 저자세 보인 정부, 모든 부담은 국민에게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일정을 연기하고 싶다고 미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면서 “북한 핵 문제 등 안보상황을 중요한 조건으로 고려하면서 전작권 전환 준비를 점검해 나가자고 미측에 제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시작적통제권 환수는 오랫동안 논의되고 준비되어온 주권 환수 계획이다. 상황논리를 적용하여 그 일정이 변경되어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이번에도 한국측이 미측에 이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용납하기 힘들다.

 

어떤 상황논리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를 정당화하기 힘들다. 작전 통제권은 군사주권에 관한 문제이며 이는 국가주권의 핵심요소이다. 전시작전통제권이 외국군에게 있다는 것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헌법상의 군통수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약소국이라 할지라도 그 군대가 작전통제권을 갖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6-7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나라에서 군이 스스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일정을 연기하자고 거듭 외국군대에게 요청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되어온 북한위협론을 다시 내세우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보고서 등에 따르면 남한이 북한보다 약 10배 정도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 핵실험 등이 새로운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새로운 상황이 아니다. 도리어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북한 핵문제에 대한 우리정부의 발언권과 협상력을 약화시켜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전작권 환수를 기존 합의 사항대로 추진해야 한다. 

 

방위비분담금 협상 직전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정 연기를 미국에 부탁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협상전술로도 어리석은 일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막대한 추가 비용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미간에는 올해 5년 만에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재개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정 연기와 한미동맹 강화를 한국측이 먼저 요청한 셈이니 미국으로서는 비용을 한국측에 전가하거나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명분이 생긴 셈이다. 한 예로 지난 2010년 전작권 환수 연기 합의 이후 월터 샤프 한미 연합사령관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평택기지이전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한 적이 있다. 한국의 전작권 연기 요청으로 평택기지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한국 측으로 돌릴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기 때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전작권 환수를 차질 없이 추진하여 한국군 주도의 새로운 한·미 연합 방위체제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국방장관 또한 국방위원회 질의를 통해 전작권 환수를 정상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대통령과 정부는 5월 정상회담 이후 공식적으로는 전시작적통제권 환수 이행을 이야기하면서 비공식적으로는 미국 측에 연기를 제안해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뢰를 강조해왔다. 국회와 국민을 속인 말바꾸기에 대해 마땅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또한 전시작전통제권을 예정대로 환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이고 평화지향적인 한반도 동북아 신뢰 외교를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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