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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l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제주해군기지
  • 2016.06.13
  • 1051

강정마을에 한 번이라도 와봤던 사람이라면, 삼거리 식당의 맛있는 밥 한 끼를 기억할 것입니다. 구럼비로 가는 길목 중덕 삼거리에는 누구에게나 열린 식당이 있습니다. 전국에서 온 연대의 식자재와 마을 삼촌의 정성으로, 강정에 온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채워줬던 삼거리 식당. 지금 그곳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서귀포시는 최근 제주해군기지 옆 크루즈터미널 진입도로 건설을 위해 삼거리 식당과 해군기지 공사를 감시해왔던 망루, 지킴이들이 살고 있는 컨테이너 등 시설물을 강제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내왔습니다.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삼거리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던 강정의 식구(食口)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연속 게재합니다.

 

*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 클릭

 

[연속기고 ①] 제주 강정마을 삼거리 식당 밥, 기억하시나요? >> 클릭 
[연속기고 ②] 삼거리 식당 밥 한끼의 힘은 세다 >> 클릭 
[연속기고 ③] 저들은 왜, 밥 먹는 자리를 철거하려 할까요 >> 클릭

[연속기고 ④] 원희룡이 잠룡? 동의할 수 없습니다 >> 클릭

 

제주 강정마을 삼거리 식당 밥, 기억하시나요?

[강정마을 삼거리 식당을 지켜주세요①] "이름도 없이 보내준 쌀로 여기까지 왔어"

 

딸기 강정 지킴이

 

제주 강정마을에는 늘 밥이 그득한 밥솥이 있다. 누구도 밥 먹는 이를 내쫓지 않고 누구나 와도 함께 할 수 있는 너른 식탁이 있다. 365일 매일 밥을 짓는 곳. 365일 누군가가 찾아오길 기다리는 곳. 바로 강정마을 삼거리 식당이다. 식당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에는 메뉴도 가격표도 붙어 있지 않다. 매일매일 있는 재료를 가지고 국이며 밥이 한 솥씩 차려진다. 알아서 먹고 알아서 치우면 그만이다. 삼거리 식당이 매일 문을 열 수 있는 배경에는 마을의 터줏대감이자 주방장인 김종환 삼촌이 있다.

 

'구럼비에 앉아 밥 먹는 모습'을 지키고 싶었던 삼촌은 구럼비가 폭파되고 굴착기에 깨어지는 진동과 소리를 들으며 눈물과 한숨으로 밥을 지었다. 그런 삼촌에게 또다시 들려온 행정대집행 소식. 국가에게 삼거리 식당은 치워져야 할 불법 시설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은 삶과 투쟁을 연결해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밥상 공동체이자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오랜 시간 삼거리 식당을 지키며 밥 짓는 일을 자신의 소명처럼 해온 강정마을 주민 김종환 삼촌과의 인터뷰를 재구성해 싣는다.

 

"해군기지가 들어온다니까 나는 밥을 하겠다고 했어"

 

할망물 식당과 삼거리 식당 쉐프인 강정마을 주민 김종환 삼촌
▲ 김종환 할망물 식당과 삼거리 식당 쉐프인 강정마을 주민 김종환 삼촌 ⓒ 송동효    
 

할아버지 때부터 여기에 살았지. 강정에. 할아버지는 돌 깨는 사람(석공)이었어. 아버지도 그랬고. 돌담도 만들고 그런 일을 하셨지. 그렇게 하시면서도 감자밭에 가서 일하기도 하고 안 하는 일없이 다 하셨지. 나는 중문에서 통닭집을 했었어. 장사는 꽤 잘 됐었지. 그러다가 충무김밥을 해보려고 통영까지 가서 할매한테 배워왔어. 김치 담는 거, 오징어 무침, 어묵볶음. 이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 한 열흘을 배워서 서귀포에서 충무김밥 장사를 했는데 월세도 못 낼 정도로 장사가 안됐어. 육지 사람들은 몰라도 제주 사람들한테는 입에 안 맞았던 거지. 그러다가 서울 가서 참치회 장사도 해보고... 장사 많이 했어.

 

그렇게 장사를 하다가 잘 안 돼서 그때부터는 하우스 짓는 일을 한 거야. 일없는 날은 강정천에서 친구들이랑 술 한 잔씩 하면서 쉬고 그렇게 살았지. 그런데 갑자기 민군복합항이 들어온다고 하더라고. 나는 당시만 해도 이게 민군복합항, 크루즈가 온다니까 특별히 반대하지는 않았어.

 

그런데 한 일 년 넘게 매스컴을 보고 친구들한테 얘기도 듣는데 이게 민군복합항이 아니라 해군기지라는 걸 깨달았어. 그때는 의례회관에서 일들이 많았는데, 의례회관에 찾아가서 밥을 하겠다고 했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거였거든. 물질적으로 하기는 어렵고 '내가 할 것을 해야겠다' 해서 밥을 하겠다고 한 거지. 누군가는 밥을 해 주고 챙겨야지. 사람이 먹는 게 우선 아니야? 매번 사 먹을 수도 없고... 그렇게 의례회관에서 시작해서 구럼비를 지키자 해서 구럼비로 내려갔어.

 

"구럼비에 앉아 바다 보면서 밥 먹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어"

 

2011년 구럼비 바위 위에 둘러 앉아 밥을 먹는 사람들
▲ 할망물 식당 2011년 구럼비 바위 위에 둘러 앉아 밥을 먹는 사람들 ⓒ 송동효    
 

처음에만 해도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텐트 치고 있었거든. 작은 텐트 치고 그 옆에서 가스버너로 라면 끓여 먹고 그랬지. 맘 맞는 사람들이 먹을 것 가져오면 구럼비에서 나눠 먹고 그랬어. 그러다가 점점 사람들이 오니까 숙소 할 비닐하우스 치고, 용천수가 나오던 할망물 쪽에도 비닐하우스를 치고 할망물 식당을 시작했지.

 

그때 후원이 엄청나게 많았어. 마을 사람들도 엄청 가져다줬지만, 전국에서 후원하니까 운영을 할 수 있었지. 슈퍼에 가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해결이 됐어. 사 먹는 게 없었어. 미역 같은 거, 물고기는 구럼비에서 잡아서 해먹고 미나리, 마늘, 배추 다 마을에서 가져다주고. 쌀, 김치 같은 것은 전국에서 후원이 오고 그랬지. 먹는 것만 도움이 있었던 게 아니야. 여기 활동가들도 식당일 도와주고, 제주도에서도 십시일반 거들러 오고...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같이 운영을 할 수 있었던 거지.

 

그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밥 먹는 모습인데. 구럼비 바위 위에 앉아서 바다 보면서 밥 먹는 그 모습이 나는 너무 아름답더라고. 그 바위 위에서 사람들이 밥 먹는 모습이... 감옥에 가서도 그게 계속 생각이 났어. 그리고 사람들도 그것 때문에 많이 눌러앉았지. '이렇게 아름다운데 왜 해군기지가 들어와야 하나?' 이렇게 된 거지. 그때 구럼비를 본 사람들은 빠져나가지 못했어.

 

"매일 해도 밥솥이 텅텅 비었던 그때가 좋았어"

 

그러다가 구럼비에 펜스가 쳐지고 쫓겨나면서 지금 있는 중덕 삼거리로 온 거지. 그런데 펜스가 쳐지던 날 나는 감옥에 있었거든. 그 해(2011년) 8월에 구속이 됐으니까. 석방 돼서 삼거리에 왔는데 그때는 작은 하우스에 사람들 대여섯 명 앉으면 더 자리가 없는 그런 상황이었어. 동네 후배들이 합심을 해서 튼튼한 하우스치고 지금처럼 삼거리 식당을 하게 됐지.

 

전국에서 쌀이며 김치며 야채 반찬들을 보내줬어. 이름도 밝히지 않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어. 전국에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 많더라고. 눈물이 나지... 보나마나 어려운 사람들일 거야. 가진 자가 아닐 거야. 택배가 오면 이름이 안 쓰여 있는 게 더 많았어.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버텼어. 그렇지 않으면 안 됐지. 그리고 마을 주민들도 알게 모르게 놓고 가고 그랬지. 그리고 우리 삼거리에 있는 개들... 포기하기에는 개들이 너무 많았어. 그래서 버텼지.

 

6월 20일을 전후해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강정마을 중덕 삼거리
▲ 중덕 삼거리 6월 20일을 전후해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강정마을 중덕 삼거리 ⓒ 엄문희    
 

사람이 많을 때는 한 번 밥 할 때 세 통씩 했어. 한 10킬로씩 했던 것 같아. 요즘이야 20~30명 먹지만 그때는 하루 종일 밥을 해도 밥통이 텅텅 비었었거든. 김치찌개를 자주 끓였어. 김치에 돼지고기 넣으면 되니까 간단하잖아. 전국에서 김치가 오는데, 김치냉장고도 없고 마땅히 저장할 곳이 없으니까 금방 쉬어버려. 그러면 김치찌개를 한 솥씩 끓였지. 그래도 사람 많을 때는 금방 바닥이 났어. 다른 반찬이 없으니까 다들 그것도 맛있게 먹었지.

 

그런데, 쉰 김치에 밥만 먹고 가는 애들이 있더라고. 채식이었어. 채식이라는 것도 이거 하면서 알게 됐어. 예전에는 전혀 몰랐어. 그렇게 고생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걸 보고 채식요리를 하게 된 거야. 고생하는 사람들 배려를 해야지.

 

이렇게 10년을 싸웠는데. 그동안 공권력이 밀어붙였을 때 우리가 이긴 적이 없었어. 몇 번을 당했잖아. 이번에도 행정대집행 한다는데, 어떻게 할 수가 없지.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잖아. 매일 먹어야 하는데. 어디 대체부지라도 만들어서 밥을 하려고 해. 밥 먹는 자리 좀 내달라는 것도 안 내줄까? 대집행 되어도 여기 있는 사람들 밥 먹는 게 중요하니까 방법을 찾아야겠지. 막지 못하는 것이 한이야. 우리가 힘이 없으니까 막지 못하고 당해야 하는 게 안타까워. 사람들 많이 와서 밥 먹을 때 그때 힘들었지만 그때가 좋았어. 매일 해도 밥솥이 텅텅 비었던 그때가 좋았지...

 

 

* 2016년 6월 18-19일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강정삼거리 생명평화 문화예술제>가 열립니다. 삼거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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