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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9.08.19
  • 544

미국 도움 받으려면 호르무즈 해협 파병해야 한다고?

한반도 평화·한일 갈등 해결과 파병은 무관... 헌법에 반하고 국회 동의 얻어야

이영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  청해부대 30진 강감찬함 장병들이 파병 임무를 위해 13일 부산작전기지에서 해군 장병들의 환송 속에 출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8월 13일 청해부대 강감찬함이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출항했다. 무기체계를 보강하고, 무인항공기 공격 대응 훈련까지 마친 강감찬함은 과연 어디로 향하게 될까?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호르무즈 해협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미국 정부가 지속해서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 파병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식적인 파병 요청은 없었다며 한 발 빼고 있지만 이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청해부대는 이미 "유사시 우리 국민의 보호 활동을 위해 지시되는 해역"까지 파견지역에 해당한다는 국회 동의를 받았다며, 국회 동의 절차조차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헌법에 반하고 아무런 명분 없는 파병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 선박 보호와 에너지 자원 안보상 사활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한 군사적 행동은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위험에 처했을 때, 군사행동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허용될 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국적의 선박에 대해 그 어떠한 위험도 보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이 고조되자, 이란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제 해협이 봉쇄된 적도 없다. 오히려 최근 이란 정부는 한국 정부의 중립을 당부하며,  미국 주도의 '군사 호위 연합체'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 호위 연합체'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위한 것으로,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보다 더욱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을 파병한다면,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헌법에서 명시한 국제평화주의 원칙에도 반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지난 5~6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잇따라 발생한 유조선 피격 사건에 대한 진상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미국은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였으나, 이란은 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으며, 국제사회 역시 미국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란의 책임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과 이란의 즉각적인 대화를 촉구했다.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군사행동에 앞서 독립적인 기구를 통한 진상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무엇을 근거로 대이란 연합해군작전에 참여하려는 것인가? 

 

아덴만에 있는 청해부대 작전지역과 임무를 국회 동의 없이 변경하는 것 역시 중대한 위법 행위다. 해적퇴치를 명분으로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 활동과는 목적과 임무, 지역이 전혀 다르다. 즉, 청해부대 작전 지역을 아덴만 해역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전하거나 확장하는 것은 기존의 국회 파병 동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별도의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  호르무즈해협. ⓒ 구글지도

 

이라크 파병 데자뷔... 또다시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 돼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을 위해 미국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호르무즈 파병은 우리가 치러야 할 어쩔 수 없는 비용이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이라크 파병을 추진한 노무현 정부와 똑같은 논리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 파병을 통해 한반도 핵 협상에서 미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세계가 반대한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고, 자이툰 부대를 파병했다.

 

그러나 미국 부시 행정부는 북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는 데 협조해달라는 남한 정부의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미국이 대북 정책을 바꾼 것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 실패로 외교적 성과에 목말랐기 때문이지 한국이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를 파병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미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할 터인가?

 

애초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란과의 핵협정을 무효화하고 이란의 원유 수출을 봉쇄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미국을 제외한 핵 협정 당사국들이 외교적 중재에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영국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 호위 연합체에 동참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한일 갈등 국면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하기 위해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일 갈등과 파병 문제는 서로 연계될 수 없는 무관한 일일 뿐만 아니라, 파병으로 미 측의 중재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유조선 피격 사건 당사국인 일본은 유조선 피격사건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며, 자위대 파병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더이상 한반도에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하며,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해왔다.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라는 원칙과 이를 위한 노력은 한반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 곳곳의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변함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핵 협상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미국 편에 서서 대이란 군사 행동에 동참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위선적이며, 납득하기 어려운 모순적인 태도이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에 기여하고 민간 선박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해당 지역 갈등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강조하고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다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병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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