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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남북관계
  • 2020.06.12
  • 771

올해는 2000년 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과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6.15공동선언 20주년 준비위원회는 남북공동선언의 의미를 되돌아보며 현재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고, 한반도 평화 실현의 해법을 찾기 위해 각계의 목소리를 담은 연속 기고를 게재합니다. 

 

① 20년전 6.15남북공동선언, 문제는 '이행'이다 / 김동한(6.15선언실천남측위원회 학술본부 공동대표)

② 경색된 남북관계...기회는 '남북경제협력'이다 / 정숙경 (남북경제협력협회 운영지원실장) 

 정주영 '소떼방북'보다 6년 앞선 북한 방문을 아십니까 /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④ 남북이 단절될 때마다 봉합에 나섰던 사람들 / 이영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활동가)

⑤ 됐다가, 안 됐다가.. 휘둘리는 '남북교류협력' 되지 않으려면 /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⑥ 남북 대학생의 '하이파이브', 언제 다시 가능할까요 / 곽호남 (진보대학생넷 대표, 6.15청학본부 대학생분과위 대표)


됐다가, 안 됐다가... 휘둘리는 '남북교류협력' 되지 않으려면

[6.15공동선언 20주년 연속 기고 ⑤] 남북화해협력을 위한 법·제도적 개선방안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  2007년 5월 17일, 남한과 북한이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각각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공식 기념행사를 갖고 오전 11시 30분 북측 개성역과 남측 제진역을 향한 열차를 동시에 운행했다. 사진은 56년 만에 경의선이 문산역을 출발하는 모습.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진짜 평양을 갈 수 있나요. 북한 방문이 가능합니까."

 

내가 참석하는 모임에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대북지원과 남북협력사업을 설명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평양 방문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때마다 자주 듣는 질문이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평양을 방문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기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함부로 갈 수 없고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그런 곳으로 북한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천히 찾아보면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이 꽤나 있다. 평양이나 남포에 공장을 운영하거나, 스포츠와 음악공연으로 북한을 방문한 사람들이 있다. 북한주민을 돕기 위한 여러 활동의 일환으로 평양과 그 외 지역을 방문하기도 한다.

 

지금은 아득한 옛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2007년도에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통해서만 2900여 명이 북한에 다녀왔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2007년도에 15만여 명이 협력사업을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으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 관광객은 35만여 명에 달했다.   

 

남북 교류협력을 '보장'하는 법이 있다

 

북한은 어떻게 방문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는 남과 북의 주민이 만나고 서로 방문하고 물자를 주고받는 교류협력을 보장하는 법률이 있다. 바로 '남북교류와 협력에 관한 법률', 즉 '남북교류협력법'이다. 만약 이 법이 없었다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에 저촉돼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남북교류협력법'은 지금부터 30년 전 1990년에 제정됐다. 냉전종식이라는 세계사적 격변기에 북방정책을 추진하던 노태우 정부는 적대적 관계로만 바라봤던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특수한 관계로 새롭게 설정했다. 그리고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남북한 신뢰구축과 평화정착을 목표로 대북정책 전환을 시도했다. 그런데 남북교류를 촉진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3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양방문을 신기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실 '남북교류협력법' 제정 이후 민간차원의 남북교류협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북한산 농산물이나 수산물·광산물을 수입하는 단순교역에서부터, 평양에 남북합작으로 봉재공장을 짓고는 의류를 가공해서 수출하는 임가공 등 경제협력사업은 해마다 확대됐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대표적인 경제협력사업이다. 수천 명의 남한사람과 수만 명의 북한사람이 여기에 종사했다.

 

개성 고려왕조의 궁궐 만월대를 남북 공동으로 발굴하고, 남북이 다르게 쓰는 말과 글을 한곳에 담기 위한 공동사전편찬사업, 이미자·핑클·레드벨벳 등 인기가수들의 평양공연, 남북 농구경기와 방송사의 현지 중계, 남북공동 드라마 제작 등 남북한 간의 문화교류를 위한 방송·스포츠·예술 등 분야도 넓어졌다.

 

남북교류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보건의료·위생·농업·산림·생태환경보존 등을 위시한 인도적 대북지원사업이다. 초기 식량·의약품 전달과 같은 단순한 긴급구호사업에서, 남북 공동의 벼농사·양묘장 운영·병원 설립·식수 위생 등 주민들의 역량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확대 발전했다. 수많은 각 분야의 전문가·후원자들이 북한을 방문했다.

 

하지만

 

그런데 이러한 교류협력의 확대는 남북의 정치·군사적인 사건으로 중단되는 슬픈 운명을 맞게 된다. 대한민국 정부는 2008년 북한의 박왕자씨 총격사건을 계기로 금강산관광을 중단시켰다. 또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5.24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5.24 조치의 내용은 남북 교역 중단과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대북 지원사업의 원칙적 보류, 국민의 방북 불허 등 북한과의 교류 및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다. 5.24 조치로 인도적지원사업도 축소되거나 중단됐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도 모두 중단됐으며 북한 선박의 남한 해역 운항 역시 전면 불허됐다.

 

평양이나 남포 등 북한 내부에서 임가공을 하던 업체들은 하루아침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문을 닫아야 했다. 교역하던 업체도 마찬가지다. 짧게는 수년간 길게는 20여 년 이상 남북경협을 꾸려오던 업체들이 정치·군사적 이유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됐다.

 

게다가 2016년에는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이유로 개성공단마저 중단시켜 버렸다.

 

그렇다면 30년 전 '남북교류협력법'을 제정할 당시에는 남북관계의 불안정성을 예측하지 않았을까? 충분히 예측 가능했을 것이다. 남북한의 정치·군사적인 불안정성은 정전체제 아래서 휴전선을 걷어내지 않는 한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남북 적대적 관계를 교류협력의 확대를 통해 상호 이익관계로 점진적으로 전환해 나감으로써 정치·군사적인 불안정성을 점차 줄여가겠다는 정책기조로 인해 발현된 법안이  '남북교류협력법'이다. 따라서 정치·군사적인 사건의 발생은 남북교류협력 중단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확대의 이유가 돼야 한다.

 

목적조차 달성하지 못한 5.24조치

 

▲  2010년 5월 24일 단행된 5.24 대북제재 조치. 사진은 그날 현인택 통일부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천안함 사건 관련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유엔 안보리 회부·북한 선박의 남측해역 운항 전면불허·개성공단과 금강산지구를 제외한 남측인력 방북불허·남북교역중단·한미연합잠수함 훈련·심리전 재개 등의 대북 강경 조치 시행한다고 발표하는 모습.ⓒ 권우성

 

 

5.24 대북제재 조치는 원래의 목적인 북한 경제 압박을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 기업을 도산시키고 종사자들을 실업자로 만들었다. 더구나 한국 경제에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던 북한 경제를 중국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5.24 조치와 개성공단 중단과 같은 정부의 일방적인 제한조치는 '남북교류협력법'에 정확한 근거가 없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의지를 믿고 더구나 법률에 근거해서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했던 기업가들, 사회문화교류를 시도했던 국민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로 중단되는 협력사업을 목도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인도적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산모와 영유아를 지원하기 위한 산부인과 병원은 외부 건축만 완공하고 의료장비를 지원하지 못해 병원운영을 할 수 없었다. 기존의 병원을 헐어버리고 건설을 하다 보니 주민들은 병원 자체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중단된 사업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북한 주민을 돕고 신뢰를 쌓기 위해 추진했던 지원이 오히려 주민들의 원성만 듣고 불신만 쌓는 상황이 되었다. 법적인 안정성과 지속성이 없는 남북교류협력은 상호 신뢰 구축과 동질감 회복이라는 당초 목표와 달리, 공허할 뿐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혹은 3국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나 교류협력을 의논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접촉신고를 하면 정부가 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촌극도 발생했다. 신고라 함은 신고자가 규정에 따라 해당 정부부처에 알리는 것을 말하는데, 정부 측에서 신고를 수리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촉을 막았다. 신고를 했지만 신고수리가 되지 않아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남북교류협력법'이 정부가 바뀔 때마다 촉진법이 되기도 하고 축소법이 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너무 포괄적이고 한편으로 정부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허점이 남북교류협력을 방해하고 두렵게 한다. 법의 안정성과 지속성이 망가진 것이다.

 

▲  남포산원은 외부 건축만 완공하고 의료장비를 지원하지 못해 운영을 못하고 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대한민국 정부는, 그래서 무엇을 하고 있나

 

통일부는 올해 2020년 '남북교류협력법'을 새롭게 개정하기로 하고 개정안을 제안했다. 지난 5월 27일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에 대한 1차 공청회도 열렸다.

 

개정안의 주요 방향으로 남북교류협력의 안정성과 지속성, 자율성과 개방성 확대를 설정했다. 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정치·군사적인 상황과 교류협력을 분리해서 추진하는 방안이 미약하다. 조문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라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정부의 재량권 남용이 여전히 우려되는 조항도 많다. 

 

인도지원사업 분야를 법률로 명시한 것도 의미가 있다. 그동안 인도적대북지원사업은 남북교류협력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통일부의 '인도적 대북지원사업 및 협력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에 대한 고시에 근거를 뒀을 뿐인데 이를 법률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남북교류협력 분야를 경제협력, 사회문화협력, 인도적대북지원사업 등 3개 부분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개념과 성격을 명확히 했다. 더 나아가 규율과 승인 요건을 차별화함으로써 사업의 특성과 상관없이 모든 사업을 일괄 규율하는 문제점을 해소하려 노력했다.  

 

다만 인도적대북지원사업은 인도주의와 동포애 차원에서 북한동포의 어려움을 돕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동포의 삶을 개선하려는 목적이라,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협력과는 사업의 성격과 목적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다른 분야보다 훨씬 더 지속성을 보장해야 하고 인도주의 지원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위와 같은 이유로 남북교류협력법이 인도지원의 모든 측면을 고려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리 정부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사업도 별도로 제정된 법률에 의해서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력한 상황에서 '남북교류협력법'이 개정돼도 당장 경제협력이나 사회문화교류협력이 정상적으로 시행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인도대북지원사업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해당이 되지 않아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확대도 가능하다. 대북인도지원사업에 관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 인도지원분야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하에서 정부의 법 개정안이 대북제재 완화의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 북한과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남북교류를 준비하고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해둬야 한다. 오히려 이번 개정안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남북교류협력의 방향을 국민과 함께 모색해 보는 계기로 삼아 국민공감대 형성을 통한 남북교류협력의 시범모델로 만들기를 정부에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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