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20-06-15   2314

[6.15공동선언 20주년 연속 기고 ⑥] 남북 대학생의 ‘하이파이브’, 언제 다시 가능할까요

올해는 2000년 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과 6.15 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6.15공동선언 20주년 준비위원회는 남북공동선언의 의미를 되돌아보며 현재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고, 한반도 평화 실현의 해법을 찾기 위해 각계의 목소리를 담은 연속 기고를 게재합니다. 

 

20년전 6.15남북공동선언, 문제는 ‘이행’이다 / 김동한(6.15선언실천남측위원회 학술본부 공동대표)

경색된 남북관계…기회는 ‘남북경제협력’이다 / 정숙경 (남북경제협력협회 운영지원실장) 

정주영 ‘소떼방북’보다 6년 앞선 북한 방문을 아십니까 /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남북이 단절될 때마다 봉합에 나섰던 사람들 / 이영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활동가)

됐다가, 안 됐다가.. 휘둘리는 ‘남북교류협력’ 되지 않으려면 /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남북 대학생의 ‘하이파이브’, 언제 다시 가능할까요 / 곽호남 (진보대학생넷 대표, 6.15청학본부 대학생분과위 대표)


남북 대학생의 ‘하이파이브’, 언제 다시 가능할까요

[6.15공동선언 20주년 연속 기고 ⑥] 한반도 평화 그리고 대학생

 

곽호남 (진보대학생넷 대표, 6.15청학본부 대학생분과위 대표)

 

 

2000년에 있었던 6.15 남북공동선언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꿔놨다. 북한을 ‘적’이라고 규정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협력 대상’으로 인식하게 됐고, 북한의 동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많은 민간교류로 ‘한반도에 왜 평화가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이러한 민간교류와 평화의 흐름에 학생들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6.15공동선언 이후 초·중·고 교과서에는 통일방안과 북한 동포들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고 통일 웅변대회가 열리는 등 머지않아 통일이 될 것이라는 희망과 평화에 대한 열망에 부풀어 있었다.

 

▲  대학생 남북교류 추진 네트워크 회원들이 대학생의 힘으로 남북교류를 추진하자는 의미로 모여 발족식을 가지고 있다.

ⓒ 대학생남북교류추진네트워크

 

언제든 갈 수 있을 거라 생각 한 금강산

 

6.15 공동선언 이후에는 초·중·고에서도 금강산 관광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었다. 지방에 있는 학교들은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가기도 했고, 도교육청에서는 학생들을 선발해서 금강산 관광을 보내주기도 했다. 우리 학교는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가지는 않았지만 도교육청에서 추진하는 금강산 관광에 학생들을 선발해 보내곤 했었다.

 

금강산에 다녀온 학생들은 북한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도 선망의 대상이었고 북한은 어떤 곳인지, 그곳의 사람들은 어떤지, 금강산이 정말로 그렇게나 아름다운지 궁금증을 해소하는 통로가 됐다. 그리고 내게도 기회가 왔다. 우리 학교에서 단 2명만을 선발해서 금강산 관광을 보내준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나는 북한에 대해서 궁금증이 많은 학생이었다. 북한 사람들은 정말로 우리가 아는 그런 말투를 쓰는지, 그곳의 체제는 어떠한지, 사람들의 분위기는 어떨지를 상상하면서 금강산에 갈 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같은 반의 친구 중 한 명이 금강산에 꼭 가고 싶다고 선생님께 말씀을 드린 것이다. 선생님은 나를 교무실로 불러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해주셨고 나는 깔끔하게 금강산 관광을 포기했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까’ 하는 생각에 양보를 결심한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때는 그랬다. 금강산은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었고 개성이나 평양도 못 갈 곳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경제를 살리겠다던 사람이 5.24조치를 발효하면서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금강산은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에서 ‘이제는 갈 수 없는 곳’으로 바뀌어 버렸고 북한의 동포들은 다시금 적으로 불리게 되었다.

 

선배들에게 들은 금강산 새터

 

▲  남북대학생교류에 대한 오픈테이블을 열어 남북대학생들이 만나야 할 이유를 발표하고 있다.

ⓒ 대학생남북교류추진네트워크

 

이윽고 대학생이 돼 ‘새내기 새로 배움터'(새터)라는 것을 가게 됐다. 대학생활의 꿈에 부풀어 있는 새내기라면 학교생활에 대한 팁도 얻을 수 있고 선배들과도 친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새터에서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학과 특성상 고학번 선배들이 많았는데 고학번 선배들 중에 일부는 금강산으로 새터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금강산으로 새터를 다녀왔다는 사실은 당시에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북한의 대학생들과 함께 금강산을 등반하고 공동행사를 개최했다는 사실, 남북이 만나 뒤풀이를 하며 함께 노래를 부르고 우정을 다졌다는 이야기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선배들도 들은 이야기라지만 2001년에는 6.15 공동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대동제의 전체 콘셉트로 삼기도 했다는 것이다.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각각 국군과 인민군의 군복을 차려입고 캠퍼스를 누볐다고 했다.

 

경색돼 있는 남북관계만 아니었으면 우리도 언제든지 금강산에 새터를 갈 수 있고 북한의 대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선배들을 말은 사뭇 진지하고 우울하게 들렸다. 남북의 대학생이 만나지 못한 세월이 얼마나 됐을까. 6.15 공동선언 이후 활발했던 남북교류가 이렇게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고 만나고 싶어도 더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교류를 꿈꾸고 있는 대학생들

 

 

▲  신촌에서 남북의 대학생이 만나자는 취지의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대학생남북교류추진네트워크

 

그렇다면 지금의 대학생들은 어떨까? 대학생들이 남북교류의 가능성을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지난 2018년 있었던 삼지연관현악단의 특별공연과 평창동계올림픽이다.

 

북한의 문화를 접할 일이 없었던 대학생들은 삼지연관현악단의 특별공연을 유튜브로 시청하면서 굉장히 신기해했다. 특히나 <달려가자 미래로> 같은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다니는 학생도 있을 정도였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단일팀에 대한 응원 열기는 굉장히 뜨거웠다. 평창까지 아이스하키 경기를 응원하러 직접 찾아가는가 하면 단일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관람하면서 원격 응원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은 4.27 판문점선언은 대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만남의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남북 대학생이 만나야 한다는 열망에 불을 지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통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고 머지않아 남북의 대학생들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그리하여 지난해부터 대학생들은 ‘대학생남북교류추진네트워크’라는 기구를 만들어 정당·종교 단체 등을 망라해 대학생들의 남북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활동들을 이어오고 있다. 금강산 평화캠프 기획단을 모집하는가 하면 이를 준비하기 위한 통일부와의 간담회도 진행했다. 남북대학생의 실질적 교류를 이끌어내기 위한 여러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도 진행한 바 있다.

 

대학생의 만남이 중요한 이유

 

▲  2005년 9월 4일, 인천전문대 체육관에서 “남북대학생 어울림 마당”이 북측 청년학생협력단과 인천지역 대학생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로 다시금 경색되고 있는, 아니 그 이전부터 미국의 눈치를 보며 공동선언의 내용들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정부의 태도로 인해 남북 대학생들의 만남은 어렵기만 하다.

 

6.15 공동선언의 정신은 우리민족의 문제를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한 것에 핵심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가 인도적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었고,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가 적극적인 민간교류였다.

 

남과 북의 대학생들은 한반도의 미래를 책임질 세대들이다. 남북의 대학생들이 교류가 없다면 앞으로의 한반도는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도 더더욱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반목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남북 대학생이 만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서로간에 쌓였던 오해와 불신을 걷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신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미래 사회를 건설해나갈 사람들이 쌓아낸 신뢰는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내는 데, 나아가 통일을 만들어내는 데 크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학생의 남북교류가 현실화되는 순간 한반도 평화의 미래는 대학생들의 손에서 열릴 것이다.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 http://omn.kr/1nx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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