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기타(pd) 2003-03-15   2315

[분쟁지역현황] 콜롬비아리포트 : “40여년 피의 역사”

다음 글은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최상구씨가 정리한 글을 기초로 해서 재작성한 것이다.

라틴아메리카 : 영원한 식민지?

라틴아메리카. 화려했던 아즈텍문명과 잉카문명은 잊혀지고 포르투갈, 스페인의 300년에 걸친 식민지배로 경제, 사회, 문화면에서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스페인문화의 영향으로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종교도 대부분 가톨릭입니다. 경제적으로는 많은 나라들이 커피 등 단일재배를 위주로 한 농축산물 산업이거나 광산물의 원료수출을 위주로 하는 식민경제의 체제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토지 소유를 기본으로한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인해 대지주와 농민들 간의 빈부의 격차가 현저하여 여러 나라에서 겪는 갈등과 분쟁의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을 앞세운 경제적 신자유주의정책의 강요는 미국으로의 경제예속을 심화시켰고, 외채의 문제와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고용불안과 심각한 인권침해, 환경파괴 등의 문제는 남미지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 즉 남미지역에 지속된 미국의 개입은 빈곤과 빈부격차의 심화, 군사독재에 의한 인권침해와 끊임없는 분쟁을 낳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남미지역에 대한 미국의 개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823년 미국의 제5대 대통령 J. 먼로의 연두교서에서 제한한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은 남미 여러 국가들이 독립한 이후 유럽으로부터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하여, ① 미국의 유럽에 대한 불간섭, ② 유럽의 미국 대륙에 대한 불간섭, ③ 유럽 제국에 의한 식민지건설 배격의 원칙 등 3개 원칙을 정했습니다. 이후 먼로 독트린은 확대되어 미국이 서반구에서 국제경찰력을 행사할 것을 주장, 카리브해 지역으로의 진출을 정당화하였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먼로 독트린은 중동, 남부 유럽, 북아프리카까지 확대 적용되었는데, 이는 자신의 이익에 합치되는 지역에서의 배타적 독점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결정적으로 중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완강하게 폐쇄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한편 기타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개방을 요구하는 것입니다(지금의 이라크 침공과 전후처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이를 잘 대변합니다).

남미지역에서 이러한 미국의 정책은 미국산업의 잉여생산물과 개인 투자를 위한 시장을 확보하는 한편 이 지역의 광대한 자원을 착취하고 ‘공산주의를 뿌리뽑기’ 위한 각종 군사원조와 개방압력, 공작정치의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2차대전후 미국은 생산재보다 소비재에 집중된 남미 경제발전 정책을 추진하여 남미국가들은 균형된 산업발전이 봉쇄된 채 종속의 길을 걷게 되었고, 정치-군사적으로는 군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자신의 ‘부관’으로 만들었습니다. 군수품의 조달은 물론, 군사고문단의 파견뿐만 아니라 군사학교(School of America)에서의 직접 훈련을 통해 양성된 친미 인사들은 남미 대부분의 군사독재정권의 주역이었습니다.

제국주의의 침략 이래로 오랜 외세의 수탈을 겪은 남미국가들에서는 자연스럽게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를 표방하는 혁명운동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무장혁명운동에 의한 정권창출과 이에 대한 미국의 제거공작, 그리고 미국의 지원하에 세워진 친미군부독재정권과 무장반군간의 혈전이 남미의 20세기를 뒤덮었습니다.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정권을 몰아내기 위해 미국은 콘트라반군을 결성(이란-콘트라게이트와 같은 추악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하였습니다)하였고, 과테말라와 브라질에서의 군부에 의한 역쿠데타, 엘살바도르 내전, 아이티 사태 등에 개입하였습니다.

희생당하는 민중들

콜롬비아는 한반도의 다섯배에 달하는 면적을 가지고 있고, 커피, 석탄(중남미의 60%), 에메랄드(세계 1위)와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등 풍부한 자원을 소유한 국가입니다. 그러나 농업중심의 경제와 원료를 수출하고 제품을 수입하는 대외무역으로 후진국형 경제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나라 최대 공업도시인 칼리의 섬유, 식품, 금속, 화학공업은 거의 미국자본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16세기 스페인의 진출이후 가혹한 지배로 1780-81년 사이에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던 이 지역은 19세기 초 남미 전역을 뒤덮은 민족해방운동으로 1810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여 그란 콜롬비아(Gran Colombia)로 되었다가, 1886년 콜롬비아 공화국이 되었습니다. 1960년대부터 무장 게릴라의 활동으로 분쟁이 본격화되었는데, 콜롬비아내 무장반군세력은 1964년 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민족해방군(National Liberation Army; Ejercito de Liberacion Nacional: ELN)과 1966년 결성된 콜롬비아 혁명군(Revolutionary Armed Forces of Colombia; Fuerzas Armada Revolucionarias de Colombia: FARC), 1973년 결성된 M-19(The April 19 Movement) 등이 있습니다.

1989년 M-19는 정부와 최초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1990년 제도권으로 진입하기도 하였지만, 1990년대부터 반군활동이 강화되어 군자금확보를 위한 납치,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였습니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납치사건의 절반 가량인 약 3천여건이 해마다 콜롬비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수도인 보고타를 비롯한 국가 전역에서 거의 매일 폭탄 테러와 소규모 총격전이 지속되어 약 150만명의 난민이 발생하였습니다.

콜롬비아에서는 한해 약 2만5천명이 살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반군의 테러와 교전뿐만 아니라 민병대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포함되어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콜롬비아에서는 1981년 “인질범에게 죽음을”(Death to Kidnappers)을 비롯한 다수의 극우테러단체들이 결성되었고, 농장주, 투자가, 기업형 상업농들이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구성한 준군사조직들인 민병대가 결성되었는데, 이들 민병대는 반군뿐만 아니라 반군의 지지자로 의심되는 민간인들까지도 공격하고 있습니다. 특히 1996년 10월 민병대 지도자중의 하나인 카스타노(Carlos Castano)는 콜롬비아 자위대(Autodefensas Unidas de Colombia: AUC)를 조직하였는데, 1997년 7월 콜롬비아자위대가 저지른 동부 평원지역의 마피리판(Mapiripan) 마을 공격에서는 8일 동안 30여명을 학살하고 약 1,000명의 난민을 배출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민병대의 만행은 콜롬비아 보안군의 적극적인 협력 속에서 이루어졌는데, 1999년 당시 유엔인권위원회 콜롬비아 담당관이었던 메어리 로빈슨은 민병대에 의한 잔학행위는 콜롬비아 정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며, 따라서 간접적으로 후원한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콜롬비아 변호사위원회는 1999년에 민병대에 의해 살해된 사람의 비율이 1995년의 46%에서 1998년 80%로 늘어났다고 밝혔는데, 이는 하루에 한 명 이상이 살해당했고, 거의가 민병대에 의한 것임을 의미합니다.

콜롬비아 플랜(Colombia Plan) :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기

콜롬비아에서의 분쟁은 버마의 경우처럼 마약조직과 얽혀있습니다. 미국에 공급되는 코카인의 상당량이 콜롬비아에서 재배되어 밀반입 되고 있습니다. 정부군과 연계되어 있는 우익단체들은 최근에는 마약조직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고 있는데, 2000년 3월 카스타노는 텔레비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 살상과 마약조직과의 연계를 시인한바 있습니다.

반군 역시 마약조직들로부터 받는 세금이 군수품을 구입하는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마약과 관련된 부패는 이미 콜롬비아 정부와 군부내에 만연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콜롬비아는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겠다면서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원조를 받았습니다.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8월 6일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대통령이 취임하면서부터입니다. 즉 중남미 최대의 반군단체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과 마약조직을 동시에 완전히 소탕하겠다는 ‘콜롬비아플랜’입니다. 미국의 콜롬비아 지원은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이 콜롬비아를 방문하면서 절정을 이루었는데, 미국은 이미 1990년부터 1998년까지 마약 퇴치의 명목으로 6억 2천 5백만 달러의 원조를 제공한 바 있습니다.

‘콜롬비아플랜’은 지금까지 미국의 원조 13억 달러를 포함해 총 75억 달러가 투입되었습니다. 1999년 한해만도 3억달러의 군사원조와 무기판매는 6천만 달러에 이르렀는데, 1998년과 비교하면 세배가 증가한 양입니다. 이는 미국이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카리브해 국가들에게 제공하는 원조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미국이 이러한 원조를 제공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콜롬비아 내부의 개혁을 요구하며,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에 따라 콜롬비아를 세계체제 속에 끌어들이는 데 방해가 되고 있는 농민에 기반을 둔 게릴라 병력을 제거하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석유를 포함한 콜롬비아의 자원에 미국의 접근이 가능하고, 미국과 연결된 엘리트들이 콜롬비아를 계속 지배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즉 부패한 정부를 묵인하고, 잔인한 학살행위를 일삼는 민병대들의 마약조직과의 연계는 외면한 채 마약생산 가운데서도 가장 약하고 취약한 농민들, 정착민들, 원주민의 마약 생산을 표적으로 삼은 것입니다.

민중의 삶, 희망은 어디에?

그렇다면 많은 농민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코카인을 재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때 주요한 밀 생산국이었던 콜롬비아는 미국이 농업보조금을 지급하여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에 식량을 의존하도록 유도하는 식량원조정책으로 인해 농업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또한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이 조건으로 내세우는 개방과 자유화로 인하여 많은 중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농업이 붕괴되었습니다. 그리고 콜롬비아의 가장 큰 합법적 수출품목인 커피가격이 폭락하기도 하는 등 이러한 농업의 붕괴로 농토에서 내몰린 농민들은 도시빈민이 되거나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코카인, 양귀비를 재배하게 된 것입니다.

마약퇴치를 빌미로 공중살포되고 있는 고엽제는 코카인 이외의 대체작물까지 황폐화시키고 있고, 고엽제에 노출된 농민들까지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5년간 마약퇴치를 위해 콜롬비아 정부가 살포한 고엽제는 거의 백만 에이커에 달하는 땅덩어리를 불모지대로 만들어버렸는데, 같은 기간동안 콜롬비아의 코카인 생산은 세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양귀비 생산도 2000년 이후로 60% 이상 증가했습니다.

더욱이 부시 미행정부는 대량살상무기(WMP)를 빌미로 이라크를 침공하면서도, 콜롬비아에 새로운 종류의 유독물질을 살포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베트남전에서도 사용된 ‘에이전트 그린'(Agent Green)으로 알려진 이 고엽제는 인간의 건강과 생물종에게도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데, 특히 공중살포의 경우 인근 커피 플랜테이션, 밭, 농장, 마을, 식수에까지 피해를 입히게 됩니다. 이로 인한 콜롬비아 아마존 우림지역의 환경파괴는 불을 보듯 뻔한 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베트남전의 고엽제 사용을 계기로 환경파괴물질의 금지를 위해 유엔이 1976년 채택했고, 미국도 가입한 환경무기금지협약(ENMOD)의 위반입니다.

한편 2002년에 유권자의 1/4의 지지로 대통령이 된 우리베(Uribe)는 콜롬비아 자위대에서 환영성명을 낼 정도로 친민병대 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군사비의 대폭 증액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거의 국방 예산을 10억 달러나 증액하기 위해 우리베는 400억 달러에 이르는 외채 지불 재조정 과정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게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타 부문에 대한 정부 지출의 과감한 삭감을 위해 전체 정부 공무원 80만명 중 3만명을 해고하고 임금의 25-75%를 삭감하여 확보된 예산을 치안 유지에 투입하는 등 ‘힘의 논리’에 더욱 치중하고 있어 평화로의 길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또한 현재 진행중에 있는 미주지역자유무역지대(FTAA : Free Trade Area of the Americas)의 가입을 위해 콜롬비아는 헌법까지 고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주도의 경제질서와 정치질서로부터 영향력이 확대될 것입니다. 따라서 콜롬비아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과 과거에 벌였던 모든 행동들은 지속되어야만 합니다. 미국의 의도와 거짓말을 폭로하는 것, 신자유주의적 경제를 확대하는 미주지역자유무역지대와 세계무역기구, 구조조정으로 민중의 희생을 강요하며 외채를 강요하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을 반대하는 것, 더욱 더 노골화되는 미국의 군사주의와 군사개입의 중지를 요구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콜롬비아플랜을 포함한 미국의 군사주의 반대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반대하였던 세계사회포럼(WSF)의 성명서들은 지구촌 시민사회의 이러한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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