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4-06   2789

<반전평화문화기행3> 평화의 상징 로고는 누가 만들었을까?

▲ 평화의 상징 로고 peace symbol
최근 반전평화 집회나 포스터에서 자주 평화의 상징 로고(peace symbol)을 접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십자가의 형상을 약간 변형시킨 것 같기도 하다. 많이 보고 자주 쓰이는 것 같긴 한데, 그 출처가 궁금해 여기저기 수소문해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베트남전을 반대하던 히피들이 쓰던 싸인(sign)이라는 말도 있고, 어떤 정신병자가 그린 천상의 표시라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그러던 중 외국의 평화운동단체들에 대한 자료조사차 들른 사이트에서 우연하게 peace symbol을 만나게 되는 행운을 맞았다. 1958년부터 영국에서 핵반대운동을 펼쳐오고 있는 ‘핵무장반대운동(Campaign for Nuclear Disarmament; CND, http://www.cnduk.org/)’의 고유로고였다.

‘핵무장반대운동’은 2차 세계대전이후 각 국이 앞다투어 핵무기를 보유하려던 시기, 영국내 핵무기보유를 반대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의 첫 대규모 집회가, 당시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기지가 있는 알더마슨(Aldermaston)까지의 행진이었다. 그리고, 부활절 주말을 낀 4일 동안의 이 행진에서 peace symbol이 처음으로 선보였다. ‘핵무장반대운동’의 회원으로 활동하던 제랄드 홀텀(Gerald Holtom)이 처음으로 고안한 peace symbol은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평화의 상징으로 통용되게 된다.

▲ 초기 도자기 로고, 초기 주석 뱃지, 현재 뱃지 (사진 왼쪽부터)

전문 디자이너이자 예술가로 영국국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s)을 졸업한 제럴드 홀텀은 peace symbol을 구상할 때 “절망 속에 있는 나 자신을 끌어냈다”고 한다. 전쟁과 핵무기라는 절망 속에 갇힌 인류의 고뇌를, 양손을 펼친 후 손바닥이 정면에서 보이도록 손 끝을 아래로 한 모양으로 형상화시킨 것이다. 좀 더 쉽게 그 모습을 그려보자. 우리가 TV화면에서 자주 보는 모습이다. 죄인이 경찰 앞에서 수갑을 채우게 될 때, 취하게 되는 전형적 포즈가 있다. 양손을 모아 손목을 내미는 그 손-도주나 항변 등 모든 것을 포기한 체념의 손-을 손바닥이 보이게 뒤집으면 된다. 손 안에 아무 것도 갖지 않았음을 보임으로써 더욱 평화의 의미를 강하게 전달하게 된다.

특히, 초기에 paece symbol을 도자기로 만들었던 ‘핵무장반대운동’은 “만약에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아마 이 도자기로 만들어진 로고가 핵전쟁을 견뎌낸 몇 안 되는 인공물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설명까지 달아 배포했다고 한다.

비록 반핵운동을 위해 특별히 고안되었지만, peace symbol은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누구도 peace symbol을 사용하기 위해 로열티를 지불하거나, 사용허가권을 받을 필요가 없다. peace symbol은 자유와 평화의 상징인 동시에 그 자체로도 자유다.

이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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