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소식> 치료용 우유 5월이면 바닥나

북한 어린이들 다시 심각한 영양실조 위기에 빠질 수 있어

지난 몇 년간 계속돼 온 국제구호단체의 북한 어린이 및 여성 지원이 최근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호전돼 가던 북한 어린이의 영양상태와 면역률, 사망률 등이 다시 악화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국제아동기금(UNICEF)의 동아시아·태평양지역담당 멀 칸(Mehr Khan) 사무국장이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3월 일주일간 북한에 다녀온 칸 사무국장은, 개성과 강원도 일부를 여행하면서 어린이 보육시설과 학교, 병원 등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칸 사무국장의 이번 여행의 목적은 북한에서 펼치고 있는 유니세프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북한 정부와 유엔간 새로 시작될 어린이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위한 것이었다.

칸 사무국장의 보고에 의하면,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북한 어린이와 여성을 지원한 이래 지난 4년 동안 어린이들의 상태가 상당히 개선됐다. 구체적으로는, 북한 어린이들 가운데 95%에게 비타민A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면서 이 어린이들의 면역수준이 35%에서 75%로 높아졌다.

특히, 최근의 광범위한 영양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급성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들이 1998년의 16%에서 9%로 거의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또, 저조한 발육을 보이는 만성 영양실조 상태인 아이들의 수가 1998년의 62%에서 42%로 떨어졌다. 평균치보다 몸무게가 적은 어린이들 또한 1998년의 61%에서 21%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북한의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에는 살아남기 위해서, 성장하기 위해서 외부의 원조를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와 여성들이 1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칸 사무국장은 보고했다. 실제로, 영양실조로 병원치료를 받아야하는 7세 이하의 어린이가 7만 명에 이르고, 또한 어머니들의 3분의 1이 영양실조와 빈혈 증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어린이의 주요 사망원인은 설사와 폐렴이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매우 선진화된 국가여서 이러한 사회시설-식수 및 위생시설 등-이 매우 잘 설립돼 있었고, 관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2003년 현재 이러한 시설들이 노후되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어 정밀 검사와 그에 따른 수리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이다.

식수의 오염은 어린이들에게 설사를 유발시키는 데, 어린이들의 음식물 흡수와 저장능력을 저하시키는 설사는 건강상태만 위협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죽음으로 악화되기가 일쑤다. 특히, 대부분 병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어린이 질병 치료제 및 약품이 4월이면 동이 나기 때문에 이후 어린이들의 질병률이나 사망률이 급속하게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국제구호단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유니세프에서는 2003년 한 해 동안 북한 어린이와 여성을 위해 최소 1200만 달러(약 156억원)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 1200만 달러는 의약품, 백신, 비타민, 치료용 우유, 식량 등 북한 어린이와 여성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품을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지원자금이 급감하고 있어 기본 식량공급(최소 25만톤)을 위한 자금조차 모금이 안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몇 년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조금씩 개선돼 가던 북한 어린이와 여성들의 상황이 2003년 올해 급속히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당장 5월이면 어린이들에게 배급할 치료용 우유조차 바닥날 것이라고 유니세프는 경고하고 있다.

이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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