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4-23   799

모금통 들고 거리로 나서다

이라크·북한 난민 돕기 모금행사를 준비하고 참여하면서…

글 황동현/참여연대 자원활동가

제 소개부터 할까요? 저는 참여연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황동현 입니다. 몇 주가 지나 이제 겨우 참여연대 사무실을 드나드는 데 약간 어색함을 덜 수 있는 정도의 신참이구요. 가끔 나오는 거라 항상 오늘은 뭘 하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참여연대에서의 하루를 시작했는데, 몇 주전에 만들었던 모금함을 들고 오늘 드디어 인사동에서 이라크·북한 난민을 위한 모금활동을 했습니다.

몇 주전 모금함을 만들 때 약간 허접한 거 아냐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는데, 막상 들고 나가서 모금해 보니 썩 괜찮더라구요. 無에서 有를 창조한 것 같은 뿌듯함…

어제 오신 분들이 ‘희망의 돈 나무’라는 아이템을 구상하셨더라구요. 다들 아시겠지만 모금활동이 쉬운 게 아니잖아요. 그냥 지나치는 분들이 많고 또 한 분의 이목이라도 더 끌어야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잖아요.

어쨌든 ‘희망의 돈 나무’ 아이템은 마음(=돈)을 전달하시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희망엽전(저희가 만든 엽전모양의 금박지)을 나무에 걸며 이라크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일종의 메시지 전달행위죠. 처음엔 돈을 직접 걸게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었으나 오히려 좀 이상하겠다는 의견이 더 많아서 바꿨죠.

특히 오늘은 동구여상 친구들이 함께 했죠. 학생친구들이 와서 함께 한다는 말을 듣고 대중 속에 묻혀 덜 쑥스럽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구요. 엄청 소심쟁이라서… 그래서 오전에 모금행사에 필요한 준비들을 했죠. 희망나무도 완성하고 피켓도 수선하구. 희망나무에 걸 희망엽전도 오렸죠. 이후 학생친구들이 도착해서 오늘 활동들에 대해 설명해 주고, 같이 잘해보자는 말을 던졌어요.

물론 같이 준비하셨던 분들과 함께요. 첨엔 학생 친구들이 약간은 멋 적어 했지만 친구들에게 피켓에 들어갈 문구를 적어 보라고 했더니 “평화를 사랑해요” “우리 함께 해요”등의 문구를 열심히 적더라구요. 오늘의 모금행사의 목적은 전쟁을 반대하자는 취지보다는 이제 현실적으로 전쟁의 피해자가 된 이라크 국민들을 돕자는 뜻이 컸으니까요. 이런 뜻을 담고자 했던 것이죠.

▲ 사진설명 : 동구여상 친구들이 이라크 어린이 돕기 모금을 위해 인사동 거리로 나섰다.

학생친구들이 오기 전에 다른 자원활동가 분들과 함께 학생친구들을 어떻게 배치해서 효과적인 모금을 할까? 솔직히 어떻게 하면 많은 돈이 거두어질까를 연구했었죠. 그래서 고정장소(인사동 들머리에 자리잡음)에 모금함 두 개를 배치하고, 나머지 네 개의 모금함은 이동하면서 모금하자는 전술을 마련했죠.

학생친구들이 1시 반에 와서 참여연대에 대한 이야길 듣고 피켓을 만드는데 약 1시간 정도 소요됐구요, 그래서 2시 반쯤 나섰죠. 저는 참여연대활동 중에서 이번이 두 번째 거리활동이었거든요. 솔직히 아직은 지나치는 사람들의 표정, 특히 모금을 한다는 사실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남들에게 소리쳐 뭔가를 부탁하거나 참여하길 권유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요.

이후 이동하면서 모금활동을 펼친 학생들과 함께 인사동 거리를 돌았습니다. 대략 1시간 정도였는데 첨엔 비가 내리더니 그나마 빨리 그쳐 엄청 다행이었죠. 동구여상 친구들이 정말 씩씩하게 잘해줬어요. 나보다 한 백 배는 나은 것 같기두 하구요. 한 시간 동안 모금해서 거의 30만원 가까운 성금을 모았답니다.

하지만, 뭣보다도 오늘의 가장 큰 수확은 저 또한 평범한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동참해 봤다는 것입니다. 미시적으로는 우리의 행동이 얼마나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에게 강하게 호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거시적으로는 내가 나 혼자만이 존재할 수 없다는 큰 교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기 우리와는 멀리 떨어진 이라크 국민과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것들은 미미하다는 회의가 아니라 작지만 어떤 의미에선 엄청 큰 사랑이 될 수도 있다는 뿌듯함도 얻을 수 있었구요.

어떤 지나치는 아주머니는 그러더라구요. 그 시간엔 차라리 우리나라 고아원이나 가서 고아들이라 돌보라구요. 근데 그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만 살아가는 세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더욱 크게 들었습니다. 지구 저편에서 일용할 양식과 기본적인 의약품도 없어 고통받는 그들은 이제 우리의 이웃과 다름없으니깐요. 과연 전쟁이 옳으냐에 대한 물음은 접어 두고라도 전쟁이라는 큰 피해를 입은 그들에게 우리는 미안함을 갖지 않을 수 없잖아요.

측은지심 같은 거죠. 혹 이런 측은지심을 그저 맘 속에만 담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제 행동해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학생친구들도 행동했다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끼더라구요. 우리가 옳지 못하다고 느끼거나 힘이 돼주고 싶다고 느낀다면 한번 참여해보자 권유를 드리고 싶네요, 꼭 반드시 한번이라도.

이송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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