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기타(pd) 2003-05-02   822

인사동이 좁아라~ 누비고 다닌 두 시간

[평화캠페인 모금참가기] 참여연대 회원모임 ‘청년마을’의 모금 활동기

지난 4월 27일 일요일에 이라크 난민돕기 모금운동이 있었습니다. 1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게으름 피우다 제가 도착한 시간은 12시 30분. 인사동 초입에서 상경과 은섭, 진희를 만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곧바로 하얀색 평화의 옷으로 갈아입고 모금운동에 필요한 세팅을 하면서 미리 온 사람들은 조를 짰습니다. 종희, 혜선 커플 한 조, 수형, 현미 촌장님 한 조, 진희, 나 한조, 그리고 남은 정근성, 오광진 간사님, 상경은 모금 본부에서 활동하는 걸로 하고 드디어 모금 시작~

▲ 인사동 입구에 마련한 모금 본부 앞에서 어린이들이 발걸음을 멈춘다.

솔직히 처음에는 약간 쪽팔리더군요.^^; 친한 사람들 앞에서야 늘상 오버를 하는 나지만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 걸 생각을 하니 어찌나 무안해지던지… 처음에는 머릿속으로 뭐라고 말해야 하나를 생각하며 하염없이 인사동 거리를 걸었습니다. ㅡㅡ;;

허나, 역시 처음이 중요하더군요. 일단 대충 말 정리를 한 후 용기내서 처음으로 입을 떼 얘기를 하고, 첫 모금을 받으니 조금씩 용기도 생기고 의욕도 붙었습니다. 철저하게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님들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ㅡㅡ+ 근데 처음 한 시간은 별로 신통치가 않았습니다.

인사동을 왕복하며 사람들에게 엉겨(–;;)붙었는데 별로 걷어지지 않아서 진희와 저는 이라크전이 끝나서 사람들의 관심이 벌써 사라져 버린 게 아닌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때 마침 우리 눈에 종희, 혜선 커플이 모금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이런 세상에~ 우리는 죽어라 다리품 팔며 모금하고 있는데 그 커플은 인사 아트센터에 떡~ 자리를 잡고서 거기 출입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당히 효과적인 모금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깨달았습니다. 저거다! 바로 저거야.. ㅜ_ㅜ

저희는 일단 본부로 가서 물을 한 잔 먹고 효과적인 길목이 어딘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자리를 잡아서 모금하다 장사하는 아주머니한테 쫓겨나기도 하고. ㅜ_ㅜ 그렇게 두 어 번의 시행착오를 겪다 괜찮은 자리 한 곳을 잡았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실효를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멈춰 서서 모금하니 정말 몇 배로 많이 걷을 수 있었습니다. (혹 다음에 또 모금활동 할지는 모르겠는데 이건 노하우입니다. ^^; 길목 좋은데 잡아서 모금하세요~

한 시간동안 움직이며 모금한 액수가 2~3만원 정도고 한 시간동안 자리잡아 모금한 액수가 8~9만원 선입니다~) 사람들의 반응이 생각보다는 많이 호의적이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 초등학교 또래의 어린 아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뜨거운 반응을 보여 주었습니다. 모금을 못하는 아이들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을 미련을 가졌고 엄마를 졸라 모금하는 아이들부터 해서 마치 어른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지갑을 꺼내어 천 원을 선뜻 내는 아이까지 어떤 형태로든 참 관심이 많더라구요. 그거 보면서 뭐라뭐라 해도 역시 아이들의 눈과 마음은 참 선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들도 소수 모금을 했습니다. 역시~ 평화와 인도주의엔 국경이 없슴다~

그렇게 한번 탄력이 붙으니 막 욕심이 생기는 겁니다. 이왕 모금하는 거, 그래도 우리 조가 1등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시간 다 되었다고 가자는 진희를 잡아두고 더욱 더 모금에 열을 올렸지요. ^^; 그러자…

진희 “취직해서 자신의 일에서 그렇게 열을 올리시지~”

나 “…(우쒸 약점을, ㅜ_ㅜ)”

하여 우리는 우리가 정한 모금 시간에 조금 오버를 해서 대강 10만원은 넘겼겠거니 싶을 때 정리를 하고 본부로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이미 본부도 다 해체되고 자리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남은 의자와 모금함 등을 들고 참여연대 사무실로 가서 각자 자신이 모금한 액수를 세어보는데 어찌나 뿌듯하던지~

처음 모금 시작할 때 오광진 간사님이 “청년마을 정도라면 적어도 60만원은 모금해야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하길래 속으로 ‘말도 안 돼. 어떻게 두 시간 정도 모금해서 그만큼을 모아’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거의 그 정도 모였습니다. 은섭이가 가져온 평화저금통에서 나온 23,700원을 합하여 도합 511,300원의 액수를 기록했습니다. 거기에 오간사님의 말을 실행시키기 위해 청년마을 회비에서 10만원을 더해 611,300원의 모금액을 참여연대에 기증했지요~

▲ 모금 활동에 참가한 사람들이 모여서 기념촬영을 했다. 흐뭇한 미소가 저절로 맺힌다.

같이 모여서 모금활동을 한 게 아니라 각각 조를 나누어서 모금을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활동은 적지를 못했습니다만, 다들 정말 열심히 해 주셨습니다. 중간 중간 늦게 도착해서 모금활동에 많이들 참여해 주셨고 힘을 주었습니다. 힘을 주신 분들의 명단을 공개하자면~

정현미 촌장님을 비롯 수형, 상경, 진희, 미정, 수민, 혜선, 종희, 현철, 정근, 장식, 지은, 현성, 승희, 주원, 윤순, 오광진 간사님, 그리고 은섭이, 장식성 아이들 둘, 하람이 이렇게 22명입니다~

바빠서 중간에 먼저 간 분들도 계셔서 뒷풀이 식사 때는 12명 정도가 같이 했습니다. 모임 한 번씩 하면 의례 뒷풀이 술자리를 가지곤 했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술을 한 잔 하기엔 시간이 너무 이른 겁니다. ㅡㅡ;

거기에 다들 피곤해 하는 분위기여서 아쉽지만 큰 모임은 그 선에서 마무리를 하고 각자 헤어졌습니다. (술 안 마시고 헤어져보기는 처음인거 같어~ ㅎㅎ) 근데 모금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더군요. 저도 집에 가는 버스에서 선 채로 내내 졸다가 집에 들어갔습니다.

다들 바삐 살면서 시간을 쪼개어 잠깐씩이나마 나와 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구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알찬 활동들 해 나갔으면 좋겠네요~

이상원/참여연대 회원모임 ‘청년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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