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조그만 양심이 모여 북녘 어린이의 생명으로

‘희망의 손’ 1차 식량 북녘으로…3∼5만 북한 어린이 3개월 분량

500톤의 쌀과 5000포대의 분유를 실은 트레이드 포춘(TRADE FOTUNE)호가 13일 정오 12시 인천항을 떠났다. 트레이드 포춘호는 12시간의 항해를 거쳐 북한 남포항에 도착한다. 순수 민간단체로는 최초의 대북 쌀 지원이자, 최대 분량의 식량이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녘 땅의 수만 어린이들에게 제공되는 것이다.

6만 어린이와 15만 유아들의 1개월 생명줄

▲희망의 손 캠페인에 따라 1차 식량을 실은 배에 월드비전 관계자들이 승선해 환송하는 인파에 답례하고 있다. (사진 : 사이버참여연대)

이번 식량지원은 참여연대와 SBS가 공동으로 기획한 ‘희망의 손’ 캠페인에 따라 올해 3차 지원 계획 중 1차로 제공되는 것이다. 트레이드 포춘호가 싣고 가는 국산 쌀 500톤과 전지분유 200톤은 각각 북한 어린이 2만명과 유아 5만명의 3개월 동안 소비량에 해당한다. 1개월 분량으로 셈했을 경우 6만 어린이와 15만 유아들이 배고픔을 면할 수 있다. 봄부터 쌀 수확기까지 특히 심각한 북한 식량가뭄의 완전한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한 줄기 단비 역할은 할 수 있는 셈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지난해 10월 북한 현지조사에 따르면 전체 어린이의 42%가 영양실조 상태로 조사됐다. 또 올해 5월 유니세프(UNICEF)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90년대 북한의 5살 미만 영아사망률은 1000명 당 48명 꼴로 남한의 7배에 이르고, 북한 식량난이 심각해질 경우 2살 이하 젖먹이 30% 가량이 발육부진과 만성영양실조 상태로 방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희망의 손 캠페인의 실무를 맡은 명광복 참여연대 기획실 간사는 “굶어 죽어가는 북한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조그만 양심이 모이면 수만, 수십만의 북한 어린이들의 목숨과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면서 “쌀 80Kg의 국제가격은 2만5000원 수준으로 1억 원만 모여도 수백 톤의 쌀을 북한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명 살리는 일에는 북핵도, 이념도 떠나서”

이번 식량지원은 공동캠페인을 맡은 참여연대와 SBS 이외에 월드비전, 농협중앙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각계 민간기업과 단체들이 큰 역할을 했다. 농협중앙회는 2억 원의 후원금을 제공한 것은 물론 전국 각 지점에 후원금 모금함을 설치해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7년의 대북지원사업 경험을 가지고 있는 월드비전은 지원 경로와 방식, 분배의 투명성 보장 등을 놓고 북한의 ‘민족경제협력련합회’와 세부협상을 담당했다.

▲1차 식량지원에 참여한 민간기업 및 단체 관계자들이 평화의 배 출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 : 사이버참여연대)
이날 ‘평화의 배 출발’ 행사에 참석한 유근원 농협중앙회 해외협력실장은 “처음 참여연대의 제안을 받고 이런 일에 먼저 나서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다”면서 “사람의 생명이 걸린 먹거리 문제만큼은 북핵, 이념 이런 거 다 떠나서 통일 한국의 미래 주인공인 북한 어린이들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남포항에서 식량이 수송되는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트레이드 포춘호에 승선한 이주성 월드비전 북한사업팀 과장은 “이번에는 해상으로 가지만 다음에는 육로로 갔으면 한다. 잘 전달하고 잘 쓰여지도록 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해상을 통한 수송비보다 훨씬 저렴한 육로수송이 이뤄지면 절약되는 수송비만큼 지원이 늘어날 수 있다.

희망의 손 캠페인은 오는 9월에 중국산 쌀 약 1000톤 분량의 2차 지원을, 10월에 3차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분배 투명성 확보 성과도

이번 식량지원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북핵문제 등으로 고조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쪽의 민간단체가 나섰다는 의의와 함께, 대북지원을 놓고 그동안 우리사회 잡음이 적지 않았던 분배의 투명성을 북한 당국으로부터 보장받는 성과도 이뤄냈다.

이주성 과장은 “북한의 민족경제협력연합회로부터 분배계획서를 받은 상태이며 이번 9월에 직접 방문해 우리가 지원한 쌀이 직접 소비되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면서 “12월에 올해 지원이 끝나면 쌀과 분유를 받은 북한 주민이 직접 서명한 분배정형서를 민족경제협력연합회가 제출하기로 약속됐다”고 밝혔다.

▲2만5000원이면 80Kg의 쌀을 사서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다. (사진 : 사이버참여연대)
월드비전은 지난 7월 이번 식량지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7월 북한을 방문해 북한측과 협의하면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로부터 이전과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식량난을 겪고 있는 지역과 어려운 사정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서 남쪽의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 이주성 과장은 “우리가 식량 배분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도 있는 것도 투명성 보장에 중요하지만, 어려운 사정을 솔직히 말하는 북측의 태도 변화에서 신뢰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평화의 배 출발’ 행사 전에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염소젖을 제품화하는 데 필요한 약 17억 원 분량의 자재와 설비를 북한에 실어보내는 행사를 가졌다. 이 지원물품은 대학생선교회 소속 학생들이 모금활동, 아르바이트, 장학금 등을 모아서 마련했다. 이관우 북한젖염소보내기운동본부 모금국장은 “산악지역이 많은 북한은 모유 다음으로 가장 완벽한 영양소를 함유한 염소젖이 어린이 식량난 해소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앞으로 대북지원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희망의 손 캠페인 참여 안내

운동본부 모금참여전화 (02)723-5302

홈페이지 http://peace2003.net

방송 ARS 전화 060-701-1004

장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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