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5-11-14   756

[자이툰 병사들을 데려오라 1] 잘못된 시작과 정보조작 논란

“거짓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나”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로 떠난 지 15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31일 국회로부터 파병 1년 연장에 대한 동의를 얻어낸 정부는 재연장 동의안을 이달 중으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3260명 중 1000명을 감축하는 대신 주둔을 장기화하겠다는 계획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의 명분, ‘평화 재건’의 실효성, 경제적 실익, 부대원의 안전 등 여러 측면에서 자이툰 부대의 철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간다. 비록 불발에 그쳤지만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철군 결의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파병반대국민행동’과 프레시안은 ‘자이툰 철군론’의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공동기획으로 ‘자이툰 병사들을 데려오라’ 시리즈를 마련했다. 10여 회에 걸쳐 계속될 이번 기획 시리즈에서는 이라크 전쟁의 잘못된 명분 문제, 이라크의 상황, 자이툰 부대 평화재건 활동의 허와 실, 보도통제와 정보왜곡 등 자이툰 부대와 관련한 모든 것을 꼼꼼히 짚어본다.

이 기획 시리즈의 글을 작성한 ‘이라크모니터팀’은 파병반대 운동에 참여해온 평화활동가들로, 이라크 점령지 상황 및 자이툰 부대의 모니터를 위해 2005년 1월 팀을 구성해 2월 2일부터 매주 ‘이라크 모니터 보고서’를 발간해왔다. 이라크모니터팀의 구성원은 대항지구화행동의 이지은, 사회진보연대의 정영섭, 이라크평화네트워크의 이지영, 참여연대의 강이현·이태호, 통일연대의 윤지혜, 평화네트워크의 최민·이주영 씨 등이다.

(보고서 작성 : 이라크모니터팀 , 기사 정리 : 프레시안 황준호 기자)

밝혀지는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 명분 정보조작

2003년 3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내건 명분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후세인 정권이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됐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이라크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03년 1월 “이라크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핵무기 개발용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었다”면서 이라크의 WMD 은닉 및 알카에다와의 연계를 주장했다. 콜린 파월 당시 미 국무장관도 그 해 2월 UN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위성사진 등의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부시 대통령과 같은 주장을 폈다.

이라크 침공의 또 한 축인 영국 토니 블레어 정부의 ‘합동정보위원회’도 2002년 9월 24일 ‘이라크는 45분 이내에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이라크의 WMD 보유설을 공식화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같은 명분을 가지고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 관련 증거가 없다는 2003년 3월 유엔 사찰단의 최종 보고서를 무시하고 3월 20일 이라크를 침공했다.

부시·블레어의 지시로 만든 조사위원회도 ‘엉터리 정보로 전쟁’ 결론

그러나 전쟁발발 후 2년8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이라크에서 WMD는 발견되지 않았고 알카에다와 연계됐다는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UN과 미국, 영국의 각종 위원회와 보고서는 미국과 영국이 내세운 전쟁의 근거가 허위임을 수없이 입증하고 있다. 의회나 민간이 이끄는 조사위원회는 물론이고 부시 행정부와 블레어 정부가 직접 임명해 만든 위원회도 마찬가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우선 전쟁발발 직전 한스 블릭스가 이끈 UN 사찰단이 내놓은 안보리 보고서는 이라크에 이동식 WMD 생산시설, 생화학무기 생산·저장시설 등이 없다고 밝혔다. UN의 감시·검증·사찰위원회도 2004년 3월 “이라크에는 10년동안 WMD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9.11테러조사위원회는 2004년 7월 최종보고서에서 위원 10인의 만장일치로 “9.11테러는 이라크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도 2004년 7월 1차 보고서를 통해 민주·공화 양당 18명 의원 만장일치로 이라크 전쟁은 잘못된 정보로 시작됐다는 결론을 내렸고, “1990년대 초 이라크 정부가 알카에다와 접촉했으나 이라크 정부가 테러를 지원하거나 관련된 일은 없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구성한 이라크 서베이 그룹(ISG)은 2004년 10월 “이라크는 미국의 침공 당시 WMD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른바 ‘듀얼퍼 보고서’를 완성해 미 의회에 보고했다.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원위원 버틀러 경(卿)을 책임자로 하는 조사위원회는 2004년 7월 ‘버틀러 보고서’를 발표해 “블레어 정부가 2002년 9월에 발표한 ‘이라크는 45분 이내에 WMD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정보는 자격을 상실한 터무니없는 것으로서, 확인되지 않은 이 주장은 서류에 포함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이라크의 WMD에 관한 영국 정부의 정보는 ‘심각한 결함’을 가진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정보의 ‘실패’ 아닌 ‘조작’: 리크게이트와 다우닝 메모 사건

리크게이트와 다우닝 메모 사건은 이라크 침공이 단순한 ‘정보실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와 블레어 정부의 ‘고의적 정보조작’에 의해 ‘허위로 만들어진’ 전쟁임을 뚜렷이 증명하고 있다.

언론의 취재원 보호, 정보기관 비밀요원의 신분 누설과 그로 인한 국가안보의 위기 등 다각도의 쟁점을 낳고 있는 리크게이트의 핵심은 단연 전쟁명분의 조작이다.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대리대사는 2002년 니제르에서 CIA의 의뢰로 이라크의 핵 물질 수입 의혹을 조사한 후 근거가 없다는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다음해 연두교서에서 “이라크가 니제르에서 핵무기 개발용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며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2003년 7월 윌슨이 그같은 과정을 <뉴욕타임스>에 폭로하면서 시작된 리크게이트는 부시 1기 행정부의 핵심을 차지했던 신보수주의자(네오콘) 그룹이 이라크 침공을 위해 정보조작을 어떻게 자행했는지를 백일하에 드러내고 있다.

2005년 5월 폭로된 다우닝 메모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기로 이미 결정한 후 모든 정보와 정황을 끼워 맞췄다는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다우닝 메모는 블레어 총리가 2002년 7월 부시 대통령을 만나고 온 뒤 총리공관에서 열린 국가안보회의에서 정보책임자인 리처드 디어러브 경이 언급한 내용을 기술한 것이다. 여기에는 ▲2002년 이라크 문제가 유엔으로 가기도 전에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미 이라크 침공을 결정했으며 ▲WMD에 대한 정보를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한 구실로 삼기로 했고 ▲이라크의 WMD 관련 정보는 그 같은 결정에 따라 맞춰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즉,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에 들어가기 거의 1년 전에 이미 전쟁을 결심했고, WMD의 근거가 빈약함에도 불구하고 그 전쟁을 합리화하기 위해 정보와 사실을 꿰맞춰 나갔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정보조작 논란으로 미국과 영국이 떠들썩하지만 한국 정부와 의회는 미국을 도와 세계 3위의 군대를 파견하고서도 이라크 침공의 근거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의회는 자이툰 부대의 파병 재연장을 주장하기 앞서 정보조작 논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지속적인 요구다.

파병반대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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