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5-11-14   730

[자이툰 병사들을 데려오라 3] 정보통제와 ‘묻지마’ 외교

파병 3년, 가위 눌린 대한민국 민주주의





파병반대국민행동 기획연재 “자이툰 병사들을 데려오라”

[2] ‘이라크 늪’에 빠진 점령군-끝나지 않는 전쟁, 점령당하지 않는 이라크

[1] 잘못된 시작과 정보조작 논란-“거짓을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나”

(보고서 작성 : 이라크모니터팀 , 기사 정리 : 프레시안 황준호 기자)

자이툰 부대가 드디어 새 임무를 맡게 됐다. 아르빌 지역 유엔사무소(UNAMI)의 외곽 경계와 외출하는 유엔 요원들의 신변 경호. 지난 7일 일부 언론의 보도에 ‘아직 확정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던 국방부는 이틀만에 그게 거짓이었음을 자인했다. 유엔의 요청은 6월이었으니 국민들은 약 5개월간의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이다.

발표와 동시에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나왔지만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2004년 2월 조영길 당시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이라크) 파견부대는 우리 합동참모의장이 지휘하고, 작전운용은 현지 사령관이 통제하며 치안유지업무는 직접 담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병동의안의 기본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정부가 이같은 국회 파병동의안의 기본 전제를 임의로 변경해 미국과 유엔에 먼저 통보한 것으로 ‘월권’ 시비를 낳고 있다.

또 2004년 정기국회에서 가결된 자이툰 부대 연장 동의안은 그 시효가 2005년 12월 31일로, 2006년 임무연장을 위해서는 국회의 추가적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재연장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미군과 유엔에게 2006년까지 이어질 경계 및 경호 임무를 약속했다. 이또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존재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자이툰 부대의 파병과 관련한 정부의 비민주적인 태도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라크 전쟁이 예고되던 2002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미국의 이라크 전쟁 및 점령에 대한 한국의 지원정책 결정과정은 고도의 정보통제와 은폐, 밀실협의로 일관돼 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국민 눈 가리는 허위 정보와 정보 통제 난무

이라크 전쟁 개전 다음날인 2003년 3월 21일, 노무현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임시국무회의를 소집, 서희제마부대 파병동의안을 가결해 국회에 회부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의안 접수 후 3일 이상을 회람하는 관례를 깨고, 국무회의 통과 3시간만인 당일 오후 단 2시간의 요식적 토론 후 이를 의결했다. 국회는 전원위원회 등 요식절차를 거친 후 단 11일만인 4월 2일 본회의에서 파병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은 결정 과정에서 국민이 설 자리는 전혀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심각한 정보 통제와 ‘묻지마’ 외교로 점철됐던 자이툰 부대의 파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2003년 10월 미국의 전투부대 파병 요청을 받고 이라크에 다녀온 국방부 이라크합동조사단은 한국군 주둔예정지인 이라크 북부 모술지역이 ‘안정화되고 있고 테러 위험이 점차 감수 추세’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민간인 자격으로 참가했던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는 모술 지역에서의 조사는 미군의 브리핑 받는 시간을 제외하고 약 45분가량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미군이 제공한 차량과 헬기로 미군정이 안내한 지역만을 돌아본 것이 전부였다고 폭로했다.

2003년 11월 이라크 조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국회조사단도 “이라크 치안상황이 호전되고 있고 한국군의 파병을 이라크인들이 원하고 있다”는 요지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국회 조사단은 현지 도착 직후 체류하던 호텔에서 저항세력의 로켓포 공격을 받은 후 사실상 미국의 보호 아래 제한된 조사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 결과의 신빙성이 의심됐다.

국민 따돌리기식 추가 파병

2003년 10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은 시민단체와의 면담에서 “파병에 대해 정부 내에서 진지한 논의는 없었다”며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 파병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청와대를 떠난 직후 각 당 대표에게 파병 입장을 전달했고,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미국에게 추가파병방침을 통보해 시민단체와의 약속을 저버렸다.

그후 2004년 2월 자이툰 부대 파병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김선일씨 피살 사건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강행하는 과정에서도 민주적인 논의가 설 자리는 없었다.

파병동의안 본회의 통과일에는 찬성 발언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고, 김선일 사건 직후인 2004년 6월 23일 여야의원 50명이 제출했던 파병 재검토 결의안은 여야 지도부와 상임위원회의 묵계로 검토조차 되지 않았다.

‘배달의 기수’만을 바라는 언론 통제

자이툰 부대의 출국과 이라크 현지 배치ㆍ활동에 관한 언론 취재의 제한 역시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비민주적인 처사였다.

2004년 8월 3일 정부는 국방부 장관과 대변인 명의의 협조공문을 각 언론사에 보내 자이툰 부대가 파병지에 안착될 때까지 부대의 제반사항에 대한 일체의 보도를 자제(포괄적 엠바고 요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국내 언론 외에 모든 외신들이 한국의 추가파병 사실을 상세히 보도한 것으로 볼 때 이는 심각한 언론 통제였다.

당시 아랍 위성TV <알자지라>는 “이러한 강력한 보도 통제는 미국 주도로 이라크전에 파병한 30여 개 국 가운데 한국만이 유일하다”고 비판했다.

2004년 9월 국방부는 ‘자이툰 안착, 안정화 단계로의 이행’을 근거로 엠바고를 해제했으나 곧바로 10월 4일 이른바 로우키(소극적 보도제한 요청)을 적용해 보도제한을 사실상 지속시켰다.

국방부는 또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제한된 동행취재만을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배달의 기수’식 홍보용 보도로 제한했다. 외교통상부는 나아가 한국인들에게 비자를 발급하지 말아달라고 이라크 정부에 요청, 2004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이라크에는 단 한 명의 한국인 상주기자도 남지 않게 됐다.

대통령 주머니 속에만 있는 재연장 동의안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0월 21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 참석 차 방한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과의 면담에서 “이라크 아르빌에 파견된 국군 자이툰 부대 병력 일부를 감축하되, 나머지 병력은 미영연합군과 함께 장기주둔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해진다.

이같은 보도에도 불구하고 자이툰 부대의 감군이나 철군, 연장에 관해서는 이번달 20일경 파병 연장 동의안이 국회에 상정될 것이라는 예측만 나올 뿐, 정부 내의 논의가 어떻게 돼가며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가 최대한 논의를 지연시키고 통제하면서 ‘토론 없는 파병 재연장과 조용한 장기 주둔’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지난 3년간 벌어졌던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협과 도전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이며, 이는 어떤 국익보다도 소중한 국민의 기본권과 주권을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파병반대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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