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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l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10.12.28
  • 2032

한나라당은 지난 8일 예산안을 단독 강행 처리하면서 직권상정으로 '끼워넣기'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특전사 파병안도 통과시켰다. UAE 파병안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수많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방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채 본회의를 통과했다.

참여연대와 평화군사법연구회는 파병의 타당성이나 위헌성, 처리 절차상의 문제를 정리해 근래 들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한국군 파병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공동 기획 연재를 마련했다. 법학자들과 국제문제 전문가들, 시민단체의 시각을 담은 연속 기고를 4차례에 걸쳐 싣는다.



지난 11월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에 특전부대 파견 계획을 발표했을 때 당장 드는 생각이 “올 것이 왔다“는 것이었다. 국민들의 반대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프간과 이라크에 줄곧 파병해 온 데 이어 지난 해 국회 동의절차도 생략할 수 있는 ‘국제연합 국제평화유지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PKO법) 제정에 무척이나 공을 들였던 군이었다. 그리고 아예 파병 전담 부대를 만들었다. 전담부대까지 만들었으니 군이 어떤 명분으로든 분쟁이 현재진행형이 아닌 곳까지 파병에 나설 거라는 우려가 생기는 건 당연했다. 군은 그렇게 해외 파병에 적극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UAE 파병과 같은 비지니스 성격의 파병, 해외 군사 훈련용 파병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국군 부대의 해외파병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 12월 8일 국회에서 날치기로 통과된 것은 UAE 파병동의안뿐만 아니라 소말리아 파병연장안이 포함되어 있고, 유엔 PKO군으로써 아이티, 레바논 파병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헌법에는 국군의 임무와 해외파병에 관한 국회의 심의와 동의 권한을 명시하고 있지만 무시되기 일쑤이다. 국제평화유지 활동과는 무관한 국군의 해외 활동도 당연시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는 으레 그렇다는 듯 간단히 무시하고, 국민을 대리하는 국회의 타당성 검토는 거추장스러운 절차로 여긴다.

물론 정부와 군이 해외파병에 관한 국회의 심의, 동의 권한을 무시하는 데에는 국회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먼저 계속되는 파병에 대한 국회 차원의 검증과 평가 자체가 없었다. 국회는 정부와 군이 실현가능하지 않은 실익과 국제평화 기여를 앞세워 추진했던 파병이 과연 목적에 부합했는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따져 묻지 않았다. 군이 부실한 정보와 근거 자료를 내밀어도 충실히 동의해 주는 거수기 역할을 자임했다.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PKO법을 제정하는 데도,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는 아프간 지역재건팀(PRT) 파견에도 동의했다. 국회가 국군의 해외파병에 동의할지라도 정부 정책집행에 대해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연의 역할까지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물론 일부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기는 했다. 그러나 해외 파병에 관한 한 국회는 제 역할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번 UAE 파병을 둘러싼 국회의 풍경은 또 다르다. 정부와 여당은 파병동의안에 관한 논의 자체를 생략해 버렸다. 안건 토론조차 없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파병동의안 표결에는 한나라당 의원들 중심으로 158명이 참석했는데 이 중 150명이 찬성에 표를 던졌다. 국회에 안건으로도 상정되지 않았던 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 중 과연 몇 명이나 동의안의 내용을 알고 표결에 나섰는지 알 수 없다. 군대 파견에 관하여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심의 권한을 또 다시 포기하고, 야당의 심의 권한을 강탈한 것에 대해 일말의 경각심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만일 국군의 해외 파병에 대해 국회가 엄격한 통제와 검증 노력을 기울여왔다면, 정부와 군이 위헌적이고 정당성 없는 파병동의안을 그렇게 쉽게 제출할 수 있었을까. 여당도 국회 권한을 무시하는 몰상식한 날치기 처리를 시도할 엄두를 냈겠는가. 국회 파병에 관한 국회의 직무유기는 정부와 군이 거리낌 없이 또 다른 해외 파병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까. 국회의 통제와 견제가 없는 가운데 군이 해외파병의 정당성과 타당성을 주장하는 근거들은 매우 부실하다. UAE 파병의 관한 국방부의 주장도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기 보다는 자의적인 판단이거나 기대사항임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UAE 파병은 정부 주장대로 분쟁지역이 아닌 곳으로 군대를 보내는 ‘새로운 개념’의 파병이다. 원전 수주의 대가로 특전부대를 파견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당연히 제기되었다. 그러나 국방부는 아무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 군은 파병계획 발표 전에 UAE 파병에 대한 아무런 법적 검토를 하지 않았다. 박주선 의원실에 의하면 국방부는 UAE 파병과 관련하여 법제처에 ‘현행법령 위배여부에 대한 법적 분석’을 의뢰한 적이 없으며, 국방부 내 법적 검토도 국회에서 자료요구가 있었던 11월 4일에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비분쟁 지역 파병에 대한 법적검토를 배제한 것이 의도적인 것이었다고 해도 문제이지만, 헌법과 다른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지 아예 검토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면 그건 더 큰 문제이다. 대신 국방부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제고하고 국익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제평화유지와 재건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힌 이명박 정부의 국가안보전략지침(2008. 8. 18)을 근거자료로 내놓았다. 그러나 국방부 스스로 UAE 파병이 국제평화유지나 재건활동을 임무로 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국회 비준도 받지 않은 한-UAE 군사협력협정을 UAE 파병의 또 다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이다.  

국방부는 파병이 정당하다는 근거로 UAE에는 이미 9개국의 외국군이 2,800명 주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외국군의 주둔이 어떠한 이유로 한국군 파병을 정당화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무엇보다 UAE를 아프간 전쟁 후방기지로 이용하고 있는 미국을 포함해 현재 UAE에 자국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나라 중 어떤 나라도 원전수출에 끼워넣기 식으로 군대를 보낸 나라는 없다.  

UAE에 주둔하고 있는 외국군의 규모와 임무에 관한 국방부의 답변을 보자. 참여연대의 정보공개요청에 대한 답변에서 국방부는 “UAE가 군사기밀로 관리하면서 공개를 원치 않고 있어 구체적인 현황파악이 제한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자료제출을 요구하자 국방부는 “UAE에 공식요청해서 확인한 내용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알아본 내용이어서 관련 내용을 줄 수 없다” 답변했다. UAE가 외국군 주둔현황을 군사기밀로 관리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국방부가 정보를 공식요청을 하지 않은 것과 UAE가 정보공개를 원치 않아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것은 아주 다른 이야기이다. 다른 나라 부대도 주둔하고 있으니 한국군 파병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식의 발상도 그렇지만, 외국군 주둔 현황 파악에 대한 이 같은 답변 태도 역시 국방부를 신뢰하기 어렵게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앞선 기고에서 밝혔듯이 파병에 따른 실익이라고 국방부가 주장하는 방산수출과 원전 고용효과도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주장이 아니었다.
 
그럼 정부와 군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국제평화와 국익 창출’이라는 파병의 명분은 타당한가. 앞서 언급한 국가안보전략지침(2008. 8. 18)은 정부가 말하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해외파병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순서가 뒤바꿨다. 진정으로 국제평화와 재건활동을 목적에 두고 참여할 때 국가의 위상도 국가의 이익도 제고될 수 있다. 국제평화와 재건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군대 파병을 중심에 둘 이유도 없다.

최소한 미국 주도의 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이 국제평화와 재건을 우선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21세기 들어 한국사회에서 큰 논란거리가 되었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파병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국제사회가 비난했고 한국 시민사회가 거세게 반발했지만 정부는 지금의 UAE 파병논리와 다를 게 없는 주장을 펴면서 아프간과 이라크 파병을 지속해왔다.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한 것을 두고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든가 국익을 창출했다고 한국 사회가 혹은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있는가. 남긴 건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공조 경험이다. 그 대신 셀 수 없는 인명살상과 종족간, 종파간의 치명적인 갈등을 남겼다. 그 상처들은 향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다. 동족간에 총을 겨누었던 한국 전쟁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어떤 후유증을 남기고 있는지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전쟁이 남기고 있는 후유증을 생각한다면 한국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테러와 폭력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도 오래이다. 전쟁이 지속되면서 세계 원유 가격의 상승을 이끌었고, 그로 인해 시민들의 일상생활도 위협받고 있다. 최근 아프간에서 발생했던 납치사건이나 폭발 사건이 말해주듯이 오로지 미국 편에서 군대를 파병한 나라의 기업이기에 제대로 경제활동도 못하고 철수해야 하는 형편에 놓여 있다. 아직 민간인의 입국이 금지되고 있는 이라크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일 의향이 아니라면 정부 스스로 한국군 파병이 중동평화에 기여했고, 에너지 안보에 도움이 되며 재건 특수를 누리는 이익을 가져왔다고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가의 위상과 국익 창출’이라는 명분도 빛바랜 지 오래이다. 따라서 허구적인 ‘국익’을 위해 군대파병에 적극 나서겠다는 정책은 기본방향부터 잘못되었다.

주권 국가에게 있어 외국군의 주둔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주변 국가들도 촉각을 세운다. 파견 국가도 군대 파견의 정당성 확보에 주력하고, 파견 시 자국 군대의 임무와 활동을 엄격히 규정한다. 국제경찰을 자임하며 세계 대부분 나라에 군사기지를 갖추고 있는 미군들이 늘 논란의 한가운데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UAE 파병이 강행되는 걸 보면서 무분별하고 원칙없는 파병이 만연해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갈등 해결에 기여하기보다 분쟁의 틈바구니에서 이익을 챙기려는 패권국가의 행태를 닮아가는 것도 우려스럽다. 분쟁 지역의 평화와 재건은 후순위로 밀릴고 있다. 이라크 파병이 그랬고, 소말리아, 아프간 지역재건팀(PRT) 파견이 그러하다. UAE 파병도 마찬가지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한국군 파병에 대한 분명한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 더 이상 허구적인 국익 논리를 동원한 해외 파병이 가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먼저 군대를 보내기에 앞서 갈등 예방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외교와 인도적 지원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수단을 강구할 수 없을 때 군대 파견은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되어야 한다. 군대 파견은 가능한 최소화하고, 필요하다면 최대한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그것도 일방의 편이어서는 안되며 당사국의 군대 파병 요청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군대 파견이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인지 타당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동의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까지의 파병정책은 그렇지 못했다. 정부와 군 당국은 군대파병에 앞서 외교적, 인도적 노력을 다했는지, 군대 파견을 최소화하고 마지막으로 택할 수 있는 수단으로 취하고 있는지, 평화기여에 대한 타당성, 정당성 검토를 충실히 했는지, 무엇보다 국민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동의를 구하려 노력했는지 반성하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군의 해외파병이 장려되고, 이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감시가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는 정상적이지 않는다. 군에 대한 민간통제가 작동되지 않는 사회, 대신 군사주의와 국가주의가 만연하는 사회가 대한민국의 미래여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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