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_ 참여연대 프레시안 칼럼

 

2013년, 정전 60년을 맞아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장기간의 정전이 낳은 문제점을 짚어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 주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평화적·포괄적인 해법을 모색하고자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 연재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을 통해 현안 대응책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외교·안보 쟁점과 관련해 바람직한 관점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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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핵무장? 헌법 어기고 한미동맹 깨자는 논리

 

성상희 변호사,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다. 이에 대하여 국내외의 여러 곳에서 비판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세계를 불안정하게 하는 잘못된 행위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논자가 견해를 같이한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에 대한 각국의 대응에서는 현재의 국제 사회가 가진 보편적 규범에 배치되는 호전적 발상들이 자주 눈에 띈다.

 

첫째, 북한의 핵무기 관련 시설에 대한 선제타격론 혹은 북한에 대한 전쟁을 의미하는 예방적 공격론이 언론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주장되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북한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하여 무력 공격을 하자는 주장으로 우리 헌법의 평화 조항에 직접적으로 배치되는 위헌적 발상이고, 국제법적으로는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국가 정책으로 수행하자는 무리한 주장이다.

 

둘째, 북한의 핵무장, 즉 북한이 핵무기 비확산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이하 비확산조약) 외부의 '사실상의 핵보유국(Defacto Nuclear-Weapon State)'이 되었다는 것을 현실로 인정하고 우리도 핵무장을 하자는 주장이 최근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글은 위와 같은 핵무장론의 논거에 대하여 살펴보고, 그것이 위험하며 국제법상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먼저 비확산조약에서 정한 핵보유국과 핵비보유국의 의무사항을 간단히 살펴보자.

 

핵보유국은 핵무기 또는 핵폭발장치를 이전하지 아니하며, 핵비보유국이 핵무기 등을 제조하거나 취득하는 데 지원을 해서는 아니되며(조약 제1조), 반면 핵비보유국은 외부로부터 핵무기 등을 수취하지 아니하며, 제조 혹은 획득하지 아니하고 그 제조와 관련한 지원을 받지 아니한다(조약 제2조). 그리고 핵비보유국은 핵활동에 있어서 핵물질의 안전성을 보증하기 위하여 국제원자력기구와 안전협정을 체결하여야 하고(제3조), 모든 조약국은 엄격하고 효과적인 통제 하에 전면적이고 완전한 군축에 합의하기 위한 협상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제6조).

 

비확산조약은 조약 탈퇴와 관련하여, 조약 당사국은 조약과 주요 문제와 관련하여 특별한 사건들이 자국의 최고 이해(supreme interests)를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결정을 하면 조약을 탈퇴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탈퇴의 절차와 관련하여 3개월 전에 조약 당사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통고를 해야 하며, 그 통고에는 자국의 최고 이해를 위협하는 특별한 사정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0조)

 

이에 따르면 한국이 핵무장을 위해 비확산조약을 탈퇴하려면 '한국과 전쟁이 종결되지 않은 정전 상태에서 북한의 사실상 핵무기 보유로 한국의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을 당하는 상황'을 한국의 주권에 관한 이익을 위협하는 위험으로 평가하여 명분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인도를 비롯해 역사적으로 모든 비확산조약 외부의 사실상의 핵보유국들은 애초에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핵개발을 했으며, 북한만이 유일하게 NPT를 탈퇴하고 핵개발을 하고 있다. 그리고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 사회의 흐름은 핵무기 개발을 목적으로 한 비확산조약의 탈퇴 자체를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핵개발을 목적으로 한 조약 탈퇴는 곧바로 유엔의 제재와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확산체제의 유지를 자국의 안보에서 최고 목표의 하나로 삼고 있는 미국으로 하여금 한미동맹에 대한 근본적 문제의식을 갖게 할 수 있다.

 

그리고 핵무장론자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듯이 한국은 무역으로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개방형 경제로서 수입과 수출에 장벽이 생기면 유지되기 어려운 나라다. 유엔의 제재가 논의되는 상황은 곧 한국 경제로서는 지탱할 수 없는 환경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 더불어 미국을 포함한 핵 공급그룹(Nuclear Supply Group)으로부터 핵연료인 우라늄과 농축우라늄, 관련 장비의 공급이 중단되고 이미 제공받은 핵연료까지 반환해야 한다. 한국 전기생산량의 30% 이상을 감당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이 일시에 중단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결국 비확산조약 탈퇴를 통한 핵무기 개발은 한미관계와 한국의 국제적 지위,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성에 비추어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이며, 어떠한 정치권력도 이것을 결정할 수 없다. 결국 핵무장론자들이 실질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치경제적 압박을 초래하는 비확산조약 탈퇴가 아니라 비공개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하게 정보를 차단해 외국, 특히 미국이 모르게 핵무기 개발을 완성한다면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국제 사회, 특히 미국의 정보력과 한미관계에 비추어 핵무기 비공개 개발이 완성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가입한 조약의 구속력을 인정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비공개 핵개발은 위헌적 행위이며 최고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은 탄핵의 대상이 되고, 관여한 주요 정책 결정권자들은 형사소추의 대상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핵무장론의 주요한 논거를 개별적으로 검토해 본다.

 

첫째, 국가 안보의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이 핵무기를 사실상 보유하게 된 상태에서 이에 대항하기 위하여 대한민국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즉 동맹국이 제3자로부터 핵공격을 당하면 그에 대한 방어 및 보복 공격을 확약하여 핵공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정책에 의하여 제3국의 핵무기 위협에 대처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핵우산은 한미동맹의 주요한 골격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핵우산이라는 장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것이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직접 핵무기를 보유하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대신 한미동맹의 해체도 감수하겠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그렇지 않고 한미동맹도 유지하고 핵무기도 미국의 승인 하에 보유하겠다고 하는 것은 상대방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어린아이의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둘째, 한국의 핵개발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자위적 목적에 의한 것이며, 북한에 대한 압박을 통하여 북한 핵을 폐기하기 위한 것으로 종국적으로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실현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하는 방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핵무기의 확산을 방지하여 끔찍한 대량살상무기의 현실적 위험을 줄이자는 비확산조약에 가입해 있는 상황이고, 그 조약 당사국으로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 보장의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며, 종국적으로는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하여 자위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핵무장을 한다는 논리는 북한의 핵개발 논리와 동일선상에 있으며, 북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 주게 된다. 유엔 헌장상의 자위권은 상대방의 무력 공격을 요건으로 하며, 공격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 자위권 행사의 정당화 사유가 될 수 없다. 북한도, 남한도 자위권 행사를 이유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여 비확산조약을 탈퇴하고 핵개발을 하겠다는 것은, 미국의 핵위협에 대항하여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북한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게 되고,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완전히 물 건너가게 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셋째, 동맹국인 미국은 우리의 핵무장을 종국적으로 반대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사회는 우리를 이해하게 될 것이며, 적극적인 승인은 아니더라도 북한이나 이란의 핵개발처럼 제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매우 순진한 생각이며, 한국이 비확산조약을 탈퇴하고 핵개발을 시도하게 되면, 비확산조약의 유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국의 핵무장을 수용할 수 없고 따라서 유엔 제재라는 길로 갈 수밖에 없도록 할 것이다.

 

이상에서 핵무장론의 위험성과 실현 불가능성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하고자 한다면, 그 기초적 환경 조성을 위하여 미국을 비롯한 5대 핵보유국이 조약 제6조에 정한 핵군축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나아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s; NSA)을 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인도나 이스라엘 등 비확산조약 외부의 실질적 핵보유국에 대해서는 바로 핵무기 폐기를 강제할 수 없으나, 유엔 차원에서 일정 정도 제재를 하면서 국제 사회 승인을 얻지 못한 핵무기 보유가 자국의 불이익으로 돌아간다는 인식을 줄 필요가 있다.

 

북한 핵위기에 대한 해법은 중단기적으로는 6자회담,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협상, 북미회담 등 대화 채널을 통하여 압박과 회유라는 외교 정책의 실현을 통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비확산조약상의 핵보유국들의 성실한 의무 이행과 소극적 안전 보장의 구체화 등 북한의 핵개발 명분을 제거하는 조치들이 제시되야 한다. 그와 함께 궁극적으로는 비확산조약의 종말을 가져올 '핵 없는 세상'의 실현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남한의 핵무장은 실현 불가능할 뿐 아니라 한반도 정세를 심각하게 악화시켜 전쟁의 위험을 높이며, 무엇보다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획득한 정치경제적 지위를 근본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다. 합리적 정책 결정자라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정책이지만, 이러한 논리가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논의되고 상당수 국민들이 핵무장에 심정적 동의를 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근본적으로 세계의 모든 핵무기를 폐기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도 중단되어야 하며, 이미 보유한 핵무기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 과정에서 그 폐기가 논의되어야 한다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정책이 이루어지고, 그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