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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함께 만드는 꿈 – 영화감독 김조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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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를 떠올릴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저에겐 2000년과 2013년에 열린 두 기자회견이 먼저 떠오릅니다. 참여연대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두 기자회견을 소개합니다.

 

2000년,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 그해 9월 26일 안국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는 21세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기자회견의 당사자는 눈물로 호소하고 있었고 그를 지지하는 참석자들도 숙연한 표정으로 결의에 찬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연예인의 커밍아웃 기자회견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이 다들 아시는 배우 홍석천씨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매체가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웠고 열기가 정말 뜨거웠으며 그 공간 안에 있었던 사람들 누구나 희망을 이야기 했지만 그 희망이 현실이 되기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무겁기만 했던 그날의 기자회견, 저는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당시에 저는 대중에 공개적인 커밍아웃을 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했지만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마음 놓고 박수를 치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느티나무홀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면서 애써 누르고 있던 감정이 북받쳐 올랐고 결국 큰 길에서 눈물을 뚝뚝 흘려야 했습니다. 눈물을 훔치며 다짐을 했습니다. 21세기가 가기 전에 대한민국을 바꿔보리라!

 

2013년 12월 10일,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는 또 많은 기자들이 모인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그날의 주인공도 성소수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13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주인공들은 눈물을 보이기는커녕 방긋방긋 웃고 있었고 참석한 사람들 또한 즐겁고 활기찬 분위기였습니다.

 

그날의 주인공은 바로 저였습니다.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한 동성부부의 이름으로 ‘평등한 결혼’을 설명하는 그 자리에서 이야기 했던 희망은 여전히 갈 길이 먼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아니 곧 닥칠지도 모르는 미래의 변화를 예감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날은 돌아오는 길에 눈물 따위는 흘리지도 비치지도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축하 인사를 받았고 웃느라 정신이 없었던 날이었습니다. 저는 새삼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래 대한민국은 바뀌고 있어!

 

두 기자회견의 중심에는 참여연대가 있었습니다. 기꺼이 장소를 빌려주었고 아낌없이 지지를 표명해 주었고 함께 나아가기 위해 손을 잡았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과 함께 한 참여연대가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고맙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에게 참여연대는 어떤 곳인지 궁금합니다. 저처럼 각자 자신과 관련된 일들에 참여연대가 함께 있을 테니까요. 

 

참여연대가 벌써 20주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참여연대는 우리 사회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무수히 많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참여연대가 해왔고 또 하고 있는 일들 중에서 나의 삶과 관련된 것을 찾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일 것입니다. 아직 떠올려 보시지 않으셨다면 한 번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참여연대는 어떠한가요?

 

지난 20년처럼 참여연대가 세상을 바꾸는 일에 앞장설 것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나와 함께, 우리들과 함께 할 것을 압니다. 그래서 20년 앞의 참여연대가 그리고 우리들의 세상이 기대가 됩니다. 참여연대, 참 고맙습니다.

 

김조광수 / 영화감독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나의 꿈 – 15] 영화배우 김조광수

스무 살 참여연대가 다시 꿈을 꿉니다. 참여연대는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져온 분들에게 시민들과 함께 꾸고 싶은 꿈을 물었습니다. 15번째는 영화감독 김조광수님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린 자는 기쁨으로 열매를 거둔다지요. 그가 살아온 삶이 곧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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