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14-11-27   2484

[후기] 국회 상임위 시민방청단 체험기① 국회 회의 방청의 높은 벽, 소개의원 제도

20명의 ‘국회 상임위 회의 시민방청단’이 11월 10일부터 28일까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방청을 시도했습니다. 헌법과 국회법이 국회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회의 방청은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체험기를 연속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체험기 ①] 국회 회의 방청의 높은 벽, 소개의원 제도 (시민방청단 이영아) 

[체험기 ②] 시민과 담쌓고 있는 시민의 대변자, 국회 (시민방청단 주선하)

[체험기 ③] 방청이 보장 안 되면 허울뿐인 대의제로 전락할 수 있어 (시민방청단 David Lee)

[체험기 ④] 회의 당일까지 방청 허가 여부 통보 않는 상임위 (시민방청단 박병찬) 

[체험기 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공개해 국민 신뢰 회복하길 (시민방청단 윤보름)

[체험기 ⑥] 안건을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소위원회 회의도 공개해야 (시민방청단 이정혜)

[체험기 ⑦] 국회는 시민들에게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시민방청단 이조은)

전화 돌리고 돌리고 돌리고… 끝내 들어가지 못한 국회

[국회 상임위 시민방청단 체험기 ①] 국회 회의 방청의 높은 벽, 소개의원 제도

이영아 ( 시민방청단 )

11월 10일,  법제사법위원회(아래 법사위) 회의 방청 신청을 위해 평소 이용할 일 없던 국회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홈페이지를 여기저기 둘러보다 법사위 직원 명단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난생 처음 국회 회의 방청을 시도하려니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영아입니다. 수요일에 열리는 법사위 전체회의 방청신청을 하려고 합니다.”

“그건 행정실에 문의하셔야 되는데요, 행정실로 연락해보세요.”

전화를 끊고 다시 떨리는 마음으로 행정실에 전화를 걸었다.

“방청 신청을 하려고 합니다.”

“방청하려면 의원의 소개가 필요한데요, 본인의 신원을 확인해 줄 소개 의원을 섭외한 뒤 도장을 받아 방청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아는 의원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요?”

“아무 의원실이나 전화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소개해달라고 하시면 됩니다.”

“방청 신청은 어떻게 해야 하죠?”

“네이버에 법사위 방청이라고 치면 방청신청서가 나옵니다. 그거 다운받아서 작성하시면 돼요.”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었다. 소개의원을 구하기 위해 법사위 위원이자 평소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A의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너무 급하게 요청을 해서 이번에는 도와주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 며칠 전에 연락을 해야 소개가 가능한가요?”

이 질문에는 ‘지금 책임자인 보좌관이 회의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 전달하겠다’는 답을 주었다. 그 보좌관은 며칠 전에 연락을 해야 방청 소개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서 내일까지 전화를 주겠다고 했지만 전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분위기는 전화를 해 줄 것 같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 법사위 회의가 열리는 날인 12일까지 예상대로 전화는 오지 않았다. 끝내 소개의원을 구하지 못한 나의 첫 번째 방청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내가 단 한 번 국회 회의 방청을 시도해 보고 이런 글을 쓰는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내 국회 회의 방청 분투기는 지금부터다.

국회 회의 방청, 만만치 않구나

 

20141106_캠페인_열통프로젝트사전워크숍2차 (12)

[사진]  열려라국회 통하라정치 프로젝트그룹©,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시민방청단은 11월 10일부터 3주간 회의 방청을 시도한다.

10일, 첫 번째 거절(?)을 당한 후 많이 실망했지만, ’15명의 법사위 의원 중에 한 명은 나를 도와주겠지’라는 마음으로 또 다른 의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법사위 회의 방청을 하려고 하는데요, 소개의원이 되어주실 수 있을까요?”

“네, 방청 소개 해드릴게요. 성함과 소속,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아 이번엔 되는구나’ 기쁨도 잠시, 나는 현재 딱히 소속이 없다.

“제가 지금 소속이 없는데요?”

“소속이 없으면 곤란한데요.”

버젓한 소속이 없는 시민은 국회 회의 방청을 할 수 없다는 것인가? 현재는 잠시 일을 쉬고 있다고 설명을 했지만 의원실 직원은 끝내 소속이 없으면 방청 소개를 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소속이 없는 취업 준비생이나 주부는 국회 회의를 방청할 자격조차 없다고 하는 것인가. 기분이 매우 상했다.

의원실 입장에서 소속이 없는 시민을 보증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국회 본관에 들어가면서 1층에 신분증 맡기고, 방청신청서에 주민등록번호, 개인 연락처를 모두 적어 내 신원을 밝힌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모자라 접하기도 어려운 국회의원을 따로 섭외해서 ‘보증인이 되어달라’고 사정(?)까지 해야 회의 방청을 할 수 있다니….

나 같은 일반 시민은 국회에 발붙이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주권자이고, 국회는 주권자들의 대의기구일 뿐인데 왜 국회 앞에서 나는 이렇게 홀대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씁쓸하다. 그렇게 두 번째 방청 시도도 실패로 끝났다.

다음날인 11일 오전, 또 다른 법사위 의원실에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거절이다. 지역구 의원에게 도움을 청해보라고 하길래, 우리 동네 의원은 법사위 소속이 아니라서 법사위 회의 방청 소개를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니 방청 신청을 해도 결국에는 위원장이 허가를 해야 하니 아예 위원장실에 전화를 해보란다. 위원장실에 전화를 걸었더니, 다시 행정실로 전화를 돌리고, 행정실은 의원실로 연락을 해보라고 하고, 결국 돌고 돌아 아무에게도 방청 소개를 받지 못했다.

국회 문 두드리는 시도… 쌓이면 바뀌지 않을까요?

20141104_캠페인_열통프로젝트사전워크숍1차 (3)

[사진]  열려라국회 통하라정치 프로젝트그룹©, 열통프로젝트그룹은 11월 4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시민방청단과 사전워크숍을 진행했다.

이틀 동안 3명의 국회의원실과 통화하면서, 일반 시민이 국회 회의 방청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몸소 깨달았다. 헌법과 국회법은 국회 회의의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도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국회의원이 없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국회 회의를 방청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같았다.

또 ‘국회 방청 규칙’에는 그 어디를 찾아봐도 방청 신청 과정에 관한 조항은 보이지 않았다. 제3조에 ‘방청을 하려고 하는 자는 방청권의 교부를 받아야 한다’라고만 되어 있을 뿐이다. 규정이 따로 없으니 일반 시민들은 방청 신청 과정을 파악하기 어렵고, 상임위 행정실은 행정실 대로, 의원실은 의원실 대로 모두 다 말이 다르고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것이다.

시민들은 회의 방청을 위해 사전에 방청의 목적과 개인 신상을 자세하게 적은 방청신청서를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회의 당일에는 국회 본관에 들어가면서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그뿐인가. 로비 입구에서 신분증을 맡기고 또 한 번 개인 연락처 등 신상정보를 상세히 적고 들어간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모자라 신원 보증을 서 줄 수 있는 국회의원까지 섭외하라고 하니 주권자가 주인은커녕 객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형국이다.

국회 사무처는 ‘시민 방청인이 회의장에서 소란을 피우고 회의를 방해할 것이 우려 된다’는 이유를 들어 소개의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각 회의실에는 국회 경위들이 항상 배정되어 의원 경호와 질서유지를 담당하고 있으니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시민들의 국회 방청 과정에서 요구받는 소개의원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 모든 상임위가 통일된 원칙과 규정을 만들어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일반 시민들의 회의 방청은 국회에게는 이례적이고 귀찮은 행정 업무의 하나로 전락해버릴 것이다.

번번이 거절을 당하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국회 문을 두드려 보면서 그것만으로도 내가 진짜 참여하는 시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 국회가 점점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국회를 시민들에게 더 개방하고, 국회가 시민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국회 운영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나 같은 일반 시민들이 비판을 넘어서 국회 문을 꾸준히 두드려보는 시도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작은 시도이지만 쌓이면 변화의 큰 힘이 될 수 있다.

◎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은?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은 국회 개혁을 위한 시민 행동을 기획하고, 추진하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국회의원 연구단체 시민정치포럼이 함께 결성한 그룹입니다. 국회 공간 및 회의 개방․국민 청원권 보장․의원윤리 강화를 위해 2013년 6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위 기사는 2014.12.02.자 오마이뉴스에도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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