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14-11-27   1421

[후기] 국회 상임위 시민방청단 체험기② 시민과 담쌓고 있는 시민의 대변자, 국회

20명의 ‘국회 상임위 회의 시민방청단’이 11월 10일부터 28일까지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방청을 시도했습니다. 헌법과 국회법이 국회 회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회의 방청은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체험기를 연속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체험기 ①] 국회 회의 방청의 높은 벽, 소개의원 제도 (시민방청단 이영아) 

[체험기 ②] 시민과 담쌓고 있는 시민의 대변자, 국회 (시민방청단 주선하)

[체험기 ③] 방청이 보장 안 되면 허울뿐인 대의제로 전락할 수 있어 (시민방청단 David Lee)

[체험기 ④] 회의 당일까지 방청 허가 여부 통보 않는 상임위 (시민방청단 박병찬) 

[체험기 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공개해 국민 신뢰 회복하길 (시민방청단 윤보름)

[체험기 ⑥] 안건을 실질적으로 논의하는 소위원회 회의도 공개해야 (시민방청단 이정혜)

[체험기 ⑦] 국회는 시민들에게 개방적이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시민방청단 이조은)


시민이 안 해도 될 일 만들어 불편 주는 애물단지?

[국회 상임위 시민방청단 체험기 ②] 시민과 담쌓고 있는 시민의 대변자, 국회

주선하 ( 시민방청단 )

 

11월 12일과 13일,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소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방청했다. 사실 그동안 나는 국회가 국민들에게 실제로 닫혀있는지, 열려있는지 별 관심이 없었다.  국회가 잔디마당을 조금 개방했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오히려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방청을 통해 국회를 개방한다는 것이란 단순히 문을 개방하고, 잔디밭을 개방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가 스스로의 특권의식을 버리고 국민과 더 가까이 마주 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국회에서 회의를 방청하면서, 나는 많은 감정들을 느꼈다. 사실 회의 내용보다는 국회에 출입하면서 느낀 바가 많았기에 이에 대해 주로 이야기 해보려 한다. 국회에서 나의 감정은 조마조마함과 안도의 마음, 그리고 우쭐함과 초라함 사이를 오갔는데 이러한 감정은 국회정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입구에 서 있던 경찰들은 나에게 국회에 온 용건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회의 방청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그들은 별다른 확인 절차 없이 나를 들여보냈고, 그 후로도 국회를 몇 차례 방문하면서 같은 과정을 거쳤다. 정확히 확인할 목적이 아니라면 왜 번번이 방문 용건을 묻는 것인지 그 의도가 궁금했고, 마음이 불편했다. 

 

 

이러한 불편함은 국회의사당 본청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계속되었다. 먼저 멀쩡한 정문을 놔두고 왜 뒷문으로 돌아 들어가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의원들은 앞문으로 들어가는데 왜 그들이 대변하는 우리가 빙 돌아 뒷문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출입방식에서부터 국회가 시민을 대하는 태도가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씁쓸함을 느끼며 도착한 면회실에서의 신원확인까지 마치고 나서야 나는 국회 본청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날 이미 내 신상을 모두 국회에 내놓고 방청을 허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뒤편의 면회실을 통해 회의장에 들어갈 때까지 나는 ‘혹시나 회의장에 못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가슴을 졸이며 기다려야 했고, 내가 들어가도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이 사람 저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르며 확인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이곳 국회에서 나는 여러 사람들에게 신원을 증명해야만 하는 신원 불명인 같은 존재였고, 그곳에 있으면 모두에게 안 해도 될 일을 만들고 불편을 주는 애물단지 같은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내 사적인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는 그곳에서 나는 자유롭기 어려웠고, 그들이 회의장 구석에 내어준 작은 의자 하나에 감사해야 하는 그런 존재였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나와 같은 시민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인데도, 이 곳 국회 어디에서도 나는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없었다.

 

 

열통프로젝트 국회 회의 방청 국가별 비교

[사진]  열려라국회 통하라정치 프로젝트그룹©, 각 나라별 국회 회의 방청 과정 비교

 

이러한 굴욕적인(?) 절차를 통해 들어간 국회 본청에서 나는 또 다른 감정에 맞닥뜨렸는데 좀 전의 감정과는 매우 다른 것이었다. 국회 본청에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잠시 동안이나마 마치 내가 뭐라도 된 것처럼 우월감을 느낀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우월감, 특권의식 같은 감정을 매일같이 느끼고 있을, 혹은 너무나도 익숙해져 이를 당연히 여길 것만 같은 국회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언제나 시민에게 열려있어야 할 국회가 이러한 특권 의식에 익숙해진 나머지 시민과의 소통을 뒷전으로 제쳐 놓아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특별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국회에 속해있다는 사실만으로 어떤 이는 자신을 다른 이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라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과 국회 소속의 공무원들이 진정으로 ‘특별한’ 존재가 되는 순간은 그들이 시민을 위한 일을 제대로 해내고, 시민들로부터 격려와 칭찬을 받았을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국회는 시민과 단절된 채로 시민을 대변하고 시민의 문제를 논하고 있다. 방청을 하며 이 상황이 한편의 블랙 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이 국회에 들어가 자신이 관심 있는 법안의 논의과정을 지켜보고, 정치에 참여하고, 더 나아가 의원들에게 자극을 주는 그런 긍정적인 기능을 국회가 가로막고 있는 것이 바로 현실이다. 

단순한 방청일지라도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그 동안의 비공개 회의와 비교한다면, 방청 허용은 스스로의 일거수일투족에 주의를 기울여야만 하는 피곤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만일 그가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라면, 이 과정을 시민들을 자신의 단단한 지지층으로 만드는 계기로 만들 수 있다. 나는 소위원회 회의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편견을 깬 여당 의원의 열정적인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국회는 일상적으로 시민과 마주해야 하고 더욱 더 마주하려 노력해야 한다. 국회를 개방하고, 자신들이 도대체 누굴 위해 일하는 것인지 보고 또 보고, 계속해서 보고 만나야 한다.

 

 

가을, 초겨울의 날씨, 구름 하나 없는 높디높은 청명한 하늘아래, 하늘 높은지 모르고 국회의사당의 둥근 지붕만 우뚝 서있다. 방청을 끝내고 나오는 내 마음 속에서는 적어도 그랬다. 시민의 삶을 말하기에 그들은 너무 높이 솟아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민의 감정을 느끼기에 그들은 너무 동떨어져 있는 듯 했다.

 

 

◎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은? 

‘열려라 국회, 통하라 정치! 프로젝트 그룹’은 국회 개혁을 위한 시민 행동을 기획하고, 추진하기 위해 시민단체들과 국회의원 연구단체 시민정치포럼이 함께 결성한 그룹입니다. 국회 공간 및 회의 개방․국민 청원권 보장․의원윤리 강화를 위해 2013년 6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위 기사는 2014.12.02.자 오마이뉴스에도 공동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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