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2004총선연대 2004-01-19   2805

[16대 국회 해부③ 병역] ‘파병=국익’ 외친 16대 국회의원 자제의 병역면제율 23.5%

보수 표방 한나라당의 부끄러운 병역의무 이행

지난해 4월 나라를 온통 뜨겁게 달군 이라크 파병동의안의 국회 처리는 우리 국회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확인하는 자리였다. 당시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국회의원 개개인에 내면화되다시피 한 우리 정치사회의 역사에서 당론을 거스르고 68명이나 되는 의원들이 파병동의안에 반대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분명한 침략전쟁에 압도적인 표차로 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명백한 우리 국회의 한계였다.

파병동의안에 대한 각 정당과 개별 의원들의 차이를 무시한다면, 16대 국회는 전체적으로 파병 국익론을 내세워 파병 동의안을 통과시켰고, 추가 파병동의안 역시 이 논리에 근거해 추진되고 있다.

‘파병=국익’을 소리높여 외치는 16대 국회의원들 본인들과 그 자제들이 국민의 4대 의무의 하나인 병역의무를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그들의 ‘파병=국익’ 주장의 진실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의원들 자제 병역 면제율, 일반인의 10배 가까워

‘파병=국익’ 주장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결론적으로 16대 국회의원들은 국익을 내세워 파병을 주장할 도덕적 자격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16대 국회의원이거나, 16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던 308명의 의원들 중 직계비속의 병역사항을 기록할 의무가 있는 대상자를 확인해 통계를 낸 결과, 16대 국회의원 자제들의 병역 면제율은 일반인의 2.5%보다 9.4배 높은 23.5%로 나타났다. (일반인 병역 면제율은 국회 국방위 소속 장영달 의원이 2001년 9월 13일 국회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삼성, 현대, SK, 한진 등 4개 그룹의 2세 병역 면제율을 총계해 보면 무려 56.5%로서, 일반 국민의 병역 면제율 2.5%보다 무려 2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언한 것에서 확인).

병역기록이 확인된 의원들 자제는 전체 239명으로, 이중 44명이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들의 병역 면제율은 전체 대상자 239명 중에서 자식들의 병역사항을 등록한 당시 기준으로 병역의무의 최종적인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52명(입영연기대상 2명, 징병검사대상 21명, 징병검사연기 8명, 소집연기대상 1명)을 제외하고, 최종 병역의무 이행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187명(현역 126명, 면제 44명, 산업기능요원 4명, 입영대상 4명, 공중보건의사 3명, 공익근무 2명, 의가사 2명, 전문연구위원 2명)을 기준으로 산출된 수치다.

2004년 1월 현재 기준으로 국회의원 자제들의 병역의무 이행 여부를 다시 확인한다면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논란을 피하기 위해 대상자 239명 전체를 기준으로 병역 면제율을 산출했을 경우에도 면제율 18.4%로, 일반인 면제율의 7배가 넘는다.

병역을 면제받은 사유별로 살펴보면, 질병이 27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 신체결격 13명, 해외영주권 취득 2명, 고령과 장기대기가 각각 1명씩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이유가 역시 질병이나 신체상의 이유이다. 이들의 높은 병역 면제율이 병무청 기준에 따른 합법적인 수치라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자제들은 일반 국민들에 비해 건강상태가 현저히 나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것을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국회의원 본인과 그 직계비속의 병역사항을 기재하는 것 자체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한걸음 진전된 것임에 틀림없지만, 공개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할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 국회의원 직계비속들의 병역사항 중 2000년 4·13 총선 기준으로 5년∼3년 전에 입영연기, 징병검사연기 등의 판정을 받았으나 이후 기록이 없는 경우도 상당수 나왔다. 후보자가 본인과 자식들의 병역사항 기록시 현재의 상태를 분명하게 기록토록 하는 방안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회의원 본인들의 면제율은 기준 시점에 따라 평가 달라

국회의원 본인들은 병역의무를 얼마나 잘 이행했을까?

병역의무가 있는 전체 256명을 대상으로 16대 국회의원 본인들의 병역 면제율을 확인한 결과 면제자는 52명으로 면제율이 20.3%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민주화운동으로 인한 수형 생활과 생계곤란 등의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은 경우를 제외할 경우 면제율은 16%였다.

현 당적별로는 한나라당이 28명으로 53.8%, 열린우리당 12명-23.1%, 민주당 9명-17.3%, 자민련 2명-3.8%, 무소속 1명-1.0% 순으로 나타났다. 당적별 병역 면제자 비율은 현 국회 의석비율과 대체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국회의원 본인들의 병역 면제율에 대한 평가는 논란이 있다. 최근 몇 년간 일반 국민의 병역 면제율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높지만, 대체로 16대 총선 후보들의 출생연도가 1940∼1950년대가 다수여서, 병무청이 그 당시 병역 면제율로 제시하는 35% 안팎의 면제율에 비해서는 훨씬 낮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의원의 도덕성이 일반 국민 수준만큼이라도 되기를 바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원 본인들의 병역 면제율 자체는 그렇게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병역의무 안 지키는 보수정당?

16대 국회의원 자제들의 병역사항을 그 자식들의 부모가 소속된 당적별로 살펴보는 것은 ‘한국에서 보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 가지 화두가 될 수 있다.

병역을 면제받은 자식들의 부모가 소속된 정당별로 병역 면제율을 확인하면, 전체 면제자 44명 중 그 부모가 한나라당 소속이 33명으로 75%에 이른다. 한나라당의 의석비율보다 약 20%포인트나 높은 수치다. 이어서 민주당이 7명-15.9%, 열린우리당이 4명-9.1% 순이다.

사안별로 따져도 한나라당은 보수를 표방하면서 병역의무를 유난히 안지키는 정당이란 비난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본인과 직계비속을 포함해 한 가족 중 2인 이상이 병역을 면제받은 사례를 취합한 결과 한나라당이 8개 사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각각 1개 사례로 나타났다.

정통 보수정당 자민련이 DJ정권과 연합하는 것을 비판하며 한국신당의 깃발을 들었다가 다시 한나라당에 입당한 김용환 의원의 경우 본인을 포함해 장남과 차남 3인이 병역을 면제받았다.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보수정객 김용갑 의원의 경우 장남과 3남이 병역을 면제받았다.

비리로 재판을 받았거나, 최근 비리혐의로 구속된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전체의 병역 면제율을 높이는 데도 한 몫 톡톡이 하고 있다. 107억원의 횡령혐의로 구속된 한나라당 박재욱 의원과,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한나라당 박주천 의원, 노량진 수산시장 입찰방해죄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주진우 한나라당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3인 의원들은 본인들과 그 장남이 모두 병역을 면제받은 경우다. 역시 불법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도 본인과 장남이 모두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 밖에 한나라당 유흥수 의원과 박헌기 의원은 장남과 차남이 병역을 면제받았다. 민주당 구종태 의원은 장남과 차남이 면제받았고, 열린우리당 이우재 의원은 본인과 장남이 면제받았다.

물론 위에 열거한 사례 중에서 정말 본인은 억울할 만한 사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별 사례의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통계와 사례 일반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은 ‘한국 정치사회에 과연 자신들이 표방하는 보수의 원칙에 충실한 보수정당과 보수인사가 있느냐’는 회의감이다.

16대 국회의원 본인들과 그 자제들의 병역사항을 통해 한가지 교훈으로 삼아야 할 점이 있다면, 이번 17대 총선에서는 입만 열면 국가와 민족을 얘기하는 후보들이 자신의 삶과 원칙으로서 보수를 주장하는가를 따져보는 일일 것이다. 본인과 자식들의 병역의무 이행을 살펴보는 것이 한가지 방법일 수 있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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